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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보다 2012/01/12 02:12

억압사회 : 박정근 구속, 열혈초등학교 연재 중단,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


1.

계속 진절머리가 났고 원래 이렇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한꺼번에 터지자 겉으로는 태연한 척해도 속으로는 짜증과 분노가 넘실거렸다. 트위터에서, 주변에서 개별적인 사건- 또는 전체적인 사건들에 대해 분노와 척결을 외치는 소리가 드높았지만 그 소리의 실체를 보는 순간 더 기분은 안 좋아지기만 할 따름이었다.

2,

사건의 싹은 예전부터 터올랐지만, 아무튼 그 결실은 2012년 1월 초순에 연이어 터져나왔다. 순서대로 정리해보자면- 이대영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권한대행이 작년 12월 말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 결정을 내려 다시 의회에 조례를 돌려보내고, 만화가 귀귀의 웹툰 <열혈초등학교>의 연재처 <야후! 코리아>가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작품의 연재 중단을 통보했고, 사회당 당원 박정근은 '재범행 가능성을 이유로' (링크)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져 이 글을 쓰는 1월 12일 새벽 현재 그는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었다.
얼핏보면 이 사건들은 각각 (학생/청소년) 인권, 작품의 표현 자유, 정치적 표현 자유라는 개별된 영역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 사건들이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사건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서 개별적인 사건이지만 하나의 축으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내세워서, 개인과 단체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권리를 제약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개별 사건에 대해 사건을 일으킨 주역들의 말을 낱낱이 살펴보자. 서울시교육청의 재의요구안은 크게 ⓐ 상위법과 충돌 ⓑ 학생인권위원회, 학생인권옹호관 설치가 교육감의 인사권 및 정책결정권 제한 ⓒ 집회의 자유 등의 각종 학생인권 보장, 차별 금지 조항에 우려가 있어 재의를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링크) 또한 지방자치법에서는 '월권, 법령에 위배되거나 공익을 해하는 것으로 보이는' 조례에 대해서 재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링크) <열혈초등학교>에는 어떤 식으로 대했나? 1면에 큼지막하게 글을 박아놓았던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웹툰이 폭력을 합리화시켜 조장한다고' 강하게 정의를 내렸으며 (링크) 며칠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학교) 폭력에 대해 다룬 웹툰에 대한 중점 모니터링에 대한 보도자료의 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는 내용이다. (링크) 검찰은 박정근이 북한 관련 매체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고, 멘션을 RT한 것이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링크)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서울시교육청 / 조선일보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검찰의 주장에 공통적으로 1) 자신들이 비판하는 대상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사회에 문제가 되는 존재들이며 2) 안정적인 교육환경과 올바른 학생상, 건전한 학교, 국가 보안을 내세워서 이들을 차단하고 몰아내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얼핏 듯기엔 좋은 말이다. 안정적이고 건전하고 보안이 튼튼하게 세워진 올바른 사회. 이들의 주장만 들으면 이들의 결정은 정의로운 사회를 지키기 위한 성스러운 행위로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들의 주장에서 벗어나 공격을 받은 대상들의 면모를 보자. 서울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 광주광역시에 이어 학교 내 청소년(=학생)의 인권을 위해 추진한 광역자치단체 내 조례이다. 귀귀의 <열혈초등학교>는 소위 '병맛 만화'의 일종으로 부조리하고 뭔가 말이 맞지 않는 상황을 구현함으로써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개그 만화이다. 사회당 당원 박정근은 그가 당원으로 있는 사회당은 계속 반조선로동당 노선을 견지해왔으며, 그는 트위터로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를 RT하는 동시에 북한 체제, 그리고 지금의 한국 사회에 대해 풍자하고 조롱하는 작업을 계속 해왔었다. 이것들은 과연 사회를 망치고 어지럽히는 악의 축인가?  (그러고보니 마침 모아놓고 보니 딱 세 개다.) 난 정말로 궁금하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재의요구안에서 든대로 폭력에서 자유롭고, 집회와 개성을 실현할 자유와 성적 지향, 임신/출산 등으로 차별받지 않은 권리가) 헌법의 조항을 준수하는 기본적이고 당연한 행위이다. 분명 <열혈초등학교>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낄 이가 있겠지만, 그 작품으로 인해 학생 사회가 폭력으로 물들었다는 말은 이명박이 한국을 망친 주범이라는 말처럼 순진하다. 박정근이 북한 관련 멘션을 RT- 배포해 국가 안보를 어지럽혔다는 소리는, 한국에 존재하는 북한 관련 서적과 프로그램들이 국가 안보를 어지럽힌다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이들이 악의 축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악의 축으로 모는 자들이 악의 축이라는 자리에 더욱 적합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그렇게 누군가를 악으로 취급하고 사회에서 내몰려고 하는가. 누군가가 말하는 것처럼, 이명박과 그 수하인들이 날이 갈수록 악재가 터지자 사람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벌이는 수작인가? 분명 흥미로운 주장이지만, 이는 음모론에 불과하다. 과연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는 국가가 학생/청소년 인권 보장을 위해 온갖 헌신을 아끼지 않았으며, 작품들이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탄압을 받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피해를 받지 않았는가? 여기에 맞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애석하게도 답은 아니다이다. 인권은- 특히 학생/청소년의 인권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침해받고 있으며, 청소년보호법과 이를 근간으로 세워진 청소년보호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심의 기관은 계속 운영되었으며, 국가보안법 역시 계속 유지되었다. 적용되는 양상은 조금씩 달랐지만 짧게는 15여년, 길게는 60 ~ 70여년간 국가의 억압기제는 계속 존속해왔었다. 인민의 권리와 자유는 사실, 한국에서 별로 보장받던 시절 자체가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권리와 자유는 경제와 국가라는 이름 하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었을 뿐.

3.

세 사건이 동시에 터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는 그동안 계속 진행되었던 한국 사회의 억압이 매우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지표로 생각한다. 물론 6월 항쟁 등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공연윤리위원회 폐지 같은 사건 등을 통해 분명 진전한 점은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부분은 바뀌었는가. 단적으로 말해서 아직 근본은 바뀌지 않았으며, 서서히 많은 (그러나 아직은 적은) 사람들이 근본에 손을 대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태가 현재 한국의 정세라고 본다. 누군가가 원하는대로 정권이 바뀐다면, 집권세력이 소위 '진보적 민주주의'나 '개혁적인' 세력으로 바뀐다면 이 상황의 피상적인 흐름은 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물어보자. 정권이 바뀌고 집권세력이 바뀌면 근본도 변하는가? 김대중과 민주당,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집권을 염원했던 사람들 중에서는 분명 그렇게 원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원하는대로 그들은 집권하였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대로 뭔가 변한 듯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변한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대안을 제시하라고 닥달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애석하게도, 딱 들어맞는 대안은 원래 있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있지 않다. 경기, 광주, 서울의 학생인권조례들은 땅 밑바닥까지 떨어진 학생/청소년 인권에 대해 조금이라도 보장받으려는 기반을 만드려는 시도이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바꿀 수 있는 대안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한 가지 길이 있다면, 사회를 계속 지배하고 있는 억압적인 것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어디 결실이 공짜로 주어지던가. 우리가 칭송하는 일본, 미국 등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에 놓여있는 서브컬쳐와 유럽의 표현의 자유는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지도, 위정자들이 선물로 준 것도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계속 정권과 편견에 맞서 싸워나간 결과이며, 그 싸움은 지금까지도 벌어지는 중이다. 어떤 조직에 들어가 같이 싸울 수도 있고, 아니면 글을 쓰거나 주변에 목소리를 전달하는 식으로 이 세상에 태클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억압인 만큼 이를 푸는 것 역시 결코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 답이 쉬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졸문을 써 그 싸움에 조금이나마 동참한다. 계속 이 상황에 문제를 가지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맞서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견고하게 기반이 쌓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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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보다 2011/12/31 19:11

2011 이슈 앤 베스트 [만화 / 영화 / 사회-문화]


한 해가 가기전에 우여곡절 끝에 2010년에 이어 <이슈 앤 베스트>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개인적인 역량 부족으로 인해 음악 분야는 사회-문화에 합쳐 결산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외의 글들도 아쉽고 부족한 부분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가능한 최선을 다해서 2011년 한 해의 만화, 영화, 그리고 사회-문화 (+ 꼽사리로 앞에 살짝 들어간 음악) 분야에 대한 정리를 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2011년의 모습을 바라보았나요. 댓글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2011년 한 해가 저물어 가네요. 2012년엔 더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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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보다 2011/12/31 19:01

2011 이슈 앤 베스트 : 사회/문화, 말은 많았지만


먼저 2010년에는 따로 음악 파트를 묶었지만, 제가 음악에 별 조예가 없다는 사실을 계속 절감해 짧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이슈 앤 베스트' 음악 이야기는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음악 : BEST

 - 이승열 3집 「Why We Fail」 (플럭서스뮤직 제작, KT뮤직 배급) : 묵직하게, 정통적으로 락에 접근한다.
 - 허클베리 핀 5집 「까만 타이거」 (샤레이블/루비살롱레코드 제작, CJ E&M 배급) : 예전의 허클베리 핀과 달라졌다는 평가엔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매력적이다.
 -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장기하와 얼굴들」 (붕가붕가레코드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소포모어 징크스를 이겨내고 1집보다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우면서, 서서를 만들어내는 역시 재간둥이 장얼.
 - 김창완밴드 EP 「Darn It」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작, 로엔엔터테인먼트 배급) : 몇 년 간의 실험 끝에 김창완에는 산울림이 어울리다는 사실을 '제대로' 다시 인식시켰다.
 - 모임 별 1집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 (비단뱀클럽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오랜 세월을 거쳐 나온 정규 1집, 몽환으로 가득찬 궤적을 다시 밟는 소중한 계기.
 - 뎁(deb) 2집 「백만불짜리여자」 (비트볼레코드 제작, 소니뮤직코리아 배급) : 1집보다 더 능숙한 솜씨로 발랄하게, 때로는 친근하게 일렉트로니카를 외친다.
 - 아침(Achime) EP 「Hyperactivity」 (붕가붕가레코드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오토튠을 사용한 일렉트로니카 분위기가 흐르는 락을 시도하고, 결국 막바지에 그동안 갈고 닦은 사운드를 터트린다.
 - 크라잉 넛 & 갤럭시 익스프레스 스플릿 앨범 「개구쟁이」 (드럭레코드/러브락컴퍼니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데뷔한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흥겹다. 드럭레코드의 매니지먼트를 러브락컴퍼니가 맡게된 것을 기념해 나온 음반인데, 참 기분 좋은 기념 음반.
 - 앵클어택 & 밤섬해적단 스플릿 앨범 「The Split」(자체 제작, 인혁당 배급) :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밴드의 만남. 자립음악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알린다.
 - 김일두 & 하헌진 스플릿 앨범 「34:03」 (자체 제작, 배급) :  "이게 바로 자립음악이다." 2탄. 기교는 없어도 진심으로 새겨진 음악은 청자의 마음을 똑똑 울린다.

이제 넘어가서 사회에 대한 '이슈 앤 베스트'를 선정하고자 한다. 워낙 다양한 사건이 많아서, 키워드를 통해서 정리를 하겠다.

사회 : ISSUE

 - 통합 : 작년부터 통합에 대한 이야기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젠 통합에 대해 반대하면 매국노로 불릴 기세가 되었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파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등으로 구성된 통합연대가 합당해 통합진보당이 되었고, 민주당과 시민단체 '혁신과 통합'의 일원들이 구성한 시민통합당이 합당해 민주통합당이 되었다. 여기에 사회당이 진보신당으로 흡수된다는 이야기마저 들리고 있다. 약소 단체 끼리 연대하는 것은 중요하고, 때로는 합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통합을 위한 통합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힘을 모아서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통합'이라는 광풍이 세차게 불고 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날이 갈 수록 폭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 미디어 : <딴지일보>에서 만든 웹라디오 <나는 꼼수다>가 큰 인기를 얻었다. <딴지일보>에서는 자매방송 '나는 꼽사리다', 반대 진영에서는 이에 대응하는 라디오 <명품수다> 등을 만들었지만 이렇다 할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게임계에서는 <POG>, <게임구타위원회> 같은 류의 방송이 만들어졌고, 비슷한 시기에 만화계에서는 YES24에서 <만화만담>을, 유저 자체적으로는 mirugi 선정우 씨와 헤지호그 임영웅 씨가 <끝없는 라디오>를 런칭했다. 그야말로 웹라디오의 시대이다. 마냥 <나는 꼼수다>의 공적을 찬양하기 전에 그 전에 있었던 <모난라디오>,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야채라디오> 등도 기억을 해야겠지만.
 분명 <나는 꼼수다>가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특유의 입담과 재미로 인해 많은 인기를 모은 것은 인정하고, 인기를 얻은 이후 <나는 꼼수다>가 미치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과연 <나는 꼼수다>가 대안 언론인지, 아니면 토크쇼인지에 대해선 고민해봐야 한다. <나는 꼼수다>는 공공연히 언론을 자처하고 있지만, 언론이라 하기에는 날이 갈수록 '소설'이 너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나는 꼼수다>의 내용이 최선이라 믿고, 방송 자체와 주위에서 이를 부추기는 모습이란, 참. 
 한편 한 해가 지나가기 며칠 전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SNS, UGC(UCC), 블로그 등 인터넷을 활용한 선거 운동에 대한 길을 열어주었다. 시대적으로 맞지 않았던 흐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명확한 결론을 내린 듯 하다. 그 밖에 종편과 부산일보 발간 중단 사태 같은 일에 대해서도 꾸준히 기억을 했으면.
 - FTA : 하반기는 한미FTA 문제로 화염에 휩싸였다. 날치기로 FTA가 처리되자 국회는 한동안 파행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시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하루 빨리 정권을 바꾸어 FTA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역주권/반미적 시선에서 FTA를 반대하는 것은 FTA를 무조건 찬성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이며 FTA가 한, 미 양국의 하층 계급에 피해를 미치고 상층 계급에 더 자본을 가속화시키는 계급적인 차원에서 FTA를 바라봐야.
 - 게임 : 게임은 올 한 해 동네북이었다. 게임을 하면 뇌가 짐승처럼 변한다느니 같은 망언들이 계속 쏟아졌고 결국 셧다운제는 11월에 예정대로 시행되었다. 예상대로, 한국의 보편적인 주민등록번호 도용 실태를 예상하지 못한 셧다운제는 유명무실화된지 오래. 아이러니하게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네이트/메이플스토리 개인정보 해킹 사태 이후로 사이트에서 되도록이면 주민등록번호을 받지 않게 처리한 것과 반대로 여성가족부/문화체육관광부는 셧다운제 적용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다. 예전부터 이어져온 게임 등의 서브 컬쳐에 대한 편견적 시선이 정책과 만나면 어떤 일을 낳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사건. 대구 청소년 자살 사건에도 어김없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 인권 : 광주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었고, 전북학생인권조례는 교육상임위에서 부결되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겨우 주민발의를 채웠지만 중간중간에 드러난 한나라당, 그리고 민주당 의원들의 인권 감수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발언들로 조례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과 조례 제정을 바라는 사람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였다. 오죽했으면 성소수자들과 인권 활동가들이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1층을 점거했을까. 다행히 성소수자 등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은 모두 유지가 되었으나 애석하게도 복장의 자유, 시위 및 집회의 자유, 물품 소지의 자유와 관련된 부분이 수정되었다. 추후 운동으로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다. 또한 경기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인권 침해가 여전하였다. 경기도 남양주의 가운고가 대표적 사례. 분명 체벌은 하지 않았다. 대신 상벌점제를 운영해 40명의 학생을 퇴학시켰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의 움직임으로 겨우 가운고 사건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이외에도 인권 침해는 여기저기서 산적하다. 청소년 인권 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성희롱 사건을 들 수 있겠다. 하청회사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가 남성 상사로 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오히려 노동자를 해고했다. 긴 시간 동안 시위와 농성을 한 끝에 겨우 현대자동차는 해고 노동자의 원직 복직에 합의하고 그동안 받지 못한 월급을 지급했다. 이외에도 올 초부터 홍익대학교,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를 시작으로 번져나갔던 청소노동자 노동조합 투쟁도 노동 인권의 차원에서 중대한 투쟁이었다. 그리고 학교들은 보란듯이 복수노조를 만들어 이들은 몰아내려 시도하고 있다. 아, 참. 여기에 강정마을 -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도 추가.
 - 노동 : 노동계에서 대표적인 사건은 단연 한진중공업 해고자 복직을 위해 생겨난 운동인 희망버스를 들 수 있겠다. 노동활동가들과 시민/인민들이 결합해 부산으로 (4차 희망버스의 경우 서울) 내려갔던 대중 동원형 운동으로 조직된 '희망버스'는 비록 즉각 복직에는 합의하진 못했지만 빠른 시일 내의 해고자 복직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하반기 이후 월스트리트를 시작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Occupy 운동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금융 자본에 대한 반대를 통해 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여기 저기로 흘러나갔다.

사회 : BEST

 - 김진숙과 김여진, 그리고 희망버스 : 김여진의 경우 기타의 활동에 대해 왈가왈부가 많지만 분명 희망버스 운동에 있어 한진중공업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트위터 등의 SNS로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은 일종의 르포였다. 그리고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희망버스는 이들의 행보에 발을 실을 수 있게 하였다.
 - 서울, 광주, 그리고 아쉽지만 전북의 학생인권조례 추진 활동가들 : 말이 필요있겠는가. 어떤 곳은 비교적 쉽게, 어떤 곳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그리고 어떤 곳은 아쉽게도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이들에 밀려 이루지 못했다. 경기학생인권조례의 사례에서 보듯이 실제 준수여부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명문화된 인권 보호 조항을 쟁취한 것에 대해 박수를, 그리고 최선을 다해 힘을 쓴 모두에게 찬사를.
 - 두리반과 명동해방전선 : 두리반은 결국 승리를 쟁취했고, 아쉽게도 명동은 세입자와 명동해방전선 등을 통해 뭉친 활동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패배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철거 투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던 사람들이 뭉쳤고,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립음악생산조합, 지잡동, 명동해방전선 등의 조직들은 이러한 경험이 없이는 결코 생켜날 수 없는 조직이었다. 제 2의 두리반, 제 2의 명동은 주변에 수두룩하다. 그리고 그렇게 조직된 그들은 다시 그쪽으로 몰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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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이슈 앤 베스트 : 영화, 주춤하는 대작, 꿈틀대는 독립


ISSUE

 - 대작들, 힘을 쓰지 못하다 : 설마 이렇게까지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CJ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작품 <퀵>, <7광구>, 쇼박스가 준비했던 <고지전> 등의 작품은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기거나 결국 달성하지 못한 채 흥행을 마무리하였다. (아직 섵불리 말하긴 힘들지만 CJ의 <마이웨이>, 롯데의 <퍼펙트 게임>도 곧 비슷한 열차를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충격이 큰 곳은 단연 CJ E&M과 JK필름. <해운대>의 성공을 <퀵>, 그리고 한국 최초의 IMAX 3D 영화 <7광구>를 통해 다시 한 번 즐기기를 기원했으나 2009년의 상황은 다시 재현되지 못했다. 오히려 당초 기대치가 낮던 영화들이 흥행의 단맛을 즐겼다. CJ E&M에서 배급한 <도가니>, <완득이>,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 <위험한 상견례>, <마당을 나온 암탉>, <최종병기 활>, 쇼박스에서 배급한 <조선명탐정 : 황금투구꽃의 비밀>, <의뢰인>, NEW에서 배급한 <가문의 수난 : 가문의 영광 4>가 그 영광의 주인공들이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퀵> - <고지전> 정면 대결의 사례처럼 무턱대고 상도덕을 어기고 맞붙어서 이렇게 된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2009년의 <해운대> - <국가대표> 쌍끌이 흥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씨네21>은 영화 배급사 · 투자사의 계량화된 작품 평가를 통한 제작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각본을 씬 단위로 나눈뒤 일정 점수가 넘어야지 통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감독과 각본진에 제약을 가져왔고, 자체 최종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은 결국 관객들에게 외면당했다. 2003년,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싱글즈>, <올드보이>가 같은 해 개봉해서 소위 '웰메이드' 영화붐이라 일컫는 시대가 탄생한 것엔 과연 계량적인 평가가 존재했을까. 영화 제작의 산업화, 분업화 속에서도 개성을 잃지 않는 작품이 필요하다.

 - 독립영화는 세상에 맞서고 : 이러한 와중 속에서 독립영화는 계속 생존의 길을 모색했다. 2009년 말 폐관된 인디스페이스는 폐관 당시 남겼던 'I'll be back'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였고, 끝내 결실을 보게 되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계속 모금을 받았고 관계자, 유명인사들을 설득해 발기인이 되게 했다. 이렇게 해서 다시 부활한 인디스페이스는 원래 12월 초 신촌 아트레온을 대관해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무산되고 대학로의 한 소극장을 대관해 내년 초 재개관할 예정이다. [한 가지 여담이지만, 다음 인디스페이스 발기인 명단을 잘 보면 (링크) 예상치 못했던 이름들이 눈에 보인다. 바로 지금은 사라졌지만 KBS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에서 왕비호 역할을 맡던 윤형빈의 뒤를 이어 '까도남'이라는 기믹으로 프로그램의 막을 내리던 개그맨 송영길이다. 이를 이용해 홍보했으면 참 재미있는 결과물을 낳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쉬운 일이다. 참고로 현재 인디스페이스 공식 홍보대사는 <방자전>의 류현경과 <파수꾼>, <고지전>의 이제훈.] 이에 휘말려 재개관하는 인디스페이스에서 행사를 열려고 했던 서울독립영화제는 CGV 압구정을 통해 부랴부랴 장소를 잡고 개최하였다. 뒤에서 BEST를 소개할 때 같이 소개하겠지만, 시의성과 독립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실험적, 자유적 시도를 가진 작품들이 계속 터져나왔다. 물론 한국 독립영화의 미래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공식적인 이유는 '리모델링'이었지만 영화사 진진이 동숭아트센터에서 운영하던 극장 '하이퍼텍 나다'가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혜화, 동>, <파수꾼>, <무산일기>, <북촌방향>, <돼지의 왕> 등이 호평을 받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작품들은 많은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수면 아래 가라 앉는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맞설수록 독립영화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커질 것이다.

 - 애니메이션과 다큐의 성장 : 특히 올 한 해는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소외받던 장르인 애니메이션과 다큐가 많이 나왔던 해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은 <집>, <소중한 날의 꿈>, <엄마 까투리>, <마당을 나온 암탉>, <홍길동 2084>, <돼지의 왕>. 이렇게 총 여섯 개의 작품이 개봉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 좀 더 먼 나라 미국 등에 비하면 한참 수가 모자라지만 작품들은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집>은 <파수꾼>과 함께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의 산물로 개봉한 작품으로써 실사와 2D 애니메이션의 조화를 이끌어내었다. <소중한 날의 꿈>은 긴 제작시간과 그림체 변경으로 작품을 기대하던 많은 팬들을 때로는 지치게 하고 때로는 의아하게 만들었지만 잔잔한 연출과 추억의 시대적 배경,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을 통해 비록 많은 관객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매니아층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동명의 원작을 토대로 영화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협업, 홍보가 좋은 흥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물론 이 흥행의 결과가 실제 제작사에게 온전히 흘러갔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링크)] <돼지의 왕>은 성인용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야하다는 생각의 틀을 깨는 동시에, 비록 손익분기점을 채우는데 실패했지만 한국에서도 강렬한 스토리를 원하는 팬이 존재하다는 사실을 상기하였다. <엄마 까투리>와 <홍길동 2084>는 왜 안하냐고? 두 개는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 지원 지역을 중심으로 개봉해 많은 관객을 모으지 못했지만 지역 영화의 흥행에 대해서 연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후자는 반면교사적인 의미에서 상기해야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보다 많은 제작비를 들여 제작되었지만 연출적인 면에서도, 내용적인 면에서도 결코 낫지 못했다. '지역 홍보'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지는 지자체의 지원이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려주었다.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다큐멘터리의 개봉도 활발했는데 올해 개봉한 한국 다큐멘터리는 다음과 같다. <쿠바의 연인>, <굿바이, 평양>, <아프리카의 눈물 : 극장판>, <바보야>, <소명 3 : 히말라야의 슈바이처>, <종로의 기적>, <트루맛쇼>, <오월愛>, <법정 스님의 의자>, <겨울냄새>, <환타스틱 모던 가야그머>, <술에 대하여 : 극장판>, <꿈의 공장>, <보라>, <훈장과 악동들>, <고양이춤>, <꿍따리 유랑단>, <하얀 정글>, <오래된 인력거>, <Jam Docu 강정>. 이 중에서 TV로 상영된 다큐멘터리를 극장판으로 재편집한 <아프리카의 눈물 : 극장판>, <바보야>, <법정 스님의 의자>, <술에 대하여 : 극장판>을 제외하면 다양한 주제를 시의성에 맞게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특히 <트루맛쇼>의 경우 예전부터 제기되어왔던 TV 맛집 프로그램의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해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다큐 내용을 토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실제 경고를 내리는 등 사회적 파장을 동시에 낳았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는 일반 상업 영화처럼 동시 개봉을 하지 못하고 인디/독립영화 전용관을 중심으로 근근히 상영되었으며 (참고로 이들 다큐멘터리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영화는 청학동 김봉곤 훈장의 예절 캠프를 다룬 <훈장과 악동들>이었다.) 많은 관객들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특히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재를 다룬 <오월愛>,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꿈의 공장>, 한국 산업안전보건의 실태를 통렬하게, 그리고 실험적으로 다룬 <보라>, 한국 의료/진료의 현실을 고발한 <하얀 정글>, 8명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다룬 다큐 <Jam Docu 강정>은 담고 있는 내용의 크기에 비해 상영관수는 너무나 부족했다. 앞서 다뤘던 독립영화의 상영실태와 엮어, 더 많은 다큐멘터리가 관객들에게 만날 수 있도록 해야한다.

BEST

가나다순으로 정렬했다. 정식으로 개봉한 영화에 대해서만 작성했다.

 - 댄스타운 (전규환 연출) : 성인 비디오를 보았다는 이유로 남편이 숙청당한 여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남한으로 넘어오지만 남한은 그녀에게 자유롭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친절해보이는 이는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고, 그녀와 만나는 사람들은 그녀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그녀와 지체 장애인 간에 벌어지는 마지막 씬은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바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 돼지의 왕 (연상호 연출) : 최규석의 우화에서 시작된 어린 시절, 그리고 중년이 된 지금을 잇는 끔찍하고 처절한 시나리오는 한국 애니메이션, 특히 성인 애니메이션에 있어 굵직한 발도장을 남겼다. 한국 사회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폭력은 개인에게 거대한 상처를 입히고, 상처입은 자들은 영웅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 영웅이 자신의 기대와 맞지 않는다면? '2011 이슈 앤 베스트 - 만화'에서도 소개한 최규석의 <지금은 없는 이야기>처럼 이 영화는 한국 사회에 대한 한 편의 잔혹 동화와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 무산일기 (박정범 연출) : 카메라는 탈북자 전승철에게 시선을 깊숙이 맞춘다. 남한에서 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과 그가 남한에 온 이유가 서로 겹치는 순간, 관객들은 남한과 북한이 모두 각박한 나라라는 사실을 깊게 인식하게 된다.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느낌으로 연출한 영화는 비록 픽션이지만 사실감은 어느 다큐멘터리에 못지 않다.

 - 보라 (이강현 연출) : 영화는 관객에게 불친절하다. 공장과 회사 곳곳을 카메라로 누비면서 한국 산업안전보건법의 실태,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현실로 쭉 흐를듯 하던 영화는 갑자기 서버회사에서 밤샘하는 노동자와 전자상가에서 하드디스크 복구를 원하는 손님, 리니지로 세상과 소통을 한다고 믿는 사람,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자신이 원하는 피사체를 얻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을 다룬다. 공장에서 벌어지는 인간 소외는 공장 밖에서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거칠지만, 얼핏 보기에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현실을 이은 통찰력은 대단하다.

 - 블라인드 (안상훈 연출) : 사고로 인해 시각 장애인이 된 여성과 눈은 보이지만 마음을 둘 곳이 없는 소년은 우연히 만나 이들은 노리는 위협에 맞서나가고 소중한 이들을 지킨다. 스토리 자체는 평범한 스릴러영화이지만 '시각장애인'이라는 특수한 소재의 사용과 적절한 연출은 영화는 평범치 않게 만들었다.

 -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아쉬가르 파르하디 연출) : 제목은 맥거핀인 동시에 작품의 맥락을 전달한다. 등장인물들은 진실을 말한다고 선언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은 인간의 본성을 담담하게 짚게 만든다. 이란의 시대적 현실과 맞물리는 진실 찾기는 비슷한 류의 작품 <의뢰인>,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보다 더 관객에게 강렬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 오늘 (이정향 연출) : 등장인물들이 단선적이고, 이야기가 작위적인 점이 흠이긴 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런 부자연스러운 힘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관객들이 보았어야만 했다. 폭력과 용서, 종교, 가정을 엮어 전개하는 영화는 올해 개봉한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에서는 직설적으로 파격적인 주장을 전개한다. 올해 묻힌 영화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영화.

 - 오월愛 (김태일 연출) : 기존의 다큐멘터리가 광주민주화항쟁 자체에 중심을 기울였다면, 이 작품은 항쟁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지난후 인식되는 항쟁에 초점을 맞춘다. 세상에 대한 변혁의 뜻이 담겼던 항쟁은 어느덧 상징이 되었고, 전남도청 별관 철거 소식이 들려오자 항쟁에 대한 인식들은 충돌과 갈등을 낳는다. 영화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현재에서의 재인식을 촉구한다.

 - 파수꾼 (윤성현 연출) : <파수꾼>은 한 소년의 죽음과 얽힌 두 소년의 궤적인 동시에 자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한 아버지의 추리극이다. 소년들은 각자의 이해와 얽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가져온 폭력은 결국 모두에게 정도가 다른 파멸을 가져 온다. 청춘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돼지의 왕>과 더불어 한국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 성격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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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이슈 앤 베스트 : 만화, 답보 속에서 시도를 모색하다


ISSUE

 - 서울문화사 순정만화지 <윙크>, 2012년부터 격주간에서 월간으로 전환 : 올해에는 다행히 폐간되거나 무기 휴간을 선언한 잡지는 없었다. 전통적인 만화 시장을 형성해온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 모두 잡지 판매고가 계속 떨어지는 와중에서도 그럭저럭 어떤 식으로든 버틸 줄 알았는데, 결국 올해 말이 되어서야 비보가 들려왔다. 편집부 측에서는 '한 달에 더 싼 가격으로 풍부한 페이지로 찾아간다' '디지털 콘텐츠에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 며 월간화를 애써 포장했지만 (링크) 결국 이 변신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서울문화사 측에서는 더 이상 <윙크>를 격주간 잡지로 운영할 여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흥미로운 사실인데 같은 회사의 소년만화지 <아이큐 점프>가 이렇다할 히트작이 <서울 협객전>, 그리고 일본 연재작 <블리치>, <소년탐정 김전일 SEASON Ⅱ>, <명탐정 코난>, <언제나! 원조괴짜가족> 정도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직) 월간화 선언을 하지 않은 반면 <윙크>는 <궁>, <탐나는도다>, <춘앵전>, <키친>, <마틴 앤 존>, <떳다! 무지개 상가> 등이 연이어 연재가 끝난지 얼마 안 되어 월간화를 선언했다. 현재 <윙크>에서 연재하는 작품들이 앞서 언급한 작품 만큼의 인기를 가지지 못하고 있으나, 나름대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정만화지, 나아가 장르만화지의 판매의 고달픔을 짐작할 수 있다. 2011년에도 잡지-장르만화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SYNC> 창간 1주년 +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 사람 사는 이야기> 창간 : 솔직히 말해서 <SYNC>가 1년이나 갈 줄은 몰랐다. 그런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던 것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매체 창간 지원을 받았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서 지원 이삼년 후에 겨우 잡지를 내었고 잡지 작가진은 나름대로 준수한 작가들로 메웠으나 인지도가 부족한데다가 홍보마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창간호의 편집은 십 여년간 만화 전문 출판을 해왔던 출판사의 잡지라 하기엔 너무도 미흡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SYNC>는 없는 살림을 어떻게든 일구어가며 미흡한 점을 고쳐나갔고, 어찌되었든 간에 <SYNC>는 2011년 동안 약속한 횟수 다섯 번을 모두 채웠다. 중간에 '편집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발간시일이 하염없이 미뤄질 때도 있었지만. 그러나 <SYNC>의 갈 길은 아직 멀다. 다른 만화 잡지에 비하면 뭔가 부족한 편집, 방치 수준에 가까운 홍보와 운영. (대원-학산-서울의 만화잡지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트위터/블로그/카페를 통해 '돈이 안 드는' 홍보를 계속 해왔다.) 이 두 가지의 해결이 있지 않고서는 <SYNC>의 길고 오래 가는 생존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만화계에서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정연식의 <달빛구두>, <더 파이브>를 출간해 유명한 휴머니스트 출판그룹이 청강문화산업대학 박인하 교수와 공동으로 기획해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 사람 사는 이야기>로 만화잡지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부제에서 알 수 있지만, 이 만화잡지는 '다큐멘터리 만화', 즉- '르포 만화'를 표방하는 잡지이다. 최규석 · 유승하 · 최호철 · 정구미 등 대안 만화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작가와 웹툰 작가를 우선 배치하였다. (단, 최호철은 일전에 <코믹 무크 01 : 밥>에 실었던 단편을 그대로 게재하였다.) 박인하 교수는 개인적인 목표 판매 부수를 5,000부로 밝혔으며 (링크) 그 바람대로 현재 <사람 사는 이야기>의 판매는 순항을 타고 있다. 단, 창간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두 잡지 각각의 생존신고와 탄생신고가 의미하는 점은 대체 무엇인가. 두 잡지 모두 장르만화와는 거리가 멀으며, 잡지에 연재하는 만화가들 역시 <사람 사는 이야기>의 정구미, 신명환 등을 제외하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작가라 지칭하긴 어려운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신 두 잡지는 하나는 인문성, 하나는 르포성을 강조하며 인문학과 사회 현안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자신들의 판으로 끌어모으려 시도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SYNC>는 일 년을 버티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허점이 많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는 적어도 창간 일 년 여간은 지켜봐야 더 깊은 평가를 낼 수 있을듯 하다. 장르만화 잡지가 답보를 보이는 와중에, 이러한 시도는 과연 어떤 성과를 보일 것인가. 2012년의 귀추가 주목된다.

 - 계속되는 단행본 가격 상승 :  예전에 한 번 말을 꺼낸 적이 있었지만 (링크) 결국 예상대로 2011년 만화책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조짐이 여기 저기에서 드러났다.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 곳이 대원씨아이였는데, 인기 만화 시리즈 <원피스>, <NARUTO - 나루토 ->의 신간을 내는 동시에 구간을 재출간하면서 가격을 5,000원으로 인상했다. 당연히 인터넷 여기 저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으며 누군가는 '이러니 스캔본을 볼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원서를 사서 보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만화책 상승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화 3사 중 가장 먼저 고가 만화 브랜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대원씨아이는 '미우'는 이미 <심야식당> 등의 작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고, 학산문화사의 고가 브랜드 '시리얼'도 비슷한 형국이다. 아예 고가 만화 브랜드 세 개를 만든 (마녀의 책장, J-TOON, ARU) 서울문화사는 말 할 것도 없다. 시공사는 이미 일부 구판 도서를 제외한 나머지 만화책들은 전부 5,000원 이상으로 발간한지 오래다. 이미 박리다매형 시스템은 거의 무너진지 오래고, 그 시스템을 받치던 하나의 축인 대여점 역시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단행본의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고, 그게 짜증나서 스캔본을 보거나 원서를 사볼수록 아마 가격 인상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두의 자업자득이다.

 - <신과 함께 : 저승편> 일본판 저작권 단속 선언, 그리고 파장 :  (링크) 달리 할 말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현재 일본 스퀘어에닉스 사의 만화 잡지 <영 간간>에서 편집자로 근무 중인 이현석 씨가 최근 동지에서 연재를 시작한 주호민 원작의 <신과 함께 : 저승편> 리메이크 작이 한국 인터넷 등지에서 스캔, 혹은 스캔본에 식자를 입힌 소위 '대패판'의 유통에 대해서 스퀘어에닉스 차원에서 단속을 하겠다고 밝히자 여기저기에서 암약하고 있던 자들이 발끈, 댓글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와중에 한 출판사 직원이 불법 다운로드 사실을 밝혀 빈축을 샀고, 덕분에 이 사건을 통해서 한국의 콘텐츠 인식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두가 단적으로 알게 되었다. 물론 '스캔본만 없애면 만화 시장이 살아난다' 식으로 가는 것은 무척 곤란하겠지만, 그와 별도로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얻으며 생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밑에서 노동-원고료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언급하겠다.) 최근 게임계에 만연한 '유저 자체 한글화'와 맞물리는,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다.

 - 앱스토어를 통한 만화 유통 시도 : 한 때 기대를 한껏 자아냈던 전자책이 기종의 난립과 컨텐츠 확보, 구매 등의 문제로 답보를 보이는 와중에 만화계는 아이폰 · 안드로이드폰 같은 스마트폰의 보급을 이용한 시도를 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MANHWA' 앱을 한국/해외 앱스토어에 출시하는 한편, 윤태호 · 박산하 등의 만화가가 독점적으로 작품을 연재하게 만들었다. 대원씨아이는 <데드맨 원더랜드> 등 자사가 보유한 한국 · 해외 만화를 지속적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출시했으며, 또한 서울문화사 · 학산문화사 역시 올해 말 ~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앱 출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미 한국 내에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된 만큼, 잘만 시도를 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BICOF를 통해 나온 '스마툰', 그리고 삼성전자가 마케팅용으로 기획 · 유포한 것으로 보이는 '탭툰' 류의 수식어는 결국 허울에 그쳤다. 수식어에 집착을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독자에게 잘 다가설 수 있는 앱을 만들어야 할 때. 'MANHWA' 앱을 사용해서 만화를 본 결과, 전체적인 인터페이스나 결제-구매목록 관리-감상 등 전체적인 부분 모두 총체적으로 불편했다. 어떤 단어를 만들기를 고민하기 전에, 이것부터나 제대로.

 - 만화진흥법 통과 : 첫 초안이 작가들에게 거부되고, 다시 작가들의 주도로 초안이 만들어지고, 공청회를 거치고 한미FTA 날치기 통과로 인한 국회 파행 사태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만화진흥법이 (정식 이름은 '만화 진흥에 관한 법률') 12월 29일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법안의 골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만화 관련 정책들을 (예산 지원, 저작권 보호, 작가-작품 관련 정책 등) 수립하도록 한 것. 분명 지금까지 만화는 국가적 차원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 분류 중 하나로 지원을 받았으니 큰 변화라 할 수 있겠지만, 칭찬은 여기까지. 문제는 어떻게 이 법이 쓰이냐는 것이다. 2월 국회 공청회에서도 이야기가 나왔고, 국회 내부 심사과정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단순히 지원적 측면에서 보자면 중복 지원의 위험성을 가진다. 이미 한국콘텐츠진흥원,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산하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부천시 산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을 통하여 계속 만화 관련 지원은 이루어졌었기 때문. 따라서 만화진흥법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일들을 (심의 문제, 노동권 문제 등) 처리하도록 나가야 한다. 그러나 심의 관련 조항은 작가들 자신이 '어째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심의해야 하냐'는 이유로 사라진지 오래고, 노동권 문제는 별로 이야기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법안 제정에 힘쓴 만화가들은 만화진흥기금 설치와 한국만화자료원 등을 쟁취에 힘을 쓰고 있다. (링크)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하긴 어렵지만, 뭔가 중요한 부분을 보지 못한다는 느낌.

 - 만화가 고료 문제, 그리고 건강 :  만화진흥법 추진 관계자들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청회 과정을 거치면서 알음알음 이야기되오던 만화가 고료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 2월 국회 공청회에서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작가 원수연은 출판사의 계약 횡포 등을 지적했으며, 질의 응답 시간에 <야뇌 백동수>의 글 작가 이재헌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금이 어떤 식으로 작가에게 쥐꼬리만하게, 그것도 매우 늦게 들어오는지와 드라마화 계약 과정에서 출판사의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음을 지적했다. 공청회에 배포된 자료집과 발제에서는 네이버 / 다음 / 야후의 평균 원고료를 게재해, 웹툰 작가들의 생계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작 제정 작업에 참여한 만화가나 만화진흥법 통과를 환영하는 작가, 평론가, 칼럼니스트 사이에서 정작 이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하기사 그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었지만.) 만화연구가 김낙호 선생 정도만 지속적으로 만화가 길드 등으로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 만화가들의 문제 인식과 결속, 행동이 필요하다.
 또한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틴 스피릿>을 학산문화사 <파티>에 연재하던 김지은 작가의 사망, <셜록>을 동잡지에 연재하던 권교정 작가의 암투병 등등 만화가들의 건강과 관련된 안 좋은 소식이 2011년 한 해를 감쌌다. 암이 꼭 생활고 때문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연이어서 만화가들이 각종 질병에 걸리는 것에 열악하고 고된 작업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 일본에 진출한 만화가, 그리고 책임 갈등 : 몇 년전부터 윤인완 · 양경일, 박무직, 임달영, 박성우등의 해외 연재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한국 장르만화의 침체, 답보가 이어지면서 어느덧 만화가 지망생들 사이에 일본 데뷔는 자연스럽게 데뷔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 때마침 윤인완 작가의 스튜디오 YLAB, 대유스토리박스 등이 트위터를 만들어 (덧붙여 예전부터 블로그, 지면 등을 통해 일본 진출에 대해 이야기해왔던 스퀘어에닉스 <영 간간> 이현석 기자까지) 지망생들과 만화계 관계자, 독자들에게 일본 진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데뷔할 지면이 계속 줄어드는 입장에서 이러한 선택은 자연스러운 귀결이겠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입장들을 통해서 예전부터 있었던 '한국 만화계의 현 상황에 대한 책임 갈등'이 심화되고 말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야후>, <이끼>의 윤태호 작가와 서울문화사 <윙크>의 오경은 편집장 간의 지상 갈등이다. 윤태호 작가는 <씨네21 만화특별판 : 가을호>에 수록된 봉준호 감독, 강풀 작가와의 대담에서 '일본에서는 만화 작가들에게 헬기까지 지원해준다.'는 등 간접적으로 한국 만화 출판사에 대한 비판을 했으며 (링크) 이에 대해 오경은 편집장은 <윙크> 12월 1일호 후기 지면을 통해 '적자를 보는 와중에서 연재 지면을 마련해주고 단행본까지 내주었다. 이건 지원이 아닌가.'며 강하게 불편함을 드러내었다. 대유스토리박스 공식 트위터는 계속 '만화의 정의'를 운운하며 컬러 만화는 별 의미가 없으며, 한국 만화의 문제는 편집자에게 있다고 단정을 내리고 있다. 박무직 작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신과 함께 : 저승편> 일본판 스캔본 문제를 말하며 잠시 언급했지만 결국 이런 식의 책임 전가는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 일본에 진출한 작가/에이전시가 출판사에 책임을 지우자, 출판사는 간접적으로 작가와 독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독자는 다시 출판사와 작가, 그리고 스캔본과 대여점에 책임을 전가한다. 이미 여러 차례 분석으로 한국 만화의 현 상황이 한 측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상황이 드러난 만큼, 이런 식의 푸념은 결국 제 살 깍아 먹기에 불과하다. 카툰부머 정도를 빼면 만화 관련 단체도 친목단체로 전락한 지금, 다시 한 번 모여서 고민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BEST

가나다순으로 정렬했다.

 - 게릴라들 : 총을 든 사제 (르파주, 이성엽 옮김, 씨네21북스, 단권) : 라틴아메리카를 휩쓴 혁명의 물결과 그에 참여한 개인을 통해 시대적 상황을 그려내고, 혁명 속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개인의 모습을 통해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혁명과 동성애, 종교를 한데 엮는 작가의 솜씨는 무척이나 재치있는 한편 독자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 국립경제자유고등학교 세실고 (양혜석 글 · 타파리 그림, 대원씨아이, <코믹챔프> 연재, 현 2권) : 웹툰에서 곧장 잡지로 들어온 수작. '경제자유'라는 이름을 외치는 고등학교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축소판. 온갖 음모가 판을 치며 권모술수에 능한자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에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 간에 벌어지는 생존 투쟁은 독자의 가슴을 씁쓸하게 하면서도 통쾌함을 불러 넣는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경제 배틀은 작품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한다. 사회-경제,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를 적절하게 조화시킨 작품.

 -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 비아북, 프레시안 · 알라딘 연재, 현 3권) : 김태권 특유의 시의적인 농담, 그리고 십자군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해석이 3권 발매와 함께 현 시점에 맞추어 새롭게 일신되어 나왔다. 거칠었던 부분이 좀 더 다듬어지고, 작가의 실력은 한층 더 상승하였다. 현재 4권 분량의 내용이 알라딘에서 연재 중. 작가가 벌려놓은 작업이 많아 불안하지만,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가득해 오랜 세월 기다릴 가치는 충분하다.

 - 다이어터 (캐러멜 글 · 네온비 그림, 중앙북스, 다음 만화속세상 연재, 현 2권) : <미스 문방구 매니저> <셔틀맨> 등을 통해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재미있으면서도 이야기의 핵심을 놓지 않던 작품을 선사하던 콤비, 다이어트라는 소재를 통해 웃음과 정보를 주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로맨틱 코미디적 측면에서도, 정보적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없어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바로 돋보이는구나.

 - 데빌맨 (나가이 고, 오주원 옮김, AK커뮤니케이션, 전 4권) : 나가이 고의 작품 세계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작품이 오랜 세월이 지난 끝에 드디어 한국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단연 BEST감. 단 한 컷의 삭제, 화이트컷이 없는 작품이라는 사실에 아직도 기뻐해야하는 것이 슬프긴 하지만. <게게게의 기타로> 등 일본 고전 만화 작품 발간을 계속 하는 AK커뮤니케이션에 감사의 박수를.

 - 도사랜드 (이원식 글 · 두엽 그림, 발해, 다음 만화속세상 연재, 현 1권) : ExCF에서 '광합성군'이라는 닉네임으로 스토리텔링에 두각을 보이던 스토리 작가, 개성있는 스타일을 지닌 그림 작가, 여기에 <머털도사>, <옛날 옛적에> 등을 통해 익숙한 전통적인 소재 '도사'가 힘을 합친 독자에게 왕도적 재미를 선사하는 만화. 매화마다 독자의 눈과 마음을 쫑끗하게 만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림체에 비해 의외로 강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휴머니스트, 현 18권) :  2003년부터 시작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어느덧 단 두 개의 권만 남겨두고 있다. 팔 년여동안 뚝심있게, 그리고 진득하게 조선왕조실록을 분석해 만화를 그린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는 한편, 최근 발간된 18권을 통해 드러난 작가의 조선왕조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은 필견. 작가가 왜 오랜 세월동안 실록을 만화로 그려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 살인ㅇ장난감 (꼬마비.노마비, 애니북스, 네이버 만화 연재, 전 3권) : 꼭 하드보일드한 그림체로만 하드보일드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뜻 보기엔 작고 귀여운 그림체, 그리고 가끔씩 튀어나오는 실사적 그림체를 통해 우연하게 악인을 죽이는 다크 히어로가 된 남자와 그를 잡으려는 남자 사이에 이야기를 강렬하게 풀어 헤친다.

 - 셜록 (권교정, 학산문화사, <파티> 연재, 현 2권) : 권교정 작가의 오랜만에 잡지에 연재를 시작한 장편. 작가의 셜록 홈즈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는 한편, 유행어를 사용하는 등 19세기의 작품을 현대의 분위기에 맞춰 재해석한다. 여기에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등으로 드러난 작가 특유의 센스까지 겹치니 금상첨화. 작가가 최근 대장암 치료를 받느라 연재를 중단한게 아쉬울 따름이다. 꼭 완치해 완결까지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 신과 함께 : 이승편 (주호민, 애니북스, 네이버 만화 연재, 전 3권) : 우리가 살고 있는 이승을 다룬 만큼 '저승편'보다 한층 더 강하게 우리의 주변과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연결짓는다. 특히 (작가가 이를 염두에 두고 소재를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두리반, 명동 철거민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던 시기에 맞물리면서 작품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와중에 몇몇 이들은 작품에 대해서 '편향적'이라는 말을 꺼내긴 했지만, 딱히 상대할 가치는 없는 반응이다. 곧 있으면 연재될 '신화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

 - 실종일기 (아즈마 히데오,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단권) : 단순히 한 만화가의 방황과 기행을 다룬 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 (아, 물론 그렇게 이해하고 봐도 재미있지만.) 작가가 당시 자신의 심리와 더불어 사적인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코믹한 터치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이 블랙 코미디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한편 주변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 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사계절, <고래가 그랬어> 연재, 단권) : <고래가 그랬어>에서는 <최규석의 우화>로 연재된 최규석의 기존 우화를 다시 한 번 자신만의 색채로 재구성한 우화. 동시에 작년에 발간된 동 작가의 작품 <울기엔 좀 애매한>에 이어 사계절이 '1318 만화가 열전'으로 만화를 내는 두 번째 작품. 최규석의 우화는 때로는 시니컬하면서도, 때로는 날선 태도로 현실을 우화에 빗대어 냉철하게 바라본다. "이 작품이 먼 훗날 누가 만들었는지는 잊혀지더라도 우화가 되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이 우화는 계속 알음알음 계속 이어져올 것같다.

 - 촤르륵 클로즈업 (김문식, 서울문화사, <아이큐 점프> 연재, 현 2권) : 오랜만에 한국 장르만화 잡지에 나온 청춘 드라마. 성실한 성격을 갖춘 남자를 우연하게 만나게 된 여자가 계속 만나게 되면서 인연을 가지게 된다는 내용은 흔하지만, 현재 한국의 현실과 조합하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작품성에 비해 많이 묻히는 것이 아쉬운 작품.

 - 피터 히스토리아 (교육공동체 나다 글 · 송동근 그림, 북인더갭, <고래가 그랬어> 연재, 전 2권) : <고래가 그랬어>에서 연재가 끝나고 이삼 년여의 세월이 흘러서야 겨우 단행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역사를 다룬 만화책이 영웅과 굵직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피터 히스토리아>는 '히스토리아'라는 이름처럼 역사 속을 계속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소년, 그리고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시선으로 역사를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만든다.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된 작품답게, 어린이용으로 기획된 작품이지만 내용은 결코 어린이에 한정되어있지 않다. 일부 고증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민중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역사가 무엇인지를 일깨우고 싶다면 꼭 보기를.

 - 할시온 런치 (시무라 히로아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현 2권) : <무한의 주인>으로 인해 하드보일드 이미지로 유명한 작가는 <이사>, <시스터 제네레이터> 등을 통해 이미 자신의 개그 센스를 드러내었고 결국 이 작품을 통해 센스가 대폭발하고 만다. 각종 SF적 상상력, 종잡을 수 없는 전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뭔가 하나같이 맛이 가있는 등장인물은 작품을 폭발적으로 (그리고 '병맛'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전개로) 이끌어 나간다.

 - 휴대퐁 조이 (박대근, 대원씨아이, <코믹챔프> 연재, 현 2권) :  학산문화사 <부킹>에서 메카닉물 <유제트>를 연재했던 작가의 코믹물. 인간형 휴대폰 '휴대퐁' 시리즈들과 주인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이 독자를 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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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보다 2011/12/13 12:56

[성명] 서울학생인권조례는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어야 합니다.

공현 님께서 트위터로 '글 쓰셨나요?'라고 멘션을 보내는 바람에 결국 요청때문에 글을 쓴 것으로 비춰졌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별 상관은 없는 거겠죠. (어허)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힘겨웠던 주민발의를 거쳐 겨우 서울시의회에 안건이 올라왔고, 곧 통과될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대로 교총을 위시한 각종 보수단체에서 부결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고 (링크) 이외에도 원래부터 학생/청소년 인권에 별 관심이 없었던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학생들이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부여되는 각종 자유는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국민일보) '학생들은 이미 교실을 무법천지로 만들었으니 퇴학을 시켜서라도 교권을 확립해야 한다.' (중앙일보) '학생인권조례가 학교붕괴를 가속화시킨다.' (동아일보) 등등의 사설, 기고를 게재하고 있죠. 글쎄, 이러한 말들에 대해서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정도는 묻고 싶습니다. 지금도 학생/청소년들이 학교와 집안에서 개같이 맞고 인권이 제약되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는데 왜 학교와 집안이 붕괴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튼 이 글은 몇 분전 서울특별시의회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링크) 예정대로 의회 일정이 진행된다면 12월 19일에 서울시의회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의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는 군요. 아무런 수정 없이 통과되어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의, 경기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조례의 맛을 느꼈으면 합니다. 물론 성명에 쓴대로,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조항으로써 규정된 권리는 권리를 뒤집어 엎으려는 사람들에 대한 큰 방어벽이 되겠죠. 또한 더 나아가서,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짧더라도, 마음을 전달하는 글이 서울시의회의 자유게시판에 올라간다면 혹시 몰라요. 의원들이 무수한 찬성 의견을 보고 깜짝 놀라 어물쩡 넘어가려는 생각을 접게 될지. 시간을 조금만 내셔서 서울특별시의회 자유게시판에 찬성하는 글을 올려주세요. 아무쪼록, 잘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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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인터넷에서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수정되어 통과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많은 시간 동안 참여하지 못했지만 추운 겨울 내내 한 장이라도 서명을 더 받기 위해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문득 생각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왜 따뜻한 방구석에 있지 않고 한기를 견디면서 서명을 받아야 했을까요? 한국에서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기본권이 학생, 청소년에게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을 하루 빨리 바꾸고 싶어서 였을 것입니다. 물론 경기도와 같이 교육감이 '친히' 조례를 시행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기다리지 않고 성공하기 쉽지 않은 주민발의라는 길을 택한 것은, 학생/청소년 인권을 생각하는 서울시민들이 최소한 1%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조례과 통과된 이후에도 이 1%의 사람들을 위하여 냉철하게 조례를 집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을 것입니다.


저는 만 21세의 성인입니다. 이미 청소년이라 불리기에 한참 지난 나이이며, 현재 서울에 소재하는 한 대학을 다니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서울시에서 빨리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기를 염원하는 것은, 제가 청소년 시기에 겪었던 많은 차별과 인권 침해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고 지금 서울시, 나아가 한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더이상 인권 침해를 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청소년이 어떤 위치에 속하시는지는 이미 청소년 시기를 겪은 서울시의회의 의원 여러분과 이 글을 읽을 청소년, 어른 모두가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명문 대학 입학과 '보호'라는 이름의 압박 속에 자유와 권리가 제약되면서, 정작 자신들과 관계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교육감/교육위윈/기타 국회의원, 지역의원 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서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청소년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선 계속 학생/청소년 인권을 증진시키고 침해하는 것들에 대해서 하루 빨리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UN에서 권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적미적거리면서 학생/청소년 인권에 대한 법을 제정하기는 커녕 집요할 정도로 보호에만 치중해왔던 것이 한국의 학생/청소년 인권의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 년 전 경기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습니다. 교육청에서 주도한 조례이고, 처음 제정되는 학생인권조례인 관계로 미흡한 부분도 많고 삭제된 부분도 많지만 이 조례가 통과되면서 경기도에 거주하는 학생/청소년은 처음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명문화된 조항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가 시작되었고, 얼마 전에는 광주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를 받거나, 통과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죠. 당장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된다고 해서 일선 학교현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인권침해가 근절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린애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길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눈과 귀와 손과 발을 에워 싸는 지금의 현실은 아마도 몇 십년 동안 청소년과 친권자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있어야만 해소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례를 원하는 사실은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자신들의 권리가, 자신들의 인권이 어떠한 조항에 의해 공식적으로 보장을 받고 있음을, 그리고 조항에 그치지 않고 결국 자신들의 숨막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학생/청소년 인권의 흐름이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기 위해, 저는 서울시의회가 빠른 시일 내에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통과, 그것도 무수정으로 통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에 보았던 기사에선 일부 단체가 서울 학생인권조례 안의 성적 지향 보장에 대해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한다며, 이외에도 문제시 되는 부분을 삭제해서 통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실려있었습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요구입니다. 언제부터 권리와 인권이 보기 싫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이유로 보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것이었습니까? 이 땅에 사는 모두는 성별, 나이, 학력, 직업, 계급, 계층, 주거지, 외모, 종교, 사상, 성적 지향의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그것은 학생/청소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빠른 시일내에 조례가 통과되어, 조금이나마 서울에 사는, 나아가 한국에 사는 학생/청소년에게 드디어 이 땅에서도 자신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싹이 피어났다는, 그런 희망이 소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만약 이러한 염원을 무시한다면, 학생/청소년- 그리고 그들의 권리 보장을 희망했던 저를 포함한 모든 이가 결코 그 사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염두하고서 한 광역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표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데 앞장서는 역할을 맡은 의원으로써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잘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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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크코트> : 신의 뜻대로


밍크코트 Jesus Hospital
연출 신아가, 이상철 | 출연 황정민, 김미향, 한송희

<밍크코트>는 한국에서 뜨거운 쟁점인 종교(특히 기독교)에 대한 영화이자 관객을 긴장하게 만드는 스릴러인 동시에 한 집안에 있던 갈등이 어떻게 폭발적으로 드러나고 어떤 식으로 봉합되는 지에 대해서 그린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전부 종교에 얽혀 갈등을 입었거나 입고 있는 상태이다. 집안형제가 자신과 다른 교회에 다닌다는 소문이 돌면 눈을 부릅뜨며 의심하고, 무교인이나 다른 종교를 믿고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면 상대를 쉽게 한 집안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영화 속 모습은 현실에서 한국 개신교가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을 거의 똑같이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노모가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6개월 후 의사가 더 이상 살아날 기미가 없다고 판정한 순간 모든 상황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의사가 판정을 내리자 마자 집안 사람들은 서둘러 노모의 산소 호흡기를 제거하려고 하고, 집안에서 배척받고 있는 둘째 딸 현순은 자기가 다니는 (다른 이들에게 이단이라는 말을 듣는) 교회 사람에게 노모가 곧 살아날 것이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어떻게든 의사와 다른 가족이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단순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벌어진 갈등은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가족들이 종교와 관련해 가지고 있던 갈등과 배신이 서서히 드러나게 만드는 장치로 쓰인다. 그리고 결말부에서 현순에게 다시 내려진 신의 계시와 가족의 선택은 종교가 진정으로 가야할 부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최근 들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 내 종교 갈등은 종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특정 종교에 대한 비난에 그치고 있고, 합의점과 도출을 찾지 못한 갈등은 점차 화약고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는 대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작중 현순에게 내려진 신의 계시는 처음에는 관객으로 하여금 기독교 광신자의 행태를 상징적으로 체험하게 하지만, 극중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녀가 왜 신에게 맹목적으로 의지하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든다. 결말부로 갈수록 점차 비판과 시선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결코 쉽지 않는 주제를 몰입감있게 만든 것은 연출과 각본의 힘일 것이다.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나 종교를 광적으로 믿는 이 모두에게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곱씹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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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컬쳐파티> : 한국에서 자립하며 살아가기

뉴타운컬쳐파티 New Town Culture Party
연출 정용택 | 프로듀서 이상욱

한국에서 '뉴타운'이라는 단어는 대체 어떻게 쓰이는가? 영어 그대로 직역하면 '새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얄궂게도 재개발 이후 세워지는 아파트 단지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인다. 자본의 욕망들이 모여 탄생한 이 성채에는 당연히 기존에 살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시도를 할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 가지가 존재한다면 기존에 있던 모든 것들이 자본에 의해 더 증폭되어 새롭게 태어날 무언가이다.

정용택 감독의 다큐멘터리 <뉴타운컬쳐파티>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두리반 건물 및 그 주변에서 개최된  (2012년에 다시 열릴지 아직 가늠을 잡을 수 없는) 동명의 음악 행사와 그 행사를 토대로 세워진 대안 음악인들의 모임 '자립음악생산조합'(http://jaripmusic.org/), 그리고 철거의 위협에 맞선 홍대 두리반-명동 재개발지구의 사람들을 담고 있다. 영화는 2년 간의 궤적을 담으면서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회기동 단편선, 야마가타 트윅스터, 박다함 등의 대안 뮤지션들과 두리반을 운영했던 유채림, 안종녀의 행동과 감정으로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해있는 현실과 그것에 대한 저항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두리반이 강압적인 철거 요구와 불합리한 배상을 받고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사정이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의 매체에 보도되면서 모인 음악인들은 홍대 근처에서 음악을 하고 있지만, 소위 말해 '먹히는' 음악을 하는 이들이 아니다. 장르는 포크, 락, 메탈, 일렉트로니카 같이 제각기 다르지만 실험적이거나 때로는 재치있거나 때로는 사회를 꼬집는 음악을 한다. 사회에서 소외된 음악인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만나 연대를 시작함으로써 더욱 강한 색채를 지닌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비슷하게 소외되어 있으면서도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예술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다시 소외를 받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을 원한다. 똑같은 행사를 나가도 대중가수보다 적은 출연료를 받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노래패 꽃다지의 증언이나, 초청을 받고 나간 비정규직 문화제에서 공연을 보던 사람들이 서서히 자리를 비우기 시작하다가 끝내는 대부분 자리를 비운 것을 비추는 모습은 소외받는 자들 사이의 소외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다큐에 등장하는 이들은 이러한 내부 소외를 소수자들끼리의 연대로 풀어나가기를 시도한다. 투쟁기금을 모으고 뮤지션들이 한 곳에 모여 공연하기를 위해 열린 '뉴타운컬쳐파티 51+'를 통해 모인 사람들의 일부는 문제의식을 갖고서 다시 두리반에 모이고, 두리반에 모였던 사람들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명동으로 달려가 카페 마리에서 용역들과 대치하고 불침번을 선다. 쉽게 끝나지 않을 폭력과 소외의 악순환 속에서,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대를 시도하고 함께 하면서 답을 찾아 나선다. 마치 이 다큐의 제작비가 인터넷 후원 프로젝트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모집되었던 것처럼 (http://tumblbug.com/ntcp) 자본에 저항하지만, 행동을 하려고 해도 자본이 있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최대한 유쾌하게 풀려는 시도들이 모인 '뉴타운', <뉴타운컬쳐파티>는 그런 사람들을 그려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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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공지사항 2011/12/12 06:40

S-1 in 서독제 2011

<S-1>은 현재 서울독립영화제 2011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건강 사정, 기타 학내 문제 등으로 인해 매일 취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계속 끝날 때까지 취재해 좋은 기사를 선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 2011 : 내년부터는, 더 자립적으로

장편경쟁5 <뉴타운컬쳐파티> : 한국에서 자립하며 살아가기
장편경쟁7 <밍크코트> : 신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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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2011 : 내년부터는, 더 자립적으로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가 더 이상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리지 않게 된지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서독제는 2009년 이후로 각종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받던 지원금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2010년 서독제부터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로 올라와 있지 않다.) 인디스페이스는 지원금의 중단과 함께 명동 일대가 재개발 예정지로 선정되는 덕분에 원래 입주하던 중앙시네마에서 스폰지하우스와 같이 빠져나와야 했다. (이는 2011년에 카페 마리-포탈라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철거 저항 운동과 맥락을 같이 하는 사건이다.) 지원금이 끊기면서, 그 전까지 정부에 의존해 행사를 개최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지만 당장 다가온 자금적 압박은 서독제의 존속에 심각한 부담을 가져왔다. 공간이 없어지면서, 인디스페이스보다 상대적으로 부자유스러운 환경 속에서 영화제를 치뤄나가야 했다.[각주:1]

인디스페이스가 문화인들의 후원과 부활을 기대하던 사람들의 후원으로 신촌 아트레온에 다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서독제 집행위원회 사람들은 잠시나마 새롭게 열 인디스페이스에서 영화제를 할 기대에 차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개관 자체가 내년 1월로 미뤄졌을 때 조영각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 설령 내년부터는 인디스페이스/아트레온에서 행사가 열린다 하더라도 서독제의 앞날은 아직도 가시밭길이다. 협찬 스폰서를 모으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상시적 후원모임 '인디당'을 모집하는 등 자금 모집 시도가 있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이런 상태가 뜻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서독제가 관객들의 부응을 맞추지 못해 위기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비슷한 어려움에 있는 대안 문화 운동을 살펴보면 이는 한국의 문화 운동 자체가 처한 어려움의 단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서독제에서 상영하는 <뉴타운컬쳐파티>는 무척 상징적인 영화이다. '독립'과 '인디'라는 이름이 음악에서 단순한 마케팅 요소로 전락하고, 정작 '독립'과 '인디'를 외치는 이들보다 더 자본에서 독립된 시도를 하는 음악인들은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정용택 감독은 두리반 현장, 그리고 카페 마리의 현장과 함께하고 '조합'을 세워 '자립'을 고민하는 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태생적으로 자본에 독립적일 수 밖에 없고, 날이 갈수록 자본과 멀어지는 서독제는 어떻게 자립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대한 고민이 서독제, 독립 영화, 그리고 독립 문화판 전체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다.

 

  1. 1. 올해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로, 2011년 12월 10일 <뉴타운컬쳐파티>의 상영이 끝나고 GV가 진행되던 중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이유로 CGV 압구정 측에서 극장 내 조명을 내렸던 적이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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