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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보다 2011/01/14 16:25

"419혁명공로자회의 신작 아케이드 게임" 해설편 + 그리고 게임위

- 419혁명공로자회의 신작 아케이드 게임, 본 블로그, 2010년 3월 13일

지금은 방치한 전 텍스트큐브 블로그에 갑자기 사람이 많이 들어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까, 위에 연결고리를 (텍스트큐브 링크로는 걸지 않았습니다. 28일 이후에는 사라질 예정이니까요.) 걸어 놓은 포스팅을 1) DVD프라임에 올라온 게임위를 성토하는 개발자의 글에 누군가 댓글에 연결고리를 걸었고 2) 아마도 그 댓글을 보신 분이 트위터 멘션으로 퍼트리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많이 왔던 것이었습니다.

약 일 여년 전에 쓰인 글이 다시 주목받는 기분이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음 view의 멘션 확인 기능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를 보니 '게임위는 사행성 게임을 마냥 내버려두고 있다. (이 글을) 보라! 별주부전 같은 사행성 게임이 전체 이용가를 받고 통과하고 있지 않느냐!' 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더군요. 게임위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사행성 게임 단속이긴 하나 자체 단속 권한이 없어 사행성의 여지가 큰 게임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매기거나 정도가 심한 게임의 경우 등급 분류 거부 / 취소를 내리는 것 외에는, 통과한 게임의 위변조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실정이죠. 여기에 최근 터진 아마추어 게임 등급 분류 사태나 심의료 대폭 인상 문제 등 게임위를 깔 부분은 수두룩 합니다만, 일단 여기서는 제 글에 관련되어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보자 합니다.


1) 왜 사행성 게임에 전체 이용가 등급을 준거냐! 비리가 있는 거지!
저야 검찰이나 경찰이 아니기에 게임위 사람들이 정말 비리를 저지르는 지는 모릅니다. (…) 다만, 이 부분을 비리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 등급 분류의 문제로 이해하려면 현재 한국의 아케이드 심의 분류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본문에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한국의 아케이드 게임 분류는 단 두 가지 입니다. 전체 이용가 / 청소년 이용 불가. 여기서 이런 반론이 나올 수 있겠군요. "아니, 왜. 온라인 게임이나 비디오 게임, 모바일 게임에는 전체 / 12세 / 15세 /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나눠져 있으면서 아케이드는 왜 이따구야!" 그렇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제 아케이드 게임장 (=오락실) 에서 사장이나 알바를 동원해 게임기 앞에서 세부적으로 나이 단속을 하는게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생각해봐요. 만약 어떤 아케이드용 게임이 15세 이용가를 받았다 쳐봅시다. 그리고 이제 각 게임기 앞에서는 이런 실랑이가 벌어지겠죠. "어, 학생. 신분증 좀 꺼내봐. 이 게임은 15세 이상 아니면 못 해." "아, 귀찮은데. 학생증 놓고 왔단 말이에요!" 물론 영화의 경우에는 세부 분류가 시행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저런 시행 중 일어날 수 있는 문제로 인하여 딱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시행을 하다 보니 당연히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습니다. 좋은 점이 있다면 아케이드용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가 게임진흥법 상의 청소년 이용 불가 요소만 넣지 않으면 (물론, 그 요소의 정의가 애매해서 문제일 뿐이지.) 누구에게나 게임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아케이드 게임장 업주도 상대적으로 관리가 편하죠. 만약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과 전체 이용가 게임을 같이 운영한다면, 딱 두 개의 공간으로만 분리해서 사업을 제공하면 되니까요.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심의의원이나 게임 제작사 측에서 애매한 부분을 처리하기 곤란해진다는 점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일본 반다이남코게임스 제작, 한국에서는 윙키소프트가 수입하고 연세어뮤즈먼트가 유통하는 인기 격투 게임 『철권 6 : Bloodline Rebellion』(이하 『철권 6 : BR』) 이 있습니다. 이름에서 보다시피 이 게임은 전작 『철권 6』의 확장판 개념입니다. 당연히 전작에 없었던 캐릭터가 추가되었는데, 이 중에서 '알리사 보스코노비치'라는 캐릭터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뭐가 문제였냐면, 그 캐릭터의 공격 모션 중에 자기가 스스로 머리를 뽑아 상대 캐릭터를 공격하는 모션'폭력적'이라는 이유로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받았거든요. 이렇게 표현을 하니 참 무섭지만, 캐릭터 설정상 로봇 (…) 이라서 이런 공격을 해도 건강엔 문제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사실 애매합니다. 『철권』 시리즈는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비디오 게임 등급 분류에서는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습니다. 그런데 12세 / 15세 이용가 분류가 없는 아케이드로 넘어가면 사정이 달라지죠. 비디오 게임이었다면 15세를 줘도 괜찮은 부분에 전체 이용가를 줘야 할지, 청소년 이용 불가를 줘야할지 곤란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냐. 반다이남코게임스에 직접 머리를 뽑아 공격하는 모션을 전부 레이저로 수정해서 통과되었습니다. (…) 물론 당연히 추후에 나온 비디오 게임판은 (PS3, XBOX360, PSP) 수정없이 15세 이용가로 발매.

별주부전의 문제의 일부는 바로 여기에 걸리는 문제입니다. 게임 자체로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요. 아예 대놓고 슬롯머신을 돌리는 것도 아니고, 돈을 준다고 하지도 않습니다. 게임 외적인 환경으로 봤을 때 그런 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긴 합니다만. (특히 아이템 카드를 주는 부분이. 물론 419혁명공로자회 측에선 단순한 게임 내 아이템 지급 용도로만 쓰인다고 하지만, 이걸 특정 환전소에서 돈으로 교환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게임 내부의 내용이 아닌 이상, 외적인 이유로 청소년 이용 불가나 취소 판정을 내리긴 무척 어렵습니다. 직접적인 증거가 있어야 되어요.

2) 칼이 조금만 리얼해도 15세 이용가 주면서, 별주부전은 전체 이용가냐!
위의 이야기와 비슷한 속성의 문제입니다. 사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죠. 갖가지 총기가 나오는 FPS 게임 『타임 크라이시스』시리즈도 아케이드용에서는 전체 이용가 받고 판매됩니다. 그리고 세부 판정이 이루어지는 비디오 게임 / 온라인 게임에서는 12세 이용가나 15세 이용가를 주는 거죠. 앞서 들었던 『철권 6 : BR』의 사례도 마찬가지고요. 세부 판정이었다면 분명 폭력성에서 지적을 받았을 게임이지만, 아케이드 심의 분류는 전체 / 청소년 이용 불가 두 가지 밖에 없기 때문에 적절히 감안해서 판정을 내리거든요. 다만, 이 와중에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이 걸릴 수도 있는것이고.


왠지 모르게 1)에 실린 게임 수정 문제로 또 한바탕 인터넷이 달궈질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한국의 일 뿐만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게임 내용을 걸고 넘어지는 문제의 경우 게임 등급 분류 소관이 영등위에서 게임위로 넘어가고 나서 일본, 독일보다 더욱 완화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선정적인 부분을 전부 삭제하거나 수정해야 했던 레디 엣 던 스튜디오 / SCE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의 액션 게임 『갓 오브 워』시리즈는 무삭제로 (!) 한국에 출시되었습니다. 특정 에피소드의 잔학성이 문제가 되어 독일에서는 아예 삭제 명령을 받았던 인피니트 워드의 FPS 게임『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역시 한국에서는 무삭제로 출시 되었습니다. 영등위 시절에는 감히 발매할 생각도 못하던 락스타 게임즈의 유명한 게임 『GTA』도 정식 발매되었죠. 네, 게임 내용 심의의 측면에서만 보면 게임위는 분명 영등위보다 나은 점이 많습니다. 물론 바다이야기 사태의 여파로 과도하게 사행성에 민감하거나, 『스플린터 셀 3 : 혼돈 이론』처럼 북한군 등 민감한 소재가 등장하는 게임은 등급 분류 자체를 내리지 않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다만 『크라이시스』의 사례를 볼 때, 이 부분도 조금씩 완화과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게임위를 향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단순히 『별주부전』같은 사행 가능성이 있는 게임에 대해서 전체 이용가 판정을 내린 것이 문제다! (사실 이 부분도 지금은 애매해진게, 일 년이 지나는 동안 사행성 문제로 인해 등급 분류가 취소되었습니다. 이후 419혁명공로자회는 『별주부전2』, 『뉴별주부전』 등을 만들었지만 『뉴별주부전』 역시 등급 분류 취소 처분. 『별주부전2』만 현재 합법적으로 가동이 가능하지만, 곧 『뉴별주부전』을 만든 것으로 봐서는 『별주부전2』에도 문제가 생긴 듯 합니다.) 를 짚고 넘어가는 대신, 정말 문제가 되는 부분을 짚고 가야 할 것입니다. 아마추어 제작자들의 게임 제작에 족쇄를 채우는 행위나, 과도한 게임 심의료 인상에 눈을 치켜 세워야 하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저보다는 아마추어 게임 리뷰 / 퍼블리싱에 일가견이 있는 인디 게임 전문 웹진 『PIG-MIN』과 함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지만 … 저도 계속 게임을 포함한 영화 / 만화 / 음악 등의 문화 매체의 심의 문제에 대해 핏발을 세워왔던 만큼, 주기적으로 관련된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건 다음에 쓸 글에 대한 떡밥이지만, 음악 심의도 게임 못지 않게 안 좋은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어찌보면- 게임위의 문제는 단순히 게임에 걸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득권층 / 지배층의 문화를 바라보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편에서는 어떻게 내 손 안에 둘지 고심하면서, 한 쪽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 운운하는 꼴이라니! 우습지도 않지.


추신 : 문제가 불거졌던 DVD프라임의 글에 대해 짧게 말하자면, 뒤에 문제가 되었던 애플의 게임 등록 거부 + 한국의 무조건적인 앱스토어 게임 심사 정책은 까도 상관이 없지만 범용 공인 인증서 + 건축물 문제 + 게임제작업체 등록 문제는 제작자의 실수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건축물 문제는 자칫하면 탈세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입주 건축물에 문제가 있다면 게임위 말고도 모든 공공기관에서 리젝트를 할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을 구별해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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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보다 2011/01/06 22:03

어째서 나는 이런 개인지를 만들게 되었는가

이번 주 일요일이면 드디어 내가 만든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이 독자들의 손에 의해 판가름난다. 내가 생각해도 참 특이하고 어찌보면 괴이한 개인지이다. 팬픽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사랑 이야기가 없다. 좀 더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을 담아내었(다고 생각한)다. 고증을 받기 위해서 1학기 때 들었던 수업 <일본사의 이해>를 가르쳤던 사학과의 윤성익 교수님께 부탁해 원작의 배경인 일본 전국시대에 대한 고증까지 받았다.

이런 책을 낸다고 하니 몇몇 주변 사람들이 나를 뜯어 말렸다. 팬픽은 원래 팬들의 망상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너가 쓰는 자칭 '팬픽'의 주제는 팬들의 망상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확실히 걱정된다. 과연 이런 책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을까? 게다가 글쓰기 공부는 커녕, 주로 칼럼이나 기사만 쓰던 손인지라 소설도 참 딱딱하기 그지 없다. 유일하게 인터넷 상에 올린 작품의 조회수가 생각만큼 낮지 않다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팬들에게 버림받을 가능성이 높은 책을 왜 내게 되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많지만, 그 중 몇 가지만 추려서 설명하도록 하자.

가장 컸던 이유는 작품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 생각을 융합시키고 싶어도 작품이 끌리지 않는 이상 글은 써지지 않는 법이다. 앞으로 쓰려고 마음 먹은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 故 데즈카 오사무의 『아돌프에게 고한다』를 포함해 이번에 쓴 작품의 원작인 아마코 소우베의 『닌자보이 란타로』는 내 마음을 휘어 잡았다. 앞의 두 작품이 리얼리티를 강조한 작품이라면, 후자는 <아사히소학생신문>에 연재 중인 (그리고 애니메이션판의 경우 일본의 EBS격인 NHK교육TV에 방송 중이다.),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가공의 학원에서 닌자 연습을 받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개그 만화이다. 분명 이런 반문을 할 것이다. 어째서 개그 작품을 가지고 현실성을 강조하는 작품을 쓰게 된 겁니까? 물론 어린이 취향의 개그를 강조한 작품인 만큼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편이다. 아무렇지 않게 등장인물들이 영어를 쓰거나 도저히 그 당시에는 없었을 법한 사물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설정이나 기본적인 방향은 전쟁으로 얼룩졌던 전국시대의 일상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또한 심각한 부분일지라도 유화하여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감추지는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내 생각을 돌려서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팬픽은 어찌보면 소설 장르 중에서 연성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성화가 생각을 저해하거나 사건을 깊이 보지 못한다는 등의 비판이 많지만, 그래도 쉽게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예전부터 팬픽을 좋아하고, 몇 년 전부터 인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팬픽과 사회파 소설을 섞을 수는 없을까. 참 언밸런스한 조합이다. 그러나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소소하게 써오던 팬픽을 프로젝트 격으로 (내 맘대로) 끌어 올린 것은 순전히 그런 생각이 컸다. 사회적이거나 현실적 주제를 전달하되, 결코 무겁지 않은 글. 이미 도서판에서는 조금씩 그 영역이 넓어지는 중이지만, 난 팬픽에 그걸 시도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튼 책은 내일 나올 예정이고, 이로써 내 잔고에는 삼 만원도 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부수적으로 출판 노동자 (디자이너, 편집자, 기획자, 인쇄소 노동자 등) 의 실태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었고, 개인적인 의도를 가진 글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니까. 책에 이름을 등재하는 입장에서 원고 작성부터 교정, 편집, 제작까지 모두 담당한 이번 일은 참 기묘하면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책은 1월 9일 잠실 광고문화회관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오시는 길은 http://www.kobaco.co.kr/family/culture/culture_01.asp 을 참조해라. 아, 책 가격은 4,500원이다. 한 권을 제작하는 데 총 3,500원이 들었으니 한 권을 팔아 천 원을 버는 셈이다. 『닌자보이 란타로』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이나, 관심이 없더라도 이런 특이한 책에 관심이 많으신 분은 한 권 쯤 사주시길 바란다. 이제 나는, 예약자 특전용 소설을 쓰러 간다.

추신 : 예약은 http://wo.to/board/board.php?id=a.1.gasi44 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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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보다 2010/12/31 16:47

2010 이슈 앤 베스트 : 기타 문화 편 - 삽질은 계속된다


여기서는 따로 Best는 선정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Issue

- [게임] 게임물등급위원회의 2연타 삽질 : 법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법을 괴이하게 따라주는 덕분에 아마추어 게임은 설 자리를 자칫하면 잃게 생겼고 (관련 글) 돈도 많지 않은 영세 게임 회사는 이제 한국에서 게임을 낼 생각을 포기할 지도 모르게 되었다. (관련 글) 앤드 플러스 청소년 심야 셧다운제 추진까지. (관련 글) 그러면서 위원회 누리집에 써붙인 문구는 '게임산업은 우리의 성장동력입니다.' 저기요들, 실컷 밟고 나서 성장동력 운운하는 것은 정말 X같지 않나요?

- [미디어] 방통위, '긴급상황' 발생 시 심의를 거치지 않고 글 삭제를 가능하게 하는 가이드라인 제정하려다 좌초 (관련 기사) : 도대체 '긴급상황'의 명확한 기준이 있는지가 의심스럽고, 왜 '긴급상황'이 일어나면 삐딱한 여론은 있어서는 안 되는 지도 궁금하다. 거기다가 이미 해묵은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판결까지 났으니 (관련 기사) 삽질하려다가 오히려 자기가 물먹은 셈. 쯧.

- [미디어] 방통위, 종합편성채널사업자 선정 :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미국 / 일본의 민영방송이 저지르는 온갖 추태가 채널 개설 몇 년후에 곧 생길 것만 같다. 네, 극단적인 상황.

- [인터넷] 이글루스=이오지마 : 이건 딱히 예시를 걸고 자시고도 없다. 이글루스에서 조금만 정치적 성향이 보이는 글을 올리는 순간, 거기에 누군가가 이오공감에 추천하는 순간 내 블로그가 쑥대밭이 될 것은 각오해야 한다. 논쟁은 좋다. 하지만 이건 논쟁이라 하기에도 차마 민망한 수준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혹시 연구하시는 분들은 댓글이나 트랙백이라도 남겨줬으면.

- [드라마] KBS 드라마 스페셜 <락락락> : 이건 좋다! 단지 김태원 역을 맡은 배우가 김태원과 별로 닮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 음지에서만 대접받아오던 밴드가 양지의, 공영방송을 통해 역사를 조망하는 좋은 문화적 차원의 드라마였다. 이 기획을 좀더 확장시켜서 만화나, 다른 문화계에도 적용시켜보는 것도 참 좋을 듯 하다.

- [애니메이션] 고스트 메신저 OVA 1화 발매 : 시간이 없어서 아직 상세 리뷰를 올리지 못했지만, 이건 레알이다.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종래의 한국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이 작품은 수준급이며, 클리셰도 나름대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한국적인 요소를 넣으면서도 거기에 천착하지 않고, 멋지게 표현한다. 내년 중으로 나올 2화가 무척 기대되며, 만약 2화도 잘 나오면 이건 정말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샛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엔 아무도 예상을 못했던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아직 사지 않으신 분들은, 알라딘 TTB 주소를 링크 걸테니 그 쪽으로 사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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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이슈 앤 베스트 : 영화 편 - 양극에서도 볕은 있다


역시 영화 편도 이슈는 최대한 간결하게 갑니다.

* Issue

- 양극화는 역시나 가속되었다. 그나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잠시나마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서 전국 개봉을 달성하고, 손익분기점은 넘기지 못했지만 괜찮은 흥행 성적을 거둔 것에 만족을 해야하는 것일까.

- 오프라인의 <인디스페이스>가 잠시 사라진 대신, 빈 자리를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가 대신 채웠다. 한국에서 전문적으로 독립영화를 다운받을 수 있는 곳은 이 누리집이 유일하다. 온라인으로나마 <인디스페이스>가 <인디플러그> 안에 부활했으나 그나마 다행이다.

- 영진위는 점점 '진흥'이라는 색채가 사라지고 있다. 조희문 위원장이 물러났다지만, 과연 후임은? 지금 유인촌 아자씨가 아직도 장관에 있는데 좋은 사람이 오기를 기대하는 게 더 이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 Best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여기도 Best는 영화 제목을 기준으로 한 가나다순이다. 매우 주관적이며, 따로 순위 분류는 하지 않았다.

- 경계도시 2 (홍형숙 연출) : 난 이 작품을 작년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열렸던 DMZ in Seoul 2009에서 처음 보았다. 전편 <경계도시>는 이 작품을 본 뒤에 보았다. 1편과 2편 사이에 많은 시간이 지났고, 2편과 현재 사이에도 많은 시간이 지났다. 정권이 바뀌었다. 시대가 변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송두율 교수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어디를 막론하고) 그대로 인 것 같은 것은 나만의 착각인 것일까. 정권이 변하고, 시대가 변해도 한국 사회 의식은 변하지 않는다. 결말이 참 먹먹하다.

- 계몽영화 (박동훈 연출) : <경계도시 2>와 엮어서 이야기를 해본다면, <경계도시 2>가 현실적인 결말을 내렸다면 <계몽영화> 역시 현실적인 결말을 내리는 동시에 한 주인공의 성격 변화를 통해 가능성이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낸다. 그나마 이건 행복한 것인가. 일제 강점기 때부터 현대 시대까지, 권력과 돈과 기독교는 한데 묶였고 이 와중에 사람은 자취를 감추었다. 사람을 되새기는 영화이다.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연출) : 이 작품을 <용서는 없다>, <파괴된 사나이>, <아저씨>나 <악마를 보았다>, 혹은 <황해>와 같이 잔혹한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단순한 평가이다. 어찌보면 <황해>에 더 가깝지만, <황해> 보다 더 강렬한 주제 의식을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내용에 대한 몰입은 작품 끝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페미니즘과 계급 문제, 그리고 슬래셔의 바람직한 조화.

- 땅의 여자 (권우정 연출) : 귀농을 겉포장지에 싸 농민에 대한 이야기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담는다.

- 베리드 (로드리고 코르테스 연출) : 카메라는 시종일관 관 밖을 벗어나지 않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빼고는 오로지 한 명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감독은 이런 묘사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공포에서 사회 고발, 그리고 짤막한 로맨스까지 모든 것을 적절하게 묘사한다. 할리우드식 해피 엔딩이 좋으신 분들은, 할 말이 무척 많겠지만.

- 불청객 (이응일 연출) : 영화를 CG와 화질로만 평가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참 교훈적인 (?) 작품. 앞서 언급한 <베리드> 처럼 이 작품 역시 카메라는 대부분 자취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단순히 CG만 떡칠하고서 "저 SF영화에요! 히히힝!"하고 잘난 척하는 영화들보다 1억 2천 5백배는 더 SF에 충실한 영화. 전달하려고 하는 주제도 잘 드러나고, 병맛 역시 훌륭하다.

- 시 (이창동 연출) : 어쩌면 이 영화가 백만 관객을 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느리고 침착한 리듬으로 불편한 구석을 꾹꾹 누른다. 예술은 현실과 유리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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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이슈 앤 베스트 : 음악 편 - 공고! 모색! 저항!


* Issue

이 부분은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좀 무책임한 말이지만, 올해의 음악계 이슈를 잘 느끼고 싶은 사람은 가슴네트워크의 박준흠이 중심이 되어 만든 한국 유일의 (!) 대중음악 잡지 (이자 무크지) 『대중음악 SOUND』 Vol. 1 (창간호)를 보길 추천. 다만 여기에서는 『대중음악 SOUND』에서는 언급이 되어 있지 않은 '자립음악생산가모임'을 약간 집중적으로 다룬다.

- 아이돌이 확실하게 TV 음악판을 공고하게 점유함. 음악의 다양성을 취지로 내걸었던 SBS의 <김정은의 초콜릿>은 이미 본래의 취지를 잃었다. <김윤아의 뮤직웨이브>, <이적의 음악공간> 때의 매력은 다 어디로 사라졌지? MBC의 <음악여행 라라라>는 기존 음악 세력과의 조화를 꾀하는 등의 변칙적 노력을 했으나 결국 개편 때 <김혜수의 W>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케이블을 통해 <수요음악무대>를 부활시켰다고 나름대로 변명은 한다.) 그리고 KBS2의 <음악창고>도 이번 주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공연 스페셜을 끝으로 디 엔드. 물론 KBS2 <생방송 뮤직뱅크 K-Chart>가 '밴드 특집' 등 여러 가지 특집을 꾀했으나 한시적인 특집이 과연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는 미지수.

- 이 와중에 올해 초에 데뷔한 씨엔블루가 '인디'라는 말을 사용해 잠시 문제가 되었다. (물론 그 이후에 데뷔 EP 메인 타이틀인 <외톨이야>와 Ynot?의 <파랑새>와의 표절 문제가 더 크게 불거졌지만.) 그들이 라이브 공연을 한 노력은 인정해야 겠지만- 문제는 대형 자본의 푸시를 기본적으로 받고 여기에 방송사 출연을 통한 이점까지 고려했을 때 인디라는 말을 붙이는 게 좋을까? 이솔넷의 누군가 말처럼, 인디는 점점 소비 트렌드라는 요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기분이 계속 든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죽었을 때, 이런 마음은 더욱 증폭되었다.

- 그래서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올해 6월 즈음에 결성된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이다. 아마도 전에 아마츄어증폭기에서 활동했던 한받 씨나, 회기동 단편선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을 듯 한데. 아무튼 기존의 인디라는 개념, 그리고 자본으로부 자립을 추구하는 일련의 뮤지션들이 만든 모임이다. 세부적인 이야기는 http://www.eesoul.net/xe/?_filter=search&mid=genesis&search_keyword=%EC%9E%90%EB%A6%BD&search_target=title_content&page=1&division=-20141&document_srl=19287 을 참조. 과연 음악은 정치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고, 뮤지션들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난 거기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 Best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여기도 Best는 가수의 이름을 기준으로 한 가나다순이다. 매우 주관적이며, 따로 순위 분류는 하지 않았다. 참고로 향뮤직에서만 파는 음반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반 링크에는 알라딘 TTB 링크가 걸려 있다.

- 갤럭시 익스프레스 2집 「Wild Days」 (LOVE ROCK COMPANY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무려 한 달만에, 그것도 MP3 레코더로 녹음된 정규 음반. 누군가는 여기에 정규 음반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아깝다는 험담을 하기도 했지만, 2집에서 들은 날것의 사운드는 오히려 더 정겹고 즐거웠다. 홈레코딩이낭 음반 발매에 있어 귀감이 될 만 하다.

- 밤섬해적단 1집 「서울불바다」 (인혁당 제작, 자체배급) : 이 밴드를 처음 듣는 사람이 당연히 많을 것이다. 유통하는 곳이 매우 한정되어있고, '자립음악생산자모임'에 함께하는 밴드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는 사람만 아는 자칭 '그라인드 코어' 밴드이다. 장르의 특성상 대부분의 노래 가사는 잘 들리지 않고, 여기에 불안정한 녹음 상태가 함께 하면서 가사집을 봐야지 겨우 가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최악의 상태여 놓여 있다. 게다가 1집 제목은 '서울불바다', 자체 레이블 이름은 '인혁당'인데 어떤 가사에서는 공산당을 무찔르자, 어떤 가사에서는 김정일 만세! 라고 외친다. 거친 사운드와 직설과 역설이 이리저리 섞여 있는 가사를 통해 밤섬해적단은 저항을 촉구한다. 올해의 단연 Best!

-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졸업」 (스튜디오 브로콜리 제작, 붕붕퍼시픽 · 미러볼뮤직 공동 배급) : 특유의 사운드는 여전하고, 의미 심장한 가사는 더욱더 발전했다. KBS가 쌍팔년도식 마인드로 타이틀 <졸업>을 자체 심의에서 통과시키지 않은 것은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음악의 날카로운 부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드러내었다.

- 아침 1집 「Hunch」 (붕가붕가레코드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꾸물꾸물한 느낌'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컬 권선욱 특유의 음색과 아침의 피곤하면서도 느릿느릿하게, 그러나 때로는 급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 2010년 붕가붕가레코드가 낸 음반 중에서 좋은 음반 하나를 뽑으라면, 단연 아침 1집이다.

- 옥상달빛 EP 「옥탑라됴」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2인조 여성으로 구성된 포크의 사운드는 때로는 포근하고 때로는 현실을 쿡쿡 건드린다.

- 윈디시티 EP 「Bibim : Windy City meets Srirajah Rockers」 (윈드밀미디어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윈디시티의 김반장이 태국의 락커들, 그리고 전부터 추진하던 비빔풍악단이라는 프로젝트 그룹과 함께 질펀한 레게 사운드를 뽑아내었다. 한국적 냄새가 풍기는 사운드와 '스리랑카 락커'들의 조화는 정말 끈적하고 농밀하다.

웨이크업 EP 「Ska Revolution」 (자체제작 · 배급) : 앞서 언급한 밤섬해적단 1집이나 바로 뒤에 언급할 자립음악생산자모임 컴필레이션 Vol. 1보다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딱히 상시적으로 파는 곳도 없다. 나는 웨이크업을 작년에 클럽 타에서 열렸던 공연에서 듣고 난 후, 일 년 후 홍대 KT&G 상상마당 레이블마켓에서 겨우 구할 수 있었다. 구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만큼 웨이크업의 레게는 강렬하고 사회적이다. 이토록 저항적인 가사는, 충격적이면서도 내 귀에 딱 맞는다.

- 자립음악생산자모임 컴필레이션 Vol. 1 (자체제작 · 배급) : 두리반 사태를 계기로 자본주의 하의 음악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 지를 뮤지션들은 똑똑히 알았다고 생각한다. 몇 달 전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죽고 나서 인터넷 상에서는 배를 곯는 인디 뮤지션을 돕자는 주장이 잠시 불꽃처럼 솟아 오르다가 불꽃처럼 쉬이 꺼졌다. 불같은 저항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저항하냐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은 음악의 자립에 대해서 진정으로 고민하는 뮤지션들이 모여서 탄생했다. 두리반에서만 판매하는 (가끔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이나 소속된 뮤지션들이 공연하면 현장에서 파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 컴필레이션 음반은 화질은 비록 좋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노래들은 때론 친숙하고, 때론 어리둥절하고, 때론 깊은 생각 속에 잠기게 만든다. 올해의 단연 Best, 그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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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이슈 앤 베스트 : 만화 편 - 밖은 추워도 싹은 푸르다


* Issue

- 잡지 만화의 악화는 여전히 : 올해는 총 세 개의 만화잡지가 폐간되었다. 서울문화사의 『밍크』, 씨네21의 『팝툰』, 그리고 절대교감의 『그루』. 세 잡지는 만화잡지라는 점을 빼면 별로 공통성을 찾기 어려운 잡지들이었다. 노리는 성향도, 출판사의 행동 방향도 서로 달랐다. 그러나 갈 수록 어려워지는 출판 만화 사정은 이 잡지가 비슷한 시기에 폐간 (단, 『그루』만 공식적으로 종간을 선언했다. 나머지 두 잡지는 무기한 휴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하는 비극을 낳게 했다. 2009년부터 한국출판만화협회와 학산문화사가 공동으로 내놓는 『카툰 마니아』가 올해 하반기에 이름을 『COCON』으로 개명하고 연재작을 전면 개편하는 등의 부흥 시도를 보였지만, 그러면 뭐하나.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만화'를 강조하던『COCON』을 볼 수 있는 곳은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GS25 한 곳이었다. (관련 포스팅 : http://skyjet.tistory.com/289)

 - 온라인, 엑소더스를 넘어 출판과 융합 시도 : 이제와서 말하기도 새삼스럽지만, 한국 만화는 이제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졌다. 가장 큰 곳은 역시나 온라인 만화, 썩어도 준치라고 아직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잡지 만화, 그리고 (좀 뒤에서 말하게 될) 단행본용 만화. 이미 예전부터 원수연, 허영만, 강도하, 전상영, 이유정, 황미나 등의 잡지 만화가들은 점점 웹툰으로 가고 있었고 올해는 좀 더 그 분위기가 강해졌다. (아니, 완벽한 대세가 되었다고 봐야 할까.) 『윙크』에서 「하이힐을 신은 소녀」를 연재하던 천계영은 뷰어식 만화 (「예쁜 남자」, 아이엠닷컴 연재) 를 넘어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 「DVD 2」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는 주로 네이버 웹툰에서 두드러졌다. 한 번도 웹툰을 연재한 적이 없던 신지상도 동명의 KBS 드라마에 맞춰 오은지(도짱)와 함께 「거상 김만덕」을 연재했다. 대안 만화에 집중하던 정철은 「현산 아라리」를 연재했고, 사회성 짙은 만화를 그려오던 탁영호는 장현필과 함께 「황금 짱순이」를 연재했다. 단, 세 작품 모두 웹툰 독자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단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편 올해 초 누적되는 적자로 인해 『팝툰』을 폐간했던 씨네21은 기존 연재 작품 및 씨네21이 판권을 갖고 있는 작품의 연재 활로를 웹툰에서 찾았다. 2008년 잡지를 개편하면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콘텐츠 자회사 '컨텐츠플러그'와 맺은 계약 덕이었다. 따로 연재권을 계약한 작품을 (「와일드 와일드 워커스」, 김진태, 네이버 웹툰 연재) 제외하고는 기존에 연재하던 작품인 강경옥의 「설희」, 진철수 · 이우열 · 이영곤의 「밝은 미래」, 조경규의 「차이니즈 봉봉클럽 2부 : 북경편」을 만화속세상에서 계속 연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도 SK커뮤니케이션의 콘텐츠 자회사 '아이플랫폼' (구 풀빵닷컴)이 자사의 만화 포털 사이트 <툰도시>에 90 ~ 2000년대 주된 인기를 끈 순정 만화가 (나예리, 한혜연, 김나경, 톰톰 등) 을 중심으로 순정 만화 웹진 『민트』를 창간했다. (『민트』를 창간하기 몇 달 전에 성인 / 청년 만화 웹진 『비트』를 창간했으나 작품 연재작이 기존 발간작 또는 타 잡지나 신문에서 동시에 연재하는 작품이 위주였다.) 항간에서는 제 2의 『오후』, 『그루』 소리를 들을 정도로 기대와 인기를 얻고 있으나, 대원씨아이의 『슈퍼 챔프』를 제외한 (그나마도 『영챔프』에 흡수 합병되면서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만화 웹진들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 계속되는 종합 출판사의 만화 출판 진출 : 이미 90년대 고려원이나 해냄이 만화 산업이 조금씩 손을 대어 재미를 본 전력이 있었지만 고려원은 회사가 망했고, 해냄은 기대작이었던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가 청소년 보호법 파동에 휘말리면서 바로 손을 떼버렸다. 오히려 현재 종합 출판사의 만화 진출 붐을 달군 것은 문학동네와 민음사(사이언스북스)였다. 각각 애니북스와 세미콜론 (단, 세미콜론은 엄밀히 말하면 문화 · 예술 · 디자인 전문 임프린트이다. 물론 만화 출판 부분이 워낙 커 무시할 수가 없긴 하다.) 이라는 임프린트를 만들어 2000년대 초중반부터 고가형 만화를 내기 시작했다. 기존에 익숙했던 4,000 ~ 5,000원 대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세 배 가량 비쌌지만 품질이나 작품의 일관적인 선별을 통해 브랜드의 매니아층을 만들어 내었다.
 이런 사정에 자극을 받았는지 몰라도, 올해는 2000년대 이후로 가장 많은 출판사들이 만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계절 · 보리별(열린책들 임프린트) · 디자인하우스 · 수다 · 보리 · 비아북 · 미메시스(열린책들 임프린트), 총 일곱 개 출판사 / 임프린트가 나섰다. 이 중에서 보리별과 미메시스는 모회사 격인 열린책들에서 2000년대 초중반부터 유럽권 만화를 낸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심혈을 들여 진출한 사업인 만큼 여기저기에서 화두가 되는 작품이 여럿 나왔다. 사계절은 최규석의 「울기엔 좀 애매한」을 통해 만화로는 최초로 한국출판문화상을 타는 영예를 얻었다. (정확히는 어린이 · 청소년 부문이었다.) 보리는 여섯 명의 대안 만화 작가들이 용산 참사를 다룬 르포 만화집 「내가 살던 용산」으로 사회의 주목을 받는 한편, 한국 르포 만화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고 2010 부천만화상 우수만화상을 받는 경사가 있었다. (여기에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만화 부문 인기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게도 2위에 그쳤다. 관련 글은 http://capcold.net/blog/6585) 그 외에도 디자인하우스는 「최호철 박인하의 펜 끝 기행」, 수다는 김성희의 「몹쓸 년」, 비아북은 김태권의 (정말 오랫만의!) 10권 분량 기획 장편「한나라 이야기」를 내 소소한 화제가 되었다.

- 지원, 절반의 성과를 거두다 : 현재 한국에서 만화 지원을 담당하는 주요 기관은 총 네 개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산하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경기도디지털콘텐츠진흥원(GDCA), 한국만화영상진흥원(KOMACON). 2009년에 본격적으로 만화 지원을 시작한 GDCA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개의 기관들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만화에 대한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크게 1) 잡지를 지원하거나 2) 작가를 지원하는 방법이었다. (변형 분류로 한혜연의 「애총」이 받았던 SBA의 만화 수출 지원이나 KOCCA의 만화 잡지 예산 지원 등이 있다.) 문제는 지원 받은 작품 대부분이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픽픽 맥없이 쓰러졌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강형규의 「장화림」같이 실력 좋은 작품도 있었지만.
 올해에도 잡지 만화에 대한 지원은 계속 이어졌지만, 2009년부터는 웹툰에 대한 지원이 늘어났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올해 진행되었던 GDCA와 KOMACON이 공동으로 주최한 '투모로우 애니스타' 였다. 대형 지원 기관 두 개가 연합하고, 거기다가 특전으로 '애니메이션 제작' 까지 언급한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원작이 제대로 된 인기를 얻지 못하는 문제는 여전했다. 투모로우 애니스타 지원작 중에서 독자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은 김규삼의 「쌉니다 천리마마트」와 혜진양의 「미호이야기」 정도이다. 총 네 작품이 지원을 받았으니 절반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작년의 지원 사례에서도 '고전 작품 리메이크' 지원작 중에서 김기정 · 윤종문의 「진진돌이 에볼루션」만이 시즌 3 제작을 확정할 정도의 인기를 얻었고, KOMACON의 웹툰 지원작에서는 이창현 · 유희의 「ACE HIGH」만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지원 방식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 만화진흥법은 제정이나 될까? : 작년 기사에서 만화진흥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여기에 대해선 통과의 당위성만 적을 뿐 어떻게 진행되는 지에 대한 이야기는 적지 않도록 하겠다. 아니, 정확히는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못 적는다고 해야 좋을 것이다. 공개식 논의에서 만화가들만을 대상으로 비공개 논의로 법안은 다시 처음부터 짜였다고 한다. 그리고 11월에 초안의 소식이 들렸고, 풍문에 의하면 2009년에 나왔던 초안과 별 다를바가 없었다고 한다. 한 바퀴를 다시 돌아온 셈이다.
 이미 한국만화가협회가 제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고, 우리만화협회는 '크로키강의협회'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한국여성만화가협회는 올해 연말 모임이 열렸다는 소식 외에는 활동 내역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작가 단체 중에서 지속적으로 활동을 시도하는 단체는 카툰부머 · 한국카툰협회 · 한국시사만화협회 (사실 이 쪽도 약간 애매하다.) 정도 밖에 없다. 영화는 감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스탭과 평론가들이 같이 만들어 나가는 분야이듯이, 만화 또한 그럴 것이다. 1년 동안 '독자적인 행로'가 낳은 것은 진보가 아닌 제자리걸음이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 Best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여기도 Best는 가나다순이다. 매우 주관적이며, 따로 순위 분류는 하지 않았다. 또한 해외에 진작에 나왔던 작품 일지라도 한국 발간을 기준으로 뽑았다. 참고로 웹툰 링크를 제외한 모든 단행본 링크에는 알라딘 TTB 링크가 걸려 있다.

- 30 (억수씨, 학산문화사, 『카툰마니아』 연재, 단권) : 억수씨의 「연옥님이 보고 계셔」는 알아도 이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무척 많을 것이다. 홍보도 지지리 하지 않는 잡지에 약 일 여년간 연재했으니까. 서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얽히고 섥힌 여섯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일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때로는 비참하고, 때로는 추악하고, 때로는 피가 철철 흐르기 까지 하지만 오히려 극단적인 상황 묘사는 성찰을 더 깊게 해주게 만든다.

- 그녀의 완벽한 하루 (채민, 창비, 단권) : 자세한 리뷰는 http://skyjet.tistory.com/333를 참고. 한국에 사는 여성들의 삶과 연애를 정말 현실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정말 짜증날지도 모르지만, 그런 상황을 통해 역설적으로 지금의 현실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김태권, 비아북, 현재 3권까지 출간) :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인 「십자군 이야기」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으면서 거슬리던 부분을 쳐내 더 세련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비판적인 요소는 아직도 건재하다. 신화라는 장막을 들추고 본 한나라의 역사는 꼭 우리 주변을 보는 듯 하다. 작가에게 박수를!

- 내가 살던 용산 (김성희 · 김수박 · 김홍모 · 신성식 · 앙꼬 · 유승하, 보리, 단권) : 용산 참사 이전의 한국과 이후의 한국은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런 점을 뉴스나 다큐, 영화를 통해 느껴봤다면 이젠 만화를 통해 느끼는 것은 어떨까. 아직 한국에서 '르포 만화'의 영역이 무척 척박하지만, 이런 만화들을 통해서 조금씩 르포 만화 (그리고 대안 만화) 의 영역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용산 참사에 대한 의혹 제기와 스러진 사람들의 삶을 같이 느껴볼 기회는 이 책 말고는 별로 없을 것이다.

-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 (몰락인생, 네이버 웹툰 연재 중) : 한국 웹툰의 한 축을 슬금슬금 차지하던 '병맛'을 광고회사와 열혈을 통해 무척 병맛나게 풀어낸다! 단 7화 만으로 사람을 이렇게 웃길 수 있는 것은 참 대단한 능력이다.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기대되는 작품.

- 배트맨 : 킬링 조크 (앨런 무어 · 브라이언 볼런드, 박종서 옮김, 세미콜론, 단권) : 짧다. 무척 짧다. 백 쪽도 안 되는 분량에 만원이 넘어간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독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현재 배트맨 - 조커의 관계 해석에 지대한 영향을 준 동시에, 「배트맨」이라는 히어로물에 얼마나 해석할 여지가 많이 있는 지를 알려준 작품이라고 하면 생각은 달라질지도.

- 사가판 어류도감 · 사가판 조류도감 (모로호시 다이지로, 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단권) : 이름만으로 단순한 생물도감이라 생각하지 마라.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제괴지이」(이상 시공사 발매), 「서유요원전」(애니북스 발매 예정) 등의 작품을 아는 독자라면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상상력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어류와 조류, 신화의 어류와 조류 등등에 상상력이 결합한 모습은 몽환적이면서도 황홀하다.

- 쌉니다 천리마마트 (김규삼, 네이버 웹툰 연재 중) : 왜 김규삼이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의 연재를 진작에 끝내지 않는 지 궁금하다. 작가의 센스는 이미 이 작품에 있는데. 사회 비판과 병맛이 적절한 농도로 조화되어 있다.

- 스콧 필그림 (브라이언 리 오말리, 이원열 옮김, 세미콜론, 총 6권) : 락큰롤의 느낌처럼, 이 작품은 따지지 말고 즐겨야 한다. 읽는 순간 절레 "스콧 개새끼!" 라는 말이 나오고, 한없이 병맛이 넘치고 애니메이션 / 게임 오타쿠의 향취가 느껴진다. 물론 여기서 끝나면 단순한 작품이 되었겠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병맛 뒤에 숨겨진 내면도 마구잡이로 파헤친다. 음악 팬이자 애니메이션 팬이자 게임 팬이라면, 적극 추천.

- 신과 함께 : 저승편 (주호민, 네이버 웹툰 연재, 애니북스, 총 3권) :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와 한국적인 느낌의 만화가가 만났다. 당연히 그 결과가 좋을 것은 뻔할 뻔자가 아닐까. 전작 「무한동력」에서 단선적 전개라는 한계도 어느 정도 해결했다. 앞으로 연재될 나머지 2부작들의 행방이 무척 기다려진다.

- 신부 이야기 (모리 카오루,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현재 2권 발매중) : 전작 「엠마」에서 보여주었던 세부적 감성은 죽지 않았다. 중앙 아시아의 가정'들' (어찌보면, 이게 3권의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을 통해 일상을 그리는 한편 심리 묘사에도 무척 충실하다. 일부 캐릭터 묘사가 중앙 아시아인이라고 보기엔 그런 부분도 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

- 이말년씨리즈 (이말년, 야후코리아 · 네이버 웹툰 연재 중, 중앙북스, 단행본 발매) : 한국 병맛 웹툰의 단연 최고봉. 여기에 다른 수식어가 도대체 뭐가 필요할까. 단순한 병맛에서 그치지 않고 돌려서 비판하는 것도 잔재미이다. 최근에 단행본이 나왔고, 단행본용 편집은 그럭저럭. 평범한 수준이다.

- 최호철의 걷는 그림 (최호철, 두보북스, 단권) : 어떻게 해서 그 장대한 서사 만화「을지로 순환선」은 태어날 수 있었을까. 부제 '최호철의 크로키북 1984-2010'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작품의 기본은 크로키에 있다. 그리고 그 크로키에는 당시의 사회상이 절절히 드러난다. 크로키전을 볼 형편이 안 된다면, 크로키의 역사를 느끼고 싶다면 꼭 보자. 또한 조만간 이 책은 세부 리뷰를 올릴 것이니, 기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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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져블 2 : 귀신 소리 찾기 - 소리는 비현실을 전한다

제작 + 각본 + 감독 | 유준석 출연 | 정의순 김왕근 정희태 프로듀서 | 김문환
상영시간 | 40분 개봉일 | 2011년 1월 13일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배급 | 인디스토리 개봉관 | CGV 무비꼴라쥬 (강변/대학로/구로) + 시네마 상상마당

2010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초청

<인비져블 2 : 귀신 소리 찾기>(이하 <인비져블 2>)는 2004년에 발표되었던 단편 <인비져블 : 숨은 소리 찾기>의 후속작이다. 전작이 살인 사건 현장에 녹음된 소리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은 한 여인의 집에서 들리는 귀신 소리를 녹음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인비져블 2>는 전작과는 달리 공포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결국 이번 작품에서도 주된 요소는 음향이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상영 시간이지만 그 시간 속에서 들리는 생활 속의 다양한 소리들과 귀신 소리 (로 조정한 사람 소리) 를 통해 관객들의 감정을 조절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구성을 취한 것도 관객의 마음을 조이는 데 한 몫한다. 물론 <블레어 윗치> 이후로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흔하게 쓰이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목두기 비디오>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부르기에 정말 민망한) <폐가> 등의 영화가 정식 개봉한 전례가 있다. 소리로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예전부터 시도되어 왔던 것이니 어찌보면 <인비져블 2>는 기존의 클리셰를 답습한 영화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클리셰를 유려한 방법으로 돌파해 좀 더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영화는 어떤 케이블 회사에서 만드는 것 같은 미스터리 프로그램 <미스터리 쇼>의 취재진과 음향 전문가 필우 (정희태 역), 그리고 그들에게 촬영을 부탁한 여인 금자 (정의순 역) 에 초점을 맞춘다. 미스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페이크 다큐를 구성하는 방법은 이미 흔하게 쓰인 소재이나 영화는 PD (김왕근 역) 와 음향 전문가와의 갈등을 통해 사회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프로그램판에서 닳고 닳은 PD는 시청률 증진을 위해 조작을 당연시하는 인물이고 필우는 귀신의 존재를 믿고서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인물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감독이 필우를 "무당 역할로 삽입한 인물이다."라고 한 것처럼, 그는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접점을 찾으려고 시도한다. 표면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둘 간의 갈등을 통해 영화는 현실의 단면을 드러낸다.

그러나 <인비져블 2>는 지나치게 현실에 매몰되지 않는다. 의뢰인 금자가 이를 도와주는 캐릭터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 의뢰를 부탁한 것에 대한 속내가 드러나고 영화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필우는 귀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직선적 캐릭터라면, 금자는 그녀가 듣는 것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혼돈의 인물이다. 셋 간의 간극은 영화의 축이 음향을 통해 비현실로 쏠리게 하다가 어느 순간 현실로 축을 옮기고, 마지막에 금자 혼자 행동하는 장면과 다시 한 번 음향으로 영화에 방점을 찍는다. 물론 결말에 대한 해석은 관객들에게 달려있지만.

원래 극영화로 쓰여진 각본을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바꾼 것이라서 그런 지는 몰라도 작중에 드러나는 캐릭터는 상당히 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또한 다큐멘터리적 구성을 취했다해도 GV 등을 통해서야 겨우 등장인물의 행동의 이유를 알 수 있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40분 간의 한정된 시간 동안 도통 정체를 알 수 없는 음향으로 관객들에게 불편함과 함께 이상한 기분을 전달하는 것에는 충실한 영화이다. 언젠가 나올 인비져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추신] 이 시리즈의 전작 <인비져블 : 숨은 소리 찾기>를 보고 싶은 관객은 온라인 독립 영화 전문 스트리밍 사이트 <인디플러그>(http://www.indieplug.net)에서 볼 수 있다. 내일 (12월 31일) 새벽 1시에 온라인 시사회도 열리니 참고하시길. 참고로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600만원이고, 감독의 부모님께서 지원해주었다. 그리하여 스탭롤의 투자란에 유준석 감독의 부모님의 이름이 들어가게 되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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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2010 : 개막식 화보

사진이 많아 접어서 올립니다. 밑의 '펼쳐두기' 를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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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독제 2010 개막식 기사 보기

서독제 2010 개막작 <도약선생> : 4차원과 스포츠의 발랄한 만남

ⓒ 윤성호

 

서울독립영화제 2010 개막작 | 장편초청

도약선생 Dr. Jump

감독 | 윤성호 주연 | 박혁권 박희본 나수윤

2010 | 한국 | 68분 | HD | 컬러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지원작 + 홍보작품

 

스포츠 영화의 클리셰를 한 번 생각해보자. 스포츠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지만 자신도 모르는 뛰어난 소질을 지닌 주인공, 그런 주인공의 소질을 알아채 주인공을 스포츠 스타의 길로 걷게 만드는 통찰력과 추진력을 지닌 체육 교사,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에 발을 담구고 있었지만 갑작스레 툭 튀어나온 주인공에게 밀려 복수의 칼을 가는 조연. 열기가 훌훌 넘치는 작품이든, 현실적이고 차가운 작품이든 하여튼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는 비슷한 길을 걷게 된다. 사실 이 작품의 제작을 지원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아마도 이런 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전국민에게 육상의 위대함을 알려야 하는 '대작'의 감독으로 선정되는 이는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이다.

 

고로 이 영화는 기존의 스포츠 영화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눈물이 철철 흐를 정도로 감동적인 장면? 그런 거 없다. 주인공과 체육 교사가 힘을 합쳐 정상에 도전하는 희망스러운 장면? 그런 거 없다니까요. 주인공을 향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증오를 키우는 조연? 아, 글쎄 그런 거 없어요. 대신 이 영화에는 좋아하던 여자 아이에게 '늠름한 모습을 보여봐라'는 말에 갑작스레 장대높이뛰기를 하게된 '여자 아이' 원식(나수윤 역)과 혈기를 넘치는데 어딘가 이상한 전직 육상 코치 전영록(박혁권 역), 그리고 이 둘을 말리다가 엉겁결에 말려들어간 전 육상 선수, 현 아이돌 지망생 재영(박희본 역)이 있을 뿐이다.

 

스포츠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의 영화는 오히려 일상적이고, 4차원적인 방법으로 스포츠에 접근한다. 아, 물론 '뜨거운 연습'이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겉모습도 왕년의 인기 스타 전영록을 닮은 육상 코치 영록은 원식과 재영에게 연습을 시키지만 별로 장대높이뛰기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연습만 시킨다. ('사자 자세'는 필견이다.) 사랑하던 룸메이트와 헤어질 위기에 놓인 원식과 육상보다는 아이돌이 되고 싶은 재영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통해 뭔가 납득하기 어렵지만, 하여튼 납득이 되는 방법으로 영화는 장대높이뛰기의 로망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스포츠의 열혈을 기대한 관객은 잔뜩 실망하겠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날 때 쯤이면 왠지 모르게 운동을 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추신. 이 영화에는 인디 음악 그룹 '아마츄어증폭기'의 멤버이자 현재 '자립음악인'을 지칭하며 활동 중인 한받 씨가 등장한다. 아마츄어증폭기의 팬이나, 한받 씨의 팬이라면 꼭 보도록 하자. 영화에 이들의 노래도 실려 있으니까. 참고로 내년 3월에 개봉 예정이니, 이번 기회를 놓치신 팬들은 꼭 명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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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2010 개막식 : 독하면서도 부드럽게

 

개막식이 열리는 상암 DMC (디지털 미디어 시티) 한국영상자료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였다. 개막식은 오후 7시부터 시작했고, 나는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오후 6시까지는 빌딩 2층의 콘텐츠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다가, 그 이후에 다시 상영관이 있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이하 서독제) 2009도 그랬지만, 언제나 개막식은 활발하다. 이리 저리 바쁘게 움직인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 발언 멘트를 준비 중인 사회자, 그리고 이 축제를 보러운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열기를 내뿜는다.

 

이런 열기에 비해 서독제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다. 작년부로 문화관광체육부는 서독제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2008년, 2009년. 이렇게 이 년에 걸쳐 열린 독립영화만의 장소 <인디스페이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난데없는 지원 중단, 그리고 건물 소유주의 건물 철거 결정으로 2009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에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나와야 했다. 2009년의 마지막 달에 만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나의 "이제 어떡하죠?"라는 우문에 "어떻게든 해야죠. 언제는 쉬었나요."라는 현답을 주었다. 그리고 1년 후, 확실히 서독제는 슬로건에 '毒'(독하다 독) 자를 붙이면서 예전보다 독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독해진 서독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고 있다. 독해진다는 것은 잡다한 요소를 버리고 진액들만 모아 더욱 강렬해진다는 뜻을 갖고 있다. 독립영화는 자본이 좌지우지 하는 영화 제작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우리 주변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또는 감독 특유의 개성을 살려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갖고 있다. 원래 그런 특성을 가진 독립영화였으니 '독해진' 서독제는 지금보다 더 친숙한 모습으로 다시 관객들을 볼 수 있게된 것이다.

 

오후 7시 정각이 되자 관객 입장이 시작되었다. 프레스 테이블 왼편에는 (아마도 이번 행사를 후원한 훼미리마트 것 같은) 삼각김밥과 백설기를 나눠주고 있었다. 백설기가 담긴 비닐봉투 겉면에는 이 떡을 작년 서독제에서 대상을 받은 <땅의 여자>에 등장하는 '언니들'이 직접 만든 쌀로 만들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흔히 만날 수 없는 떡인 것이다. 확실히 떡은, 다른 백설기보다 더 맛있었다.

 

 

작년 서독제의 시작을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가 뜨겁게 불살랐다면, 이번 서독제의 시작을 흥겹게 만든 것은 '김반장과 비빔풍악단'이었다. 한국에서 하는 사람을 쉽게 찾기 어려운 레게 / 소울을 하는 음악 그룹 <윈디시티>의 '김반장'이 만든 프로젝트 음악 그룹이다. '풍악단'이라는 그룹 이름에서 이미 느껴지듯이 '비빔풍악단'은 한국적인 정서를 레게와 소울로 질펀하게 풀어낸다. 마치 마당놀이에서 들려오던 리듬처럼. 축하 공연은 흡사 미니 콘서트처럼 벌어졌다. 한 곡을 마치고 김반장은 특유의 목소리로 나를 포함한 관객들에게 흥겹게 '일어나서' '놀자고' 주문하였다. 그리고 약 30분간 한국영상자료원 1관은 놀이마당이 되었다. 모두가 신나게 어깨를 덩실덩실 흔들고, 무대 위에서는 장단이 울려퍼진다. 기분은 말할 필요가 없이 좋았다. 싸이가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서 벌였다는 놀이판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자, 모두 일어서서 즐겨볼까요?"

 

그래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흥겹게 놀았죠. 특히 권해효 씨가 매우 신나했어요.

 

아쉽게도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흘러 어느덧 공연은 막을 내렸고, 본행사가 진행되었다. 10년째 서독제의 진행을 맡고 있는 배우 권해효 씨, 7년째 진행을 맡고 있는 방송인 류시현 씨가 매년 그랬듯이 오늘도 서독제의 개막식 진행을 맡았다. 자기가 조영각 집행위원장보다 오래 서독제에 있었다고 권해효 씨가 눙을 치면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9년 째 서독제 사무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좌중은 더욱 흥겨워졌다.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과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의 축사가 끝나고, 경쟁 부문에 진출한 감독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뭐, 굳이 이 상황을 글로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리고 이 행사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몇 년 째 서독제에서 장기 집권 (…) 중에 있는 조영각 집행위원장이 무대 앞으로 나왔다. 작년 서독제에서 개봉한 <원 나잇 스탠드>처럼 지금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의 부지영 감독이 주축이 되어 김꽃비 등의 인디 영화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촬영한다'는 컨셉으로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내년 서독제에서 본편을 선보일 예정이며, KT&G상상마당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네. 그리고 정말 이 본행사의 마지막인 개막작 <도약선생>의 감독 / 배우 소개. <은하해방전선>으로 충격적인 데뷔를 했던 윤성호 감독과 주연배우 박혁권, 박희본, 나수윤 씨가 무대 앞으로 나왔다. 대회 홍보용으로 제작된 영화지만 마음대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했다고 밝힌 감독, 연기를 해서 좋았다는 배우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윤성호 감독의 말마따나, <도약선생>은 어떤 의미에서 <은하해방전선>보다 더 충격적인 중편 영화였다.

 

한 시간 여의 개막작 상영이 끝나고 대다수의 관객들은 집으로,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뒷풀이 장소로 발을 옮겼다. 작년에는 (그리고 내가 못간 재작년에는) 중앙시네마 근처 명동의 시네마 호프에서 뒷풀이를 가졌었는데, 올해는 호프집 / 순대국집 두 군데로 나눠서 진행되었다. 소주를 사랑하는 사람은 순대국집으로,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은 호프집으로. 난 당연히 호프집으로 갔다. 서로 모르는 사람과 안주를 먹으며 술을 마시고 나니 어느 덧 내 몸은 교지 편집실에 와있었다. 독하게 취해서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누군가가 택시를 태워줬으리라. 친절하기도 하시지. 택시에 데려다 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분처럼, 서독제 2010은 독해졌지만 한결 부드러운 인상으로 다가왔다. 임창재 이사장의 "다음 번 행사는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치뤄졌으면 좋겠다."는 말처럼 그 부드러운 분위기, 다시 우리들의 장소에서 열릴 날은 언제가 되려나. 가급적이면, 내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이었으면 좋겠다.

 

→ 개막작 <도약선생>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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