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jet 씨는 어떤 잡지를 보시나요? : 구독하는 잡지들 (일부 수정)
…갑자기 수시 원서용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다가 떠오른 생각, 블로그에 자신이 보는 잡지에 대한 글을 올리면 어떨까. 사실 잡지에 대한 몇몇 포스팅을 쓴 적은 있어도 정작 잡지'들'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그 잡지에서 일하시는 분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거든요. 잘 아시는 잡지도 있을테고, 잘 모르시는 잡지도 있겠지만 잡지 구독을 생각하시는 분에게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겨레21 (주간 / 한겨레신문사 / 3000원)
현재 제가 보는 잡지 중에서 유일한 주간지입니다. 원래 처음에 시사 주간지를 구독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위클리 경향, 시사IN, 한겨레21 중에서 하나를 고르기로 생각했었습니다. 고민 끝에 한겨레21을 구독하기로 결정을 했었는데, 결정적인 문제는 '문화면'의 존재였습니다. 워낙 문화 관련 직업에서 일하고, 책 관련 기사에 맞춰서 책을 사는 편이기도 해서 문화면이 얼마나 충실한가가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런 쪽으로만 따지면 주간조선이나 주간동아가 더 충실하지만, 그 쪽은 저하고는 거리가 먼, 소위 '비싼' 문화만 가득해서 거리감이 들더라고요. 기획도 충실하고 오히려 한겨레 본지가 이쪽에서 배웠으면- 하는 느낌이 드는 잡지입니다.
팝툰 (월간 / 씨네21 / 5900원)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은 잡지이지만 여기선 그런 점은 제외하고서 단순히 잡지 자체에 대해서 말을 하겠습니다. 2007년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현, 한국콘텐츠진흥원) 의 지원을 통해서 탄생한 잡지입니다. 초기에는 「윙크」, 「나인」에서 편집장을 맡으션 경력이 있는 전재상 씨가 편집장을 맡았던 잡지입니다. 웹툰 작가를 끌고 오는 시도를 했지만 토마 씨의 「속 좁은 여학생」이 2 ~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것 정도를 빼면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한겨레」, 「한겨레21」을 거쳐 「씨네21」 취재부장이었던 이성욱 씨가 출판 사업 총괄을 맡는 동시에 편집장으로 되고 나서 전면적인 개편이 이루어졌습니다. 예전의 잡지가 기존의 만화 잡지와 별 차이가 없었다면, 이성욱 씨의 개편 작업으로 소장 욕구가 증가하고 예전에 출판 만화에서 이름을 떨쳤지만 잡지 시장의 침체로 연재지를 잡지 못한 작가를 잡고, 소설, 칼럼 등의 읽을거리를 늘리는 등 기존의 만화 잡지와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아는 「팝툰」입니다. 결과적으로 개편은 성공적이었고 약간의 과도기와 (격주간으로 창간했지만 올해 초에 월간으로 변하는 등) 잡지의 색깔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개성 넘치는 만화, 그리고 소설, 칼럼, 인터뷰가 고루 섞인 잡지가 팝툰 그 자체의 색깔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정만화(강경옥, 한혜연, 김혜린, 기선)부터 윤태호, 김진태의 중견, 그리고 조훈, 조경규의 신인 만화가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층위의 만화가 모여있는 성인들을 위한 잡지, 매 호 커버 디자인도 수준급이어서 소장하시기에는 괜찮을 겁니다.
윙크 (격주간 / 서울문화사 / 3300원)
이 쪽은 정기 구독 자체가 불가능해서 매호마다 서점에서 사보고 있는 잡지입니다. 요즘에는 서울문화사가 만화사업팀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는 듯해서 서서히 묻히고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아직도 「탐나는도다」, 「하이힐을 신은 소녀」, 「춘앵전」 등의 인기작을 발굴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한국 순정만화의 산실입니다. 16년 동안 한국 순정만화에서 명작으로 칭송받는 작품을 싣고서 지금까지 계속 달려오고 있는 잡지, 「윙크」. 비록 몇 년전부터 광고가 하나도 없는 상태 - 즉, 단행본 수익으로만 유지한다는 뜻 - 이지만 기성 세대 팬부터 10대 팬 모두가 좋아할 잡지입니다.
레프트21 (격주간 / 레프트미디어 / 1800원)
한겨레21과 비슷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한겨레21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극좌파' (주로 마르크스주의) 성향의 타블로이드 판형의 신문 형태의 잡지입니다. 처음 창간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그래도 한 번 진보 쪽의 잡지를 키우기 위해서 사보는 것이 어떠려나- 는 생각이 들어서 구독을 신청한 잡지입니다.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진보 성향의 잡지 / 신문 중에서는 유일하게 오프라인으로 발매를 하고 있는 잡지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지만, '극좌' 성향의 잡지인만큼 급진적인 면도 있고 심지어는 기사가 대자보에 붙은 성명서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 그래도 매 사안에 대해서 치밀한 시각을 보이고 있고 쉽게 찾기 힘든 유럽 / 아시아 / 아프리카 진보의 현재를 알 수 있어서 꽤 유용한 잡지이기도 합니다. 일부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가판 판매도 하고 있으니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인권 (격월간 / 국가인권위원회 / 무가지-일반구독불가)
작년까지만 해도 일반인도 신청만 하면 구독이 가능한 잡지였으나, 올해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예산이 대폭 감축되는 바람에 일반 구독 신청을 불가능해졌고 작년에 공모전 참가자에게는 1년간 잡지 구독을 하게 해주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기자단 활동을 하게 되어서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잡지를 1년간 더 볼 수 있게된 잡지입니다. 운이 좋았죠. (…) 기본적으로는 인권위의 공보 성향을 지닌 잡지이지만, 공보 성향 보다는 인권을 주제로 잡고 커버 스토리를 전개하는 잡지입니다. 특집부터 포토 스토리, 칼럼, 르포, 만화까지 다양한 기사가 실려있어요. 인권과 관련된 문화 소개도 들어있어 판매용으로 전환해도 괜찮을 정도의 품질을 지닌 잡지이건만, 작년부터 지속된 인권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결국 잡지도 어쩔 수 없었나봅니다. 안타까워요.
플랫폼 (격월간 / 인천문화재단 / 3000원)
이 잡지도 「인권」처럼 인천문화재단의 공보 성향을 띤 잡지이지만, 역시 공보보다는 '아시아 문화 비평지'라는 이름을 단 것처럼 문화 비평 잡지의 성향이 더 강한 잡지입니다. 공적 재단에서 펴내는 만큼 내용에 비해 값이 싼 것도 마음에 들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비평하는 분야가 무척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전시, 공연, 도서, 음반에 이르기 까지 매호 매호 마다 다른 필자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를 파고 들고 있어요. 매권 끝부분에 들어있는 '지방 문화 통신'도 괜찮습니다. 인천에서 나오는 잡지인만큼 인천 쪽에 치우친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지금까지의 문화 잡지가 서울 분야에 한정되어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BRUT (월간 / KT&G상상마당 / 무가지-구독 시 1년 48000원)
이 잡지는 문화 잡지이지만, 「플랫폼」이 공보적 성격이 있었다면 BRUT(브뤼트)는 KT&G에서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문화 포털 상상마당에서 발간하는 잡지인 만큼 상업적 성격이 좀 강한 잡지입니다. KT&G의 재력 덕분일까요. 얼마 안 되는 문화 관련 잡지 중에서는 「씨네21」, 「GRAPHIC」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디자인이나 기획이 다채롭습니다. 특히 잡지 중간에 분홍색의 '칼럼집'이라는 책 속의 책 섹션을 넣어서 칼럼은 칼럼대로, 기획은 기획대로 분리를 시도한 점이 흥미롭습니다. 만화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도 기분 좋고, 상상마당이 홍대에 근간을 둔 만큼 홍대 아티스트들의 그림을 이용한 아티클도 많습니다. 물론, 상상마당 전시 / 공연 홍보도 있고요.
판타스틱 (계간 / 페이퍼하우스 / 13000원)
계간「미스테리」, 「파우스트」 한국판 (…이 쪽은 잡지라기 보다는 무크지지만), 계간「자음과 모음」 정도 밖에 장르 문학 잡지가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잡지 중의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월간이었지만, 작년부터 이어진 경제 불황의 여파로 종이 등의 원가가 상승하면서 결국 계간으로 전환하게 된 비구한 운명의 잡지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2008년 11월호는 내놓지도 했었죠.) 그러면서 잡지의 성격도 많이 변했습니다. 월간 시절에는 좀 화려한 느낌의 잡지였다면, 계간으로 변하면서는 보통의 문예지같지만 가능한 많은 작품을 실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집도 전에는 가벼운 느낌이 주를 이루었다면, 현재는 전문적인 분야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얼마 안되는 장르 문학 잡지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판타스틱 편집부에게 박수를.
뉴타입 한국판 (월간 / 대원씨아이 / 7500원)
다른 잡지들이 관심있어서 사보는 잡지라면, 뉴타입은 이와 동시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로 사보게된 잡지입니다. (정기 구독은 아직 안 하는 중) 한국의 애니메이션 정보지가 많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단 두 개 밖에 없습니다. 일본 카도카와쇼텐의「뉴타입」 한국판, 그리고 「애니메이툰」. 「애니메이툰」이 세계의 다양한 애니를 다루고 있기에 다양하지만 격월간에다가 얇고, 최근에는 기자가 줄어서 보도 자료 수준의 기사마저 나오고 있어서 결국 「뉴타입」을 정보 확인용으로 읽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으면 나오는 것이 애니메이션 정보라지만, 책으로 보는 것과 모니터로 보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화보와 기사가 존재하는 「뉴타입」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갑니다. 일본 라이센스 잡지이기에 한국에 나오지도 않는 애니만 가득하다는 불만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거의 유일하게 한국 애니메이션 관련 기사도 나오는 잡지이기 때문에 쉽사리 욕만 할 수는 없는 잡지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한일 애니송 페스티벌도 여는 등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도 충실하고요. 하지만 대원씨아이를 비롯한 메이저 출판사의 고질적인 문제, 광고 부족은 어쩔 수 없는 걸림돌입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는 보고 싶은 잡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 추가 : 2009년 9월 23일 (공현 씨의 지적으로 잠시나마 까먹었던 잡지를 이제서야 떠올렸습니다. 공현 씨를 비롯한 잡지 제작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이번 호에는 제 기고도 들어있으니 열렬히 읽어주시면 감사 - 끝은 자기 홍보)
오답 희망의 승리 (부정기 / 청소년인권모임 나르샤 / 무가지)
청소년을 위한 잡지야 많다만 (저도 역시 거기에서 기자을 하고 있죠) 이 잡지가 특이한 이유는, 청소년들이 직접, 경영부터 원고 작성, 수집부터 편집, 발간까지 자신들의 손으로 잡지를 꾸려나가는 잡지라는 점이다. 원래 모 학교의 지하 잡지로 시작된 이 잡지는 오랜 부침과 좌절을 겪고서 일정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다음 호가 나와주는, 투쟁의 결정체이다. 일제 고사 반대 현장에서 처음 만난 이 잡지, 투박하고 과격하고 어리숙하다고? 오히려 그런 글에 진정한 마음이 담겨있는 법. 구독 신청도 해보고, 여력이 된다면 후원이라도 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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