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학생, "학교와의 싸움, 이제부터 시작"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9년 7월 6일, 신철훈 기자
▶ 문화를 죽이는 심의, 이제 그만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9년 3월 24일, 졸고
▶ 청소년시국선언문에 대한 공현 개인의 정리 겸 비평 - 창틀에 걸린 꿈들, 2009년 6월 16일, 공현
작년 시청 광장에서 열린 촛불 시위에 처음 나가서 겪은 일이었다. 정기적으로 지역 촛불 시위에 참여를 했었지만, 수도권 최남단 지역인 평택에 거주하는 나로써는 서울 지역의 시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간 것이었다. 게다가, 아프리카나 진보신당 칼라 TV로 보는 작은 화면이 어찌나 감질나던지. 안 가고는 미칠 것만 같았다.
시청에 사람들은 정말 많이 모였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군집한 일련의 사람들. 그 속에 앉아서 한창 자유 발언을 듣고 있었는데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애가 여기는 왠일이니. 어린게 벌써부터 정치 맛을 좀 알아 가지고, 공부나 열심히 할 것이지. 나를 향해서 말을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류의 소리가 들려왔다.
솔직히 말해서, 불쾌했다. 청소년들은 '공부만 하는 존재'로만 여겨지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 촛불 시위에 참석한 청소년들을 언론에서는 '촛불소녀'로 치켜세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도 약간의 편견어린 시선은 존재했다. 어린 것이 대단하구나, 또는 어린 게 여기서 왜 설치고 다니느냐. 게다가 어쩌다가 '진보신당 예비당원 (당비를 못 내서 당시까지만 해도 정식 당원이 아니었다)' 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만 대부분 고등학생이 벌써 정치에 참여하려고 하느냐, 또는 꿈이 정치인이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정치인이 되고 싶은 사람만 당원을 하라는 법을 말하기 이전에,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청소년이 정치적 발언을 내뱉거나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경기를 일으키는 일이 잦다. 청소년 보호법이 법적으로 청소년의 성적 취향이나 조금만 폭력적인 취향을 가미해도 철퇴를 가한다면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폭력성으로 걸리는 일은 줄었다. 대신 선정성 / 잔학성이 늘어났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 / 활동에는 심리적으로 제약이 걸려 있다. 청소년에 대해서 '공부를 잘 하면서', '사회의 찌든 때 따위는 전혀 모르는' 새하얀 백지같은 존재를 원한다. 몇 년전에 한창 청소년 선거권 부여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전형적으로 나온 주장은 두 가지였다. 청소년이 정치를 알아서 뭐 하느냐, 또는 청소년이 정치에 대해서 뭘 아느냐.
내가 '청소년 정치 참여 경기증'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단 정치에 참여를 할 기회를 주거나 발언의 자유를 주지도 않으면서 뭘 아느냐고 반문하는 자체가 웃긴 일이고, 어렸을 때부터 정치를 경혐해야지 성인이 되어서 그 경험을 살려 잘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어른들보다 정치인들의 입발린 소리에 잘 휘둘린다는 소리가 있는데, 그러니까 청소년 때부터 휘둘리지 않게 하는 교육을 하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청소년 때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채 보내다가, 갑자기 대학생이 되자 선거를 하라고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정치는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깨우치는 것이 아니다. 계속 경험을 해야지 시간이 지날수록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교과서로 불리는 것 처럼 말이다.
시민들이 선거 외에도 정치적 활동을 활발히 하고,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게 하려면 (선진국이 될 수록 선거에 불참하는 것을 자연스럽다고 하는데, ① 오히려 주는 대신에 다른 정치 활동의 원숙도가 증가하고 ② 오히려 더 활발한 정치 활동을 하는 선진국도 많다.) 친근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제공되어야 한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활성화하고, 오히려 장려하는 문화가 육성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전에 썼던 글에서도 밝혔지만 Curtis 님의 정당 의인화같은 시도는 정치를 모독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신선함을 주는 시도이다. 청소년에게 정치권을 부여하는 것도 정치를 어지럽히는 것이 아니라, 참신함을 주고 활기찬 분위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자, 그런데 지금 우리 주위는 어떠한가? 문화 쪽에서 청소년의 권리는 이미 '보호'라는 미명아래 존중받지 못한지 오래이고, 정치 쪽도 안 좋았던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송곡고에서는 학생회장으로 출마하려던 학생이 촛불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출마를 제지당했다. 학생회가 한국에서 갖는 의미가 크지 않다고 하지만, 정치 활동을 이유로 거부당했다는 것은 무척이나 상징적인 뜻을 가진다. 이미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의 온갖 트집을 잡혀 대공분실로 끌려가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정치 행동은 계속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두려움과 편견의 소산이다.
(2009년 7월 6일 오후 11시 41분 수정 - 공현 씨의 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