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_드디어 정식 네임링 첫 번째 화입니다만… 정작 기한을 어기고 말았군요. 원래 저번 일요일에 올라올 예정일 물건이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이제서야 올라오고 말았습니다. 기다려 주신 분 (그런데 있긴 있으려나) 께는 정말 미안해요. 기초로 삼은 저번에 밝힌대로 1권 3화에서 2권 8화까지. 총 6화 분을 제 식대로 다듬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분량이 원고지 237장 (…) 웬만한 중편 소설 분량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이걸 쓸 시간에 기사나 다른 소설을 썼으면 얼마나 좋았으려나.
2_역시 가장 힘든 것은 전투 장면의 표현입니다. 가능한 스타일리쉬하게 (?)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만, 이 장면에서 기가 쭉 빠졌어요. 게다가 일부 용어같은 경우는 권마다 번역이 달라서 책의 숲에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데이터북에서 찾아보고…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3_이번에 너무 늦게 올라온 고로, 다음 화는 다음 주 일요일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저보고 이틀 동안 글을 다 쓰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주세요 (…) 기사 작성에, 연수용 PPT 만들기에, 블로그, 트위터, 메일 관리까지 바쁘다 바빠. 하여튼 간신히 #1을 썼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휴우.
#1 : 반
솔직히 아침 시간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다. 좋은 일이 있든, 불행한 일이 있든 아침은 항상 졸립고 더 자고 싶은 게 당연지사. 하지만 오늘은 늦으면 절대 안 된다. 졸리운 기분을 저 멀리 날려두고 기지개를 펴고 일어난다.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비틀비틀 부엌까지 걸어가 냉장고에서 식빵과 우유를 꺼낸다. 대충 프라이팬에 불을 켜고서 바로 빵 두 조각을 구운다. 우유를 컵에 붓고, 잘 씹히지도 않는 가운데 대충 턱을 움직인다. 그리고 목이 막힐라 치면 우유를 마신다. 밥을 먹는 게 중요하다지만 요리 실력도 좋지 않고, 돈도 많지도 않아서 그냥 매일 매일을 이렇게 때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옷을 벗고 화장실로 가서 몸을 씻는다. 자는 동안 눌린 머리를 뜨거운 물로 풀어 내고 구석 구석을 이리 저리 비누로 문지른다. 바로 얼마 전까지 아카데미에 다닐 시절만 해도 시간이 없어 허겁지겁 준비하기에 바빴는데,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평소보다 더 세심하게 몸을 씻는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 물기를 수건으로 닦은 뒤 옷을 입는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고글을 차려는 찰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도구함 위에 정성스레 닦아놓은 써클렛이 보인다. 그래, 오늘부터 정식 닌자였지. 깜빡하면 계속 고글을 쓰고 갈 뻔했다니깐. 고글을 벗어 아무데나 던져두고 써클렛을 머리에 두르고 꾹, 묶는다.
설명회 장은 북적이고 있다. 아카데미 수업 시작 전의 모습과 흡사하지만, 시험 합격이라는 막중한 짐이 사라진 아이들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 활기차다. 사쿠라는 같은 반이었던 여자 애들과 같이 수다를 떨고 있다. 이 나이 대 여자 애들이 관심있어 하는 팬시 용구나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한다. 하지만 사쿠라의 시선은 친구들에게만 있지 않다. 가끔씩 대화가 정적을 맞이할 때 고개를 돌리고서 저 멀리 혼자 앉아 있는 남자 아이, 사스케를 바라본다. 그렇게 계속 바라보다가 사쿠라 자칭 ‘사랑의 라이벌’이노와 시선이 마주치자 날카로운 시선이 몇 번 흐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수다에 집중한다. 과연 사스케는 누구에게 마음을 두고 있을까. 누구든 좋지만, 절대 이노만은 아니었으면 하고 속으로 빌었다. 특히 자기였으면 더 좋고.
히나타는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설명회장 입구를 바라보고 있다. 분명 나루토는 실력이 부족해서 유급일텐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짠하고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적스러운 일은 현실에선 별로 벌어지지 않는다. 결국, 나루토는 오지 않겠지. 오지 않는 게 당연한 법이다. 항상 기적적인 일이 벌어지길 소망하면 벌어지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여기있는 모두가 그럴 것이다. 설명회가 끝나기 전에 나루토의 집으로 찾아가서 마음 속에 담아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연약하고 떨렸다. 결심만 하고 정작 실천하지 못한다. 설명회가 끝나고 나서 꼭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다짐하지만 오늘도 가지 못 할 것이다. 우울한 얼굴을 한 채 책상만 바라 본다.
네지는 친구들과 대화를 마치고 나서, 히나타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하고 있는 거지? 종가에, 분가인 나보다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을 텐데 어째서 그런 모습으로 있는 것이야. 히나타를 보면 항상 기분이 안 좋다. 나는 분가고, 너는 종가. 항상 분가는 종가에 눌려 지낸다. 내 실력이 아무리 히나타보다 좋아도 분가와 종가의 벽은 험준하다. 내가 종가였다면 히나타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데. 하지만 그럼에도 상관없이 히나타는 종가의 여식이었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히나타를 넘을 수 없다. 그런 히나타가 도대체 왜 불안해하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계속 히나타를 바라 보고 있다.
시카마루는 키바, 쵸지와 같이 앉아서 시큰둥한 표정으로 설명회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있다. 사쿠라와 이노는 또 사랑의 질투를 하고 앉아 있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혼자 튀는 두 사람 사스케와 네지를 발견한다. 평소에 잘 웃지 않는 녀석들,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떨어져 있다. 본인들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특이해 보인다.
“하여튼 신기한 애들이라니까.”
“이번에도 지각할 뻔한 너만 하겠냐?”
무심코 나온 혼잣말에 키바가 핀잔을 한다. 하긴, 나야말로 가장 이번 설명회에 관심이 없을지 모른다. 심심하고 따분하다. 키바는 혼자 들떠서 눈을 크게 뜨고 어떤 녀석이 같은 조가 될지, 얼마만큼 강한 녀석이 이쪽으로 올지 기대하고 있다. 쵸지는 그런 것에 상관없이 처음 보는 과자를 입 안에 넣고 우적거리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할 짓도 없는데, 뭐라도 먹어야 겠다.
“쵸지, 과자 좀 줘봐.”
주위가 시끄러운데, 사스케의 귀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목표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 이번 설명회는 단순한 허례허식일 뿐이다. 다같이 만나서 친해져 편안한 마음에서 조를 짜자는 의도에서 열리는 것이겠지만, 이타치를 없애고 일족을 부흥시키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이타치는 지금도 훌쩍훌쩍 커가고 있다. 빨리 이타치를 만나 가증스러운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주고 싶었다. 즐거움도, 기쁨도, 나와는 거리가 멀다.
시끌시끌한 설명회 장의 문이 갑자기 열린다. 선생님인가, 하는 마음에 갑자기 모두들 하던 짓을 멈추고 문을 바라본다. 선생님치곤 키가 작다. 노란 머리에 주황색 옷이 보인다. 그러면 그렇지, 나루토 녀석이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머리에는 고글대신 써클렛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험에 붙었을 리가 없을텐데, 어떻게 써클렛을 차고 있는 것이지? 나루토가 움직이는 동시에 내부의 시선이 전부 움직인다.
시카마루, 키바, 쵸지 역시 나루토를 보고 있다. 절대 이 자리에 있을 리가 없을 녀석인데, 머리에 써클렛을 차고 등장했다. 뇌물이라도 먹인 것일까. 아니, 혼자 살고 있는 데 많은 돈이 있을 턱도 없다. 도대체 뭔 일이 생긴 것이지. 키바가 시카마루를 말을 건넨다.
“…너보다 더 특이한 녀석이 등장한 모양인데.”
문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히나타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나루토를 보고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절대 안 올 줄 알았던, 시험에 떨어진 줄 알았던 나루토가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머리에는 시험 합격의 증표인 써클렛이 둘러져 있다. 합격, 했구나. 마음같아선 나루토에 다가가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결단력이 너무도 부족하다. 잘 보이지 않게 살며시 손을 흔든다. 여기에 화답해 나루토가 손을 흔들었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나루토는 나를 모를 것이다.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속으로나마 축하를 할 뿐이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꼭 용기를 내서 나루토에게 다가가야지라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한다.
빈 자리에 나루토가 앉자, 한 녀석이 나루토에 다가간다.
“나루토!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는 거야! 오늘은 합격자들을 위한 설명회일텐데?”
“너 임마, 이 써클렛이 안 보이냐.”
“훔치고 온 건 아니고?”
“너 이 자식, 말 다했어!”
싸우기 일보 직전, 사쿠라가 둘을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건다.
“너네들, 바보 같은 말싸움은 그만두고 그 자리 좀 비켜 줄래!”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중 여자 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쿠라다. 여자 닌자 반에서 인기가 제법있는 여자애다. 한 번도 나에게 말을 걸어준 적도 없지만 괜시리 호감이 갔다. 그런데 속으로만 좋다고 생각하던 여자애가 갑자기 말을 걸어 오다니, 혹시 이건 … 하며, 망상의 나래로 빠져들려는 찰나 한 순간에 깨부시는 말이 들려온다.
“뭐해? 빨리 비켜, 나루토! 난 저쪽에 앉고 싶단 말야!”
그러면 그렇지, 사쿠라가 날 좋아할 리가 없다. 어차피 다른 애들도 날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쪽’이라는 말에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본다. 항상 깍지손을 한 채 굳은 표정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녀석, 그런데도 여자 닌자들 사이에서는 인기 넘버 1이었던 녀석, 우치하 사스케가 앉아 있었다. 실력은 최고지만, 항상 쿨한 척, 잘난 척만 하는 재수없는 녀석이다. 도대체 어디가 좋아서 그런 건지. 기분 좋았던 감정이 순식간에 짜증으로 돌변한다.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옆을 힐끗 쳐다본다. 나루토와 사쿠라다. 저 녀석, 결국 어떻게 해서 시험에 합격한 것인가. 아마도 미즈키를 제압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녀석이 아카데미 예비 졸업생이라니. 나뭇잎 마을도 슬슬 망조가 드는 구만. 어이가 없어서 짧게 한 마디를 내뱉는다.
“뭐야.”
그리고 다혈질인 나루토는 예상하던 대로 짜증을 내면서 날뛴다.
“너야말로 뭐야! 잘난 척만 하는 주…”
말을 다 그치지 못하고 사쿠라가 나루토를 온힘을 다해서 누른다. 나로서는 손을 쓰지 않아도 되니, 잘 되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는 나루토를 뒤로 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사쿠라가 말을 건다.
“사스케, 옆에 앉아도 돼!?”
적어도 나루토가 옆에 앉는 것보다는 괜찮지, 부담없이
“어.”
라고 답을 한다.
기분이 좋다. 평소에는 반이 달라서 같이 앉을 수 없었지만, 성가신 방해물을 전부 제거하고 드디어 둘이서 앉게 되었다. 이노를 포함한 여자애들의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그런 것 따위 전부 무시한다. 그렇게 부럽다면 너네들도 한 번 사스케 옆에 앉아 보라구. 이런 찬스를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이번 기회에 사스케를 내 포로로 만들어야 한다. 보란 듯이 첫 키스를 따내고 말 것이다.
쳇, 혼자서 쿨한 척 하는 녀석이 어디가 좋다고. 하지만 이런 마음에도 상관없이 사쿠라의 눈은 사스케에만 향해있다. 슬금, 슬금. 사쿠라가 슬며시 사스케에 다가간다. 이런 모습을 그대로 놔둘 수야 없다. 책상에 두 발을 올리고 사스케와 얼굴을 맞댄 채로 눈싸움을 한다. 이렇게 까지 하는 데, 계속 가만히 있으려나. 바로 사쿠라가 화를 낸다.
“임마! 나루토! 사스케에게 뭔 짓을 하는 거야!?”
저 녀석, 지금 뭐하는 거야. 사쿠라를 내 옆에 앉혀 놓으면 조용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아니다. 갑자기 얼굴을 바짝 붙이더니 눈에 불을 붙이고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괜히 사람을 방해하는 게 취미인건지, 짜증나는 녀석이다. 저런 녀석과 오래 입씨름을 해봐야 나만 손해이다. 짧게 말을 한다.
“비켜.”
“흥! 비키라고 비킬 줄 알고!?”
하긴, 말을 들을 녀석이면 진작에 비키고도 남을 녀석이었겠지. 하지만 나루토는 친절과 거리가 멀다. 무슨 말을 해도 직성이 풀릴 때까지 계속 그 자리에 서있을 것이다. 신경을 끄고 목표에 대한 생각을 하던 찰나, 툭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누군가가 실수로 친 모양인데 … 나루토의 얼굴이 점점 다가온다. 야, 조심해. 지금 그 위치에선 더 이상 다가오면 매우 큰 일이 벌어진단 말야!
사스케가 나루토를 피하려 하지만, 나루토는 미처 눈치를 채지 못하고 당황하다 결국 둘의 입술이 맞붙고 말았다.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본 사쿠라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내가 하려던 첫 키스였는데, 사스케의 첫 키스가 이런 바보 녀석에게 넘어가다니.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겨우 사스케 옆 자리에 앉았는데.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일을 당한 사스케는 침을 퉤, 퉤 뱉으면서 나루토를 기분 나쁜 시선으로 쳐다본다. 이 멍청아, 너 때문에 사스케가 졸지에 남자와 키스를 해버렸잖아. 그것도 첫 키스를 말이야! 목을 부여 잡고 토하는 시늉을 하는 나루토를 불러 세운다.
“나루토…?”
이제야 살기를 직감한 듯, 나루토가 부들부들 떠는 목소리로 답을 한다.
“사쿠라… 사고, 사고였다고!”
“…사고를 핑계로, 일부러 사스케와 키스한 것은 아니고!”
“뭐? 아냐, 아니라고오….”
변명 따위는 필요없다. 사랑과 정의가 담긴 분노의 주먹을 나루토에게 날린다.
퍽, 팍, 푹. 사쿠라의 주먹 소리가 설명회장을 울린다. 모두가 사쿠라의 가공할 힘에 얼어 붙고 만다. 심지어는 사스케조차도 놀라 쳐다본다. 언제부터 이런 힘을 지녔담. 보통의 여자 닌자가 쓰는 힘의 배는 되는 것 같다. 히나타는 빨리 달려가서 사쿠라를 말리고 싶지만, 발이 움직일줄을 모른다. 키바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사쿠라를 바라본다.
“사쿠라가 같은 팀이 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난 사절이다.”
시카마루는 계속 시큰둥한 표정으로 사쿠라를 본다. 평소에 볼 때 힘이 세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이렇게 셀 줄은 몰랐다. 같은 셀이 된다면 전력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평상 시에 마음에 안드는 애한테 이렇게 할 것을 생각하면 별로 같이 있고 싶지는 않다.
이루카가 들어오자, 설명회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나루토를 발견한다. 이번에는 늦지 않았다. 다행이다. 설명회에도 늦으면 어떻게 할 지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모습을 보자하니 누군가에게 흠씬 얻어 맞은 모양이었다. 도대체 뭔짓을 했길래 이 꼴이 된 것일까. 편견 때문에 맞은 게 아니길 빌 뿐이다.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아이들에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아카데미 졸업을 하고 이 자리에 온 것을 축하한다! 오늘부터 너희들은 진짜 닌자가 되었지만, 하지만 아직 햇병아리야. 정말 힘든 것 지금부터다. 오늘부터 너희들에게 마을에서 임무를 주게 될거야. 3명이 한 반을 이루고, 각 반마다 상급 닌자가 한 사람씩 붙는다. 그 상급 닌자 선생님의 지도 하에 임무를 완수해 나가게 되지.”
예전에 이타치가 하는 말을 통해서 대충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아직도 세 명이 한 조를 이루는 구성은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성가시다. 나와 비슷한 아이들이 같은 조를 모아도 모자란 판에, 만약에 나루토같은 녀석과 한 조가 된다면 목표는 더욱 멀어질 뿐이다. 가능하면 같은 조를 이뤄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하고 싶었다.
사쿠라는 주먹을 쥐고 다짐을 했다. 반드시, 사스케와 한 조가 되고 싶다. 비록 오늘은 나루토 때문에 첫 키스를 빼앗기는 굴욕을 당하기는 했지만 사스케와 같은 조가 된다면 그런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지. 첫 키스는 실패했어도, 아직 다음 단계는 많이 남아 있다. 단지, 나루토가 같은 조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혼자서 날뛰고 또 사스케와 내 사이를 방해를 할 게 뻔했다.
뭐든 좋다. 사쿠라와 같은 조가 되면 더욱 좋고. 다만 사스케와 같은 조가 되지 않기를 빌었다. 다른 애들이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혼자서 멋진 체 하면서 음침하게 있는 녀석과 같이 있고 싶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놀기를 좋아하던 녀석이다. 그런 녀석과 한 팀이 된다니, 안 될 일이지. 그런 녀석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해 나갈 자신이 있다.
“각 반 별 구성원은 힘의 밸런스가 맞게 선생님들이 직접 정했다. 자! 지금부터 발표를 시작할테니 놓치지 않고 잘 듣도록!”
“예엣-!”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이루카 선생님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이름이 불림에 따라 환호하는 아이들과 얼굴을 찌푸려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겹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6반까지 발표가 모두 끝나고 드디어 7반 멤버 발표가 시작되었다.
“다음은 7반이다. 하루노 사쿠라.”
사쿠라가 순간 긴장한다. 그 다음에 불려질 이름이 누구일지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설마, 내 이름은 아닐까, 생각도 해보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제발, 내 이름이 불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즈마키 나루토!”
기적이 일어났다. 사쿠라와 내가 한 조가 될 줄이야. 사쿠라는 고개를 푹 숙이고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다. 역시 나 같은 사람은 싫은 거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앞으로 계속 볼 텐데, 그 동안 사이가 괜찮게 만들면 될 일이다. 기쁜 마음에 소리를 지른다.
“마지막으로, 우치하 사스케.”
그리고 좋은 일이 일어나면 항상 불행한 일이 찾아온다. 사쿠라만 같은 조가 되면 될 걸, 하필이면 사스케와 같은 조가 될 게 뭐람. 사스케는 계속 깍지를 낀 채 아무런 미동도 없지만, 사쿠라는 좋아서 길길이 날 뛴다. 정말, 감정도 없는 맹한 녀석이 뭐가 좋다고. 순간적으로 사쿠라가 야속해진다. 기분 나쁜 마음에 선생님에게 허세를 부려 항의를 해본다.
“이루카 선생님! 제가 어째서 저런 멍청이하고 한 반이 되어야 하냐구요!”
이루카 선생님이 나를 쳐다보더니, 한숨을 푹 쉬고 대답을 한다.
“…사스케는 졸업생 27명 중에서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리고 나루토 넌… 보결이야. 알겠어? 힘을 균등하게 맞추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구나.”
웃을 뻔했다. 이런, 그러면 그렇지. 등수에도 오르지 못한 보결일 줄이야. 하지만 좋아할 일이 아니다. 사쿠라가 치근덕대는 것은 상관없다. 저런 바보 녀석과 같은 반이 되었다. 최악의 사태이다. 내심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짜증이 난다. 그런 녀석이 나보고 ‘멍청이’라고 부르다니, 하늘이 뒤집어 질 일이다.
“후… 내 발목이나 잡지 마라. 보결!”
예상했던대로, 나루토는 분을 참지 못하고 나에게 달려 든다. 맞는 말을 한 것 뿐이다.
“뭐라고 임마!”“그만 좀 해, 나루토! 넌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싸우지 마라! 이제 다른 반을 설명해줘야 하는데, 무슨 소란이야! 가만히 있어.”
호통을 치자 겨우 조용해 진다. 다시 한 번, 자연스레 한숨이 나온다. 이 아이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상극인 아이들이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아이들을 일부러 피하려는 사스케, 보통의 아이들처럼 나루토를 무시하는 사쿠라, 실력은 낮지만 잠재적인 능력이 강한 나루토. 하지만, 세상은 지금 편성된 반보다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살아간다. 지금 이 반목을 이겨내야 커서 더 잘 해나갈 수 있다. 지금은 티격태격 싸우지만, 싸울 수록 더 깊게 붙는 법이다. 잘, 해낼 터이다.
“그럼 8반을 부르겠다. 아부라메 시노, 이누즈카 키바, 그리고 휴우가 히나타!”
시노는 키바와 히나타를 바라본다. 이번에는 이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 묻히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노력해도 항상 묻히는 게 다반사, 그래도 조가 정해진 이상 조금만 노력하면 ‘공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마음대로 생각한다. 키바 역시 시노, 히나타를 바라본다. 히나타가 센 지를 모르겠지만 그래도 휴우가 일족이니 기본적인 힘은 지니고 있을 터, 그리고 시노는 … 무슨 힘을 지녔는지 잘 생각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약하지는 않겠지.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루토와 같은 반이 되지 못 한 히나타는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여기서 본 게 어디냐. 그 이상의 행운을 바란 것이 큰 욕심일 뿐이다.
“그리고 9반. 휴우가 네지, 록 리, 그리고 텐텐!”
네지는 히나타와 한 반이 되지 못한 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같은 반이 되었더라면 히나타를 누르고서 최고의 닌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히나타는 종가고 나는 분가이다. 같은 반이 되나, 같은 반이 되지 못 하나 결과는 같다. 어차피 분가가 종가를 이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록 리, 텐텐은 그런 마음을 모른 채 입술을 곱씹는 네지는 어리둥절하게 쳐다본다. 뭐, 어려운 일이 있냐고 생각하고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 것에 대해 기분 좋게 여긴다.
“마지막으로 10반이다! 나라 시카마루, 아키미치 쵸지, 그리고 야마나카 이노!”
시카마루는 쵸지와 한 반이 된게 나름대로 괜찮았다.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 무리없이 임무를 수행할 터이다. 단지 이노가 사스케를 지나치게 바라보는 것이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이제 같은 반도 아닌데 어떻게든 잘 되겠지. 쵸지는 아무 걱정 없는 듯 과자를 먹는 데 정신이 팔려있다. 이노는 사스케와 같은 조가 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었다. 사쿠라, 참 운도 좋지. 하지만 그대신 나루토와 같은 조가 되었으니, 사스케를 차지한 벌이다. 역시 하늘은 공평하다니까. 아쉬어도, 그것만은 다행이다.
“이제 발표는 다 끝났다. 오후에는 상급 닌자 선생님들을 소개 해 줄테니, 그때까지 해산!”
아이들이 우루루 설명회장 문을 나선다. 다들 좋아하는 표정이다. 나는 평소 자주 올라갔던 옥상 위로 올라가 누웠다. 젠장! 사쿠라와 같은 조로 엮인 건 행운이다. 그러나 사스케와 같은 조가 되어버렸다. 남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바보같은 녀석하고 한 조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좋지 않다. 뭐, 좋은 방법 없을까. 잠시 생각을 하다, 좋은 수가 떠오른다. …그래, 그렇게 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겠지. 일어나 바지에 묻은 흙을 털고 밧줄을 챙긴다. 슬며시 설명회장으로 내려가 동태롤 살핀다. 예상했던대로, 설명회장에는 사스케 밖에 없다. 다른 아이들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항상 사스케는 혼자서 밥을 먹는다. 창가에 주먹밥과 물 한 잔을 놓고서 또 생각에 잠겨 있다. 도대체, 항상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만날 생각만 하는 녀석이다. 살금살금 사스케의 뒤로 다가간다. 사스케가 틈을 보이는 건, 이 때 뿐이다. 휘익. 밧줄을 던져 잡아 당긴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사스케는 당황한다.
“야아앗! 너 이 녀석… 나루토지!”
“시꺼! 조용히 좀 있어봐….”
바동거리는 사스케를 겨우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1등으로 졸업한 너셕이, 이런 공격 하나 방어하지 못 해서야, 원. 체육 창고에 사스케를 던져 놓는다. 그리고 창고 밖을 나오면서 사스케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다른 인술에는 자신이 없지만, 변신술은 그 누구보다도 잘 꾸밀 자신이 있다. 다시 한 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사쿠라가 있는 곳을 찾아 건물 밖으로 나선다.
막상 사스케를 포로로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없어진다. 몸매로 유혹을 하려 해도, 가슴도 엉덩이가 너무 작다. 남들보다 큰 것은 오직 이마 뿐. 이노가 부럽다. 이노는 나보다 키도 크고 몸매도 좋다. 물론 이마도 나보다 작다. 어떻게든 첫 키스를 하고 싶었는데 나루토 녀석 때문에 그것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제는, 마음으로 승부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일까. 어떡하면 좋을 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누군가가 계속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시선이 흐르는 쪽으로 쳐다본다. 사스케다! 사스케가 나를 보고 있다. 그것도 뜨거운 눈길로. 평소에는 나에게 말은 커녕 눈길도 주지 않는 사스케가 나를 보다니, 이건 기적이다. 게다가 그 시선은 왠지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하다. 나하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싶어하는 눈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사스케는 자리를 옮긴다. 역시나, 망상일 뿐이다. 그저 시선이 마주친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어린 애도 아니고, 무슨 창피한 일이람. 다시 현실을 바라본다. 몸매가 안 된다면 어떻게 사스케를 사로 잡을지 생각을 하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마가 참 예쁜 걸.”
사스케, 틀림없는 사스케의 목소리이다. 내가 먼저 말은 건 적은 있어도 사스케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다니. 이건 정말 기적이다! 얼굴이 발그레 진채로 사스케를 올려다 본다. 그리고 사스케의 입에서 달콤한 말이 흘러나온다.
“너하고 뜨겁게 키스를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원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역시 몸매가 되지 않아도 진심은 전해지는 법이다, 하면서 다음에 할 말을 기대하려는 찰나.
“…라고 나루토라면 그렇게 말했겠지.”
역시,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기사, 이렇게 쉽게 넘어오는 게 말이 될 리 없다. 뭐야, 나에게 장난이라도 치려고 온 건가. 내심 기대했던 일은 결국 일어나지도 않고. 풀이 죽는다. 한숨을 푹푹 쉬며 땅을 쳐다보는 데, 사스케가 다시 말을 건다.
“사쿠라,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데.”
“뭐.”
소녀의 마음을 이리저리 헤집어 놓고서 도대체 뭔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보통 남자 아이라면 한 대 쥐어박았을 테지만, 사스케에게는 도저히 이런 짓을 할 수가 없어 참고 있었다. 이런 마음은 생각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야속하다.
“나루토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듣고 싶어.”
갑자기 왜 나루토람. 아무래도 아까 전에 있었던 일과 관련된 것일지 모른다. 갑작스럽게 자기에게 시비를 걸고, 끝내는 기분 나쁜 짓까지 했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마음을 추스르고 답을 하기로 한다.
“나루토는… 사람의 연애를 방해만 하고, 내가 괴로워하는 걸 즐기고 있어…. 나루토는 전혀 날 이해하려 하지 않아. 날 귀찮게 할 뿐이야. 난 그저… 사스케만 날 보아 줬으면 할 뿐인데. 나 있잖아. 날 보게 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평소엔 나에게 관심이 없던 사스케가 오늘따라 나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오늘은 기적이 벌어질 것만 같은 날이다.
“널, 좋아하니까….”
나와 사스케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와준다면 좋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전에는 멀리서만 얼굴을 보았는데 처음으로 사스케의 얼굴을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본다. 그냥 보았을 때도 멋있지만, 이렇게 가까이보니 왜 사스케가 맘에 드는지 알 듯하다. 하지만 하늘은 날 도와주지 않는다. 거의 맞닿으려고 할 때, 꾸르륵 소리가 들려온다. 사스케가 배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배가 아픈 모양이다.
“미…미안. 금방 돌아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수줍음이 많은 것일까. 원래 긴장하면 배가 아픈 것인지, 아니면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서 자리를 피한 것일지. 중요한 일이 벌어질려는 찰나, 어이없이 흥이 깨지고 만다. 할 수 없지. 사스케가 화장실에 있을 동안,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이나 하고 있자.
다행이다. 오늘 아침에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배가 아파오는 바람에 까딱하면 변신이 풀릴 뻔했다. 일을 해결하고 나서 사쿠라가 한 말을 골똘히 생각한다. ‘귀찮게 한다.’정말, 너무 한다. 사쿠라는 나를 귀찮고, 쓸데없는 존재로 여긴다. 씁쓸하다. 게다가 사쿠라가 이쪽으로 다가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냥 사스케로 변신해 마음만 살짝 엿 볼 생각이었는데, 나를 완벽하게 사스케로 여길 줄이야. …하지만 이건 달리 생각하면 기회이다. 사쿠라는 지금 보는 사스케가 나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다. 내가 계속 사스케의 모습으로 변신한 상태에서 추한 짓을 하면, 사쿠라는 사스케는 싫어하게 될 것이다. 옳거니. 좋은 생각이다. 손바닥을 마주치고, 어떻게 하면 사쿠라의 마음을 크게 상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한다.
녀석, 이건 몰랐을 거다. 아까는 갑작스럽게 공격을 해오는 바람에 반격을 하나도 못 하고 갇혔지만 이런 간단한 결박은 단시간에 풀 수 있다. 나루토 몰래 창으로 밖을 쳐다본다. 내 모습을 한 누군가가 사쿠라에게 다가간다. 필시, 나루토일 것이다. 멀리 있어서 잘 들리지는 않지만, 점점 사쿠라와 나루토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 속셈으로 나를 가둔 것인가. 유치한 자식. 그런게 뭐가 좋다고. 계속 가까워지는 중, 갑자기 나루토가 화장실로 급하게 뛰어간다. 그 모습에 혀를 차면서, 터벅터벅 밖으로 걸어 나간다. 사쿠라가 환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달려온다.
“사스케도 참, 한참 기다렸잖아! 이제 마음의 준비는 다 된거지? 난 언제든지 OK니까 상관 없지만 말아.”
사쿠라는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다. 불쌍하군. 짐짓 무시하고 해야할 말을 전한다.
“슬슬 집합 시간이야. 나루토는 어디 있지?”
“얘기를 또 돌리는 거야? 그리고 솔직히 나루토는 무시해도 되잖아. 언제나 사스케에게 시비만 걸고! 역시 가정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그런 거러니까. 그 녀석- 부모가 없잖아!”
‘부모가 없잖아’, 갑자기 흘러 나온 말에 순간 멈칫한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 나처럼 어렸을 때부터 부모없이 자랐던 것 같다. 나하고 같은 처지이다.
“언제나 제 맘대로 자라나서 버릇이 없는 거라고. 내가 그랬다면 바로 부모님에게 혼쭐이 났을 걸! 하지만 가끔씩은 혼자라는 건 참 부럽기도 해. 적어도 잔소리는 안 들으니까. 하지만 제대로 혼이 나지 않아서 성격이 그 따위인…”
“그 아이는 고독해.”
“…응?”
“…부모에게 혼난다고 슬프다던가 하는 레벨이 아니야.”
성격이나 능력적인 면에서 나루토를 무시하고 욕하는 것은 괜찮다. 사실이니까. 하지만, 부모가 없는 것을 가지고 들먹거리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녀석이 딱히 좋지는 않아도 나와 같은 처지를 비꼬는 것은 기분 나쁜 언행이다. 혼자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혼자있는 사람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기 마련이다. 사쿠라는 그런 아이이다. 더 이상 말하는 것도 싫다. 짧게, 말을 건다.
“너, 정신 좀 차려.”
사쿠라를 뒤로 하고 집합 장소인 7반을 향해 걸어간다. 그 와중에, 허겁지겁 달려가는 나루토와 마주친다. 나루토는 나를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어떻게, 분명히 단단하게 묶었는데 그걸 풀고 빠져 나온 거지, 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역시나 이번에도
“앗, 아니! 어째서 너가 여기에 있는 거야!”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면서 대답을 한다.
“너, 설마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끈을 푸는 술법은 초급 수준이야. 다음부터 가두려면 조금 더 머리를 쓰라고.”
역시나 나루토는 그 술법의 존재를 몰랐던 것 같다. 눈을 비비고서 나를 계속 쳐다보가에 바쁘다. 쯧, 이런 간단한 술법 하나 모르다니. 다시 7반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조금 있으면 집합 시간이야. 허튼 짓 하지 말라고.”
정신, 차려라. 사스케의 말이 따갑게 박혀 온다. 사스케도 설마 부모없이 혼자 살아왔던 것일까. 한 번도 사스케의 집안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없었다. 사스케도 집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아마도, 사스케도 혼자 살고 있기에 내 말이 짜증났던 거 겠지. 내 실수다. 처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함부로 입을 놀리고 말았다. 사스케만 바라보고, 나루토를 무시한 말의 결과는 결국 경멸이다. 얼마나 나루토는 외로웠을까. 집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은 참 무서운 일이다. 그것도, 반평생을 혼자 산다고 생각하니 그 고통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다. 그동안 계속 나루토를 무시했던 자신이 부끄럽다. 다음부턴, 좀 더 상냥하게 대해줘야 겠다. 그것이 사스케를 향해서도, 나루토를 향해서도 좋은 일일 것이다. 사스케의 말대로, 조금있으면 집합 시간이었다. 모임 장소를 향해 걸어간다.
호카게와 하타케 카카시는 나루토의 집을 둘러보고 있다. 열쇠는 기본적으로 집 주인이 갖고 있는 게 정상이지만, 혼자 살고 있는 경우에는 호카게가 열쇠 한 부를 복사해서 맡고 있는 것이 관행이었다. 사고가 나는 것을 대비한 조치였다. 특별히 별 문제는 없었지만, 이번에 편성된 7반은 특별히 주시해야 할 아이가 두 명이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루토의 집에 몰래 들른 것은 나루토가 어떤 아이인지를 만나기 전에 미리 알기 위한 조치였다. 열쇠를 가져갔지만, 쓸 필요는 없었다. 문고리를 그냥 돌리자 가볍게 문이 열렸다. 너무 기분이 들뜬 나머지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간 모양이다. 집 안은 참 더러웠다. 살고 나서 한 번도 청소를 안 한 것처럼, 군데군데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식탁보는 진득하게 때를 탄지 오래, 부엌에는 파리가 여기저기 날고 있었다.
“집 안이 참 어지럽군요.”
“이 녀석… 내가 그렇게 청소를 하라고 일렀는데도.”
“뭐, 애들이 다 그렇죠.”
카카시는 식탁에 있는 빈 우유팩을 바라본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있다. 이걸로 아침을 해결한 것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냉장고를 열었다. 역시나, 빵과 라면, 단팥죽 정도를 빼고는 제대로 된 식료품이 보이지 않는다. 하나 같이 유통기한이 지나있거나 썩기 일보 직전인 것들이다. 언제 팔을 걷어 붙이고서 한바탕 정리를 해야 겠군. 작게 혀를 찬다.
“멍청한 녀석이지만, 자네가 감시하면 지금보다 나아질지 모르지.”
“시간이 있으면 대청소라도 해야겠군요.”
아무래도 혼자 살면 같이 살 때 보다 불완전한 점이 많다. 나조차도 한동안은 이와 다르지 않았으니까. 친해지고 나면, 나루토에게 이것저것 집안일을 가르키고 싶었다.
“이제, 사스케의 집으로 가기로 할까.”
사스케의 집은 나루토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원래 한 일족이 살고 있던 집인만큼 당연한 일이다. 호카게님이 품 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연다. 크기는 훨씬 넓지만, 혼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마당, 정원을 시작해 온 집안 구석 구석이 정갈하게 정돈이 되어 있다. 혼자서 이렇게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독기를 품었기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 단 한 군데, 먼지가 그대로 쌓여있는 방을 발견했다. 문패에는 ‘이타치’라고 써있다. 어느 정도 둘러보기를 마치고, 호카게님이 담배를 피우면서 말을 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
잠시 생각을 하다, 겨우 입을 뗀다.
“…최소한 쉽지는 않을 것 같군요.”
원래 보기로 했던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더 지났는데 아직 상급 닌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나루토는 밖을 들여다 본다. 하지만 계속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니 전혀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다.
“나루토! 가만히 있지 못 해!”
“어째서, 우리 7반 선생만 이렇게 늦게 오는 거야! 다른 반은 모두 자기네 선생들하고 어딘가로 가버렸고, 이루카가 선생님도 집에 갔는데 말야!”
잠시 고개를 들어 방안에 있는 시계를 들여다 본다. 하염없이 시간만 자꾸 흘러만 가는데, 상급 닌자는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참, 성의도 없지. 밖을 계속 들여다 보던 나루토는 갑자기 칠판으로 다가가 칠판 지우개를 들고 문 사이에 끼워 놓는다. 유치한 장난이다.
“나루토! …어떻게 돼도 난 모르니까 너가 알아서 해!”
사쿠라는 나루토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내심 웃는 것으로 봐서는 이런 장난을 좋아하는 듯하다. 연기를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둘 다 한심하다. 게다가, 상급 닌자가 이런 허접한 함정에 걸릴 인물인가. 나루토가 혼날 모습이 눈에 선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바로 문이 열렸다. 퍼억- 상급 닌자로 보이는 백발에 써클렛을 삐뚤게 쓴 남자는 지우개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맞는다. 저러고도 상급 닌자란 말인가.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 한 인물이다.
“까하하하! 걸렸다! 걸렸어!”
“선생님, 죄송해요. 전 말렸지만 나루토가 자꾸….”
그렇게 말할거면 입가에 웃음을 감추라니까. 백발 닌자는 우리를 넌지시 쳐다보더니 한 마디를 내던진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너희들이 첫인상은, 빵점이다!”
하긴, 내가 상급 닌자였어도 그런 말을 했을 것 같다. 빵점이라는 말에 나루토와 사쿠라는 얼굴이 굳어진다. 그러게, 가만히 좀 있을 것이지.
“그럼 여기는 좀 답답하니까, 옥상 정원으로 나가서 계속 하기로 할까.”
상급 닌자의 말에 다같이 정원으로 나간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일렬로 심어놓은 나무가 푸른 빛을 발하고 있다. 대충 자리를 잡고 나서, 상급 닌자는 말을 이어 나간다.
“일단, 자기 소개를 먼저 하도록 하자.”
“어떤 걸 말하면 돼요?”
나루토가 불쑥 묻는다. 녀석, 조금 있으면 나올 말인데 급하기는.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것, 또는 장래의 꿈이나 취미라든지…. 하여튼 자유롭게 말하면 되는 거지.”
“저기요! 저기요! 그보다 전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싶다니깐요!”
“그래요… 왠지 사상이 불순해 보이기도 하고요.”
나루토와 사쿠라가 계속 상급 닌자에게 치근덕댄다.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름은 하타케 카카시.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 지 너희들에게 가르쳐 줄 맘은 없다. 장래의 꿈이라고 해도… 하여튼, 취미는 여러 가지다.”
“치사하긴! 결국 이름밖에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그럼 이번엔 너희들 차례다.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말을 하도록.”
“내 이름은 우즈마키 나루토! 좋아하는 건 컵라면하고 단팥죽. 더 좋아하는 건 이루카 선생님이 사주시는 일락 라면! 싫어하는 건 생야채하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서 기다리는 3분!”
아까 전 내 말에 짜증을 냈던 나루토는, 자기 소개를 하자마자 신나게 말을 하고 있다. 나도 내 취미에 대해서 말을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차차 알게 되겠지. 아니, 어쩌면 이미 잊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장래의 꿈은, 호카게를 뛰어 넘는 것! 그래서 마을 사람 모두에게 내 존재를 인정 받을 거에요!”
호카게를 뛰어 넘는다라, 재미있다. 인주력으로 태어난 아이의 대부분은 비뚤게 자라난다. 분명 마을 사람들에게 많은 구박을 받으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의 모습에는 그런 흔적을 찾기 어렵다. 호카게 님, 그리고 이루카 선생의 도움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일까. 어쨌든, 잘 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취미는 장난 치는 것. 이상, 끝!”
그래도 본연의 모습은 장난꾸러기인 모양이다. 뭐, 재미있으니 된 것일지도 모르지.
“이름은 우치하 사스케. 싫어하는 건 많지만, 좋아하는 건 별로 없어. 하지만 꿈보다 더 큰 야망이 있다. 일족의 부흥, 그리고 어떤 남자를 반드시 … 처치하는 것.”
역시나, 살벌한 말이 나왔다. 나루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사스케를 쳐다보는데, 사쿠라는 그저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여자 아이는 좋아하는 남자 아이라면 어떤 말을 해도 좋아한다는 말은 역시 사실이다. 그나저나, 어린 나이에 ‘처치한다’는 꿈을 품고 있다. 다른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한 건 대견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면이 보였다.
“저는 하루노 사쿠라. 좋아하는 건 … 이라기 보다, 좋아하는 사람은 … 음- 이참에 장래의 꿈도 확 말해 버릴까나. 까약-!”
너무 달짝지근해서 부담이 가기는 하지만, 이런게 이 나이대 소녀의 기본적인 모습이다.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꿈도 대충 짐작할 것 같다. 원래 숨기려고 할수록 더 밝게 눈에 보이는 법이니.
“그리고 싫어하는 건 나루토에요!”
나루토가 얼굴을 살짝 찌푸린다. 같은 반이 되기는 했지만, 나루토는 아이들 사이에서 별로 인기를 받지 못한 아이니 별 수 없다. 톡톡 튀는 성격도 한 몫 하지만, 어른들의 편견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스며들기 마련이다. 친하게 지낼수 있도록 노력 좀 해야 겠군, 벌써부터 해야 할 일에 대해서 걱정되기 시작했다.
“자기 소개는 거기까지. 내일부턴 임무를 주겠다.”
“옛? 어떤 임무인가요!?”
아직 소개도 하지 않았는데, 나루토는 벌써부터 신나하고 있다. 역시, 재미있는 애다.
“먼저 우리 네 명이서 어떤 일을 하게 될거야.”
“네? 뭔데요?”
“서바이벌 연습이다.”
“엥, 서바이벌 연습?”
“어째서 연습이 임무라는 거죠? 연습이라면, 아카데미에서 얼마든지 받았다구요!”
서바이벌 연습이라는 말에 사스케를 제외한 두 명이 동요한다. 벌써부터 본격적인 임무를 맡게 될 줄이라도 알았던 거겠지. 묵묵히 말을 듣고 있는 사스케가 대단하기도 했지만, 그 속에는 심각한 결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렇게 좋아할 일도 아니었다.
“상대는 나지만, 단순한 연습이 아니다.”
“그러면요, 도대체 어떤 연습인데요?”
이제부터 한번 연기를 해보기로 할까. 매년 졸업생들 한테 써먹었던, 끝내는 이들이 다시 짐을 싸고 돌아가야 했던 악역을 맡기로 한다. 고개를 숙이고, 큭큭 웃는다.
“잠깐만요! 뭐가 그리 우습죠?”
“아니… 그게 말이지. 내가 이 사실을 말하면 너희들이 겁을 먹을 테니까.”
“겁…?”
“똑바로 새겨 들으라고. 이번에 졸업한 27명 중 하급 닌자로 인정받는 자는 겨우 12명, 나머지 15명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게 된다. 이 연습은, 탈락률 56% 이상의 힘든 시험이라는 소리야.”
매년 이 말을 할 때마다 그랬듯이, 아이들은 말을 끝내자 마자 굳어지고 만다. 사스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 나를 보고 있지만, 그래도 약간은 놀란 듯 하다. 얼굴에 식은 땀이 작게 흐르고 있다
“하하하. 정말 겁먹은 모양이로구나.”
“그런 바보 같은! 그렇게 고생해서 시험에 통과했는데. 이럴 거면 졸업 시험이 무슨 소용이에요!”
왜 불만이 안 나오나 했다. 특히 나루토라면 더욱더 불만을 낼 만하다. 불만에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한다.
“아- 그건 말이지, 하위 닌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녀석들을 뽑는 시험일 뿐이라고.”
“뭐라구요?”
“하여튼, 내일 연습장에서 너희들의 합격 여부를 판단하마. 닌자 도구를 전부 챙겨서 오도록. 그리고 반드시 아침밥은 거르고 올 것. 먹고 시험을 치뤘다가는, 토할 거야! 자세한 건 지금 나눠주는 종이에 써 놓았으니까, 내일 늦지 않게 오도록!”
“토, 토하다뇨!? 그렇게 시험이 힘든가요!”
“그럼 오늘은, 이만 해산!”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 재미있지. 내일을 기약하며 난 물러나기로 했다.
나루토는 지금까지 겪었던 일을 생각한다. 다른 애들은 쉽게 시험에 통과했을지 모르지만, 난 실력이 부족해 만년 낙제만 했다. 나를 친절하게 대했던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서야 가까스로 나를 인정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알 수 있었다. 죽을 고비를 넘겨 겨우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여기서, 떨어질 수 없다. 카카시 선생을 한 방 먹이고 내 힘을 인정받아, 꼭 하급 닌자로써 인정을 받을 것이다. 이루카 선생님에게, 코노하마루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결코 물러날 수 없다. 카카시 선생이 나눠준 프린트를 바라본다. 한자가 너무 많아 읽기가 힘들다. 좀 쉽게 풀어서 글을 쓸 것이지. 하여튼 시간이 없다. 빨리, 집으로 가서 연습을 해야 했다.
“얘들아, 그럼 내일 보자!”
허겁지겁 종이를 들고서 집으로 달려간다.
너무나도 야속했다. 이런 시험인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모두가 하급 닌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가족 모두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었다. 나 정도면 간단하게 통과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래도 막상 시험이라니,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름이 카카시라고 했던가. 처음보는 선생은 어딘가 이상했다. 모임 시간에도 늦고 어딘가 멍해 보이다가도, 진지한 구석이 보이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어쨌든, 이번 시험은 중요하다. 이번 시험에서 떨어지면, 더 이상 사스케와 같이 지낼 수 없다. 이건, 하늘이 내려준 사랑의 시련임에 틀림없다.
종이를 꾸깃꾸깃 뭉친다. 어차피 쉬울 시험이다. 사쿠라와 나루토 녀석에게는 벅찰 시험인지 몰라도, 오랫동안 철저한 연습을 한 나에겐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종이를 저 멀리 내던져두고 평소처럼 집 마당에서 연습을 하기 위해 집으로 발을 옮긴다.
문을 연다. 아차, 오늘 아침에 문을 잠그지 않고 간 모양이다. 정신 없기는. 어차피 집 안에 훔쳐갈 물건도 없지만. 그런데 뭔가가 바뀐 것 같다. 이리저리 던져놓았던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다. 아침에 개지 않았던 침대 이불도 정성스럽게 개져 있다. 오랫동안 쌓아놓았던 식기들이 잘 닦여 선반에 놓여 있다. 냉장고 문을 여니, 식료품들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다. 누가 들어가서 청소라도 한 모양인가? 설마, 그럴리는 없다. 아마도 내가 한 건데 내가 기억 못 하는 거겠지. 요새 건망증이 심하다니깐.
저녁을 먹고 양치질을 한 뒤, 침대 위 천장에 인형을 매달아 놓는다. 예전에 쓰레기통에서 주운 녀석이지만, 아직 연습하기엔 쓸만하다. 머리에 써클렛을 비뚤게 묶고, 펜으로 눈을 그린 뒤에 헝겊으로 대충 입 부분을 가리니 카카시 선생과 비슷해 보인다. 움직이지는 않아도 이미지 트레이닝 용도로는 괜찮다.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면서 연습을 한다. 휘익- 휘익- 몸을 움직이다 보니 벌써 한 밤중이 되어 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일찍 가야 한다. 온몸에 흐른 땀을 수건으로 대충 닦고서, 불을 끈 뒤 잠에 들기로 했다.
“여어, 안녕!”
“늦었잖아요!”
아침 일찍 보자고 먼저 해놓고선, 이번에도 어제처럼 늦게 도착했다. 저 인간은 항상 늦게 오는 게 취미인 건지. 카카시 선생은 품에서 알람 시계를 꺼내더니 나무 그루터기 위에 갖다 놓는다.
“시한은 12시까지.”
12시까지,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일까? 나를 포함한 모두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카카시 선생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다시 품을 뒤적거리더니, 끈에 매달린 방울을 꺼낸다.
“여기 내 손 위에 방울 두 개가 있다. 이걸, 점심 때까지 내게서 뺐으면 되는거야. 만약 내게서 방울을 뺐지 못한 녀석은 오늘 점심 밥은 없다! 거기서 끝나는게 아니야. 그 녀석은 저기 보이는 통나무에 묶어 놓고 그 앞에서 통과한 녀석과 함께 밥을 먹을테니, 맛있는 밥을 먹고 싶으면 알아서 하라고.”
제길, 아침밥을 먹지 말고 오라는 뜻은 이걸 노리고 한 것이었나 보다. 토하기는 무슨, 오히려 배고파서 쓰러지길 바란 것이겠지.
“방울은 한 사람 당 하나 씩. 두 개 밖에 없으니, 반드시 한 사람은 통나무행이다. 그리고, 방울을 뺐지 못한 사람은 임무 실패로 간주해서 실격. 다시 말해서, 너희들 중에서 최소 한 사람은 학교로 되돌아 가야 한단 말이야.”
적어도, 한 사람은 탈락이다. 여기서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는 없다. 주위를 돌아본다. 모두가 긴장한 모습으로 카카시 선생의 다음 말을 기대하고 있다. 모두들, 각자 꿈꾸는 목표가 있겠지. 나도 질 수는 없다.
“수리검을 써도 좋고, 다른 도구, 인술 모두 허용한다. 날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덤비지 않으면 절대 뺐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고요!”
“그래요, 그래! 칠판 지우개도 피하지 못할 정도로, 엉터리인 주제에! 그러다 죽으면 어쩌려구요?”
카카시 선생은 고개를 젓더니, 목소리를 착 내려깔고 말을 한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한 법이다. 보결은 여기 가만있고, 모두 출발 준비하도록.”
젠장, 또 보결이라고 한다. 카카시 선생, 날 무시하지 말라고. 빠른 속도로 다리에 찬 수리검을 꺼내 손에 들고 카카시 선생에게 달려든다. 칠판 지우개 하나 못 피하는 느림보이다. 그렇게 사람을 얕잡아 보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말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누군가가 손과 머리를 잡는다. 목덜미에 차가운 수리검의 기운이 느껴진다. 정신을 차린다. 카카시 선생이다. 분명 내 앞에 있었는데, 언제 내 뒤로 자리를 옮긴 것이지? 그것도 눈에 보이지 안는 스피드로. 어안이 벙벙해져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서둘지 마라. 시작 종은, 아직 울리지도 않았어.”
생각을 고쳐 먹어야겠다. 처음 볼 때 보인 모습은 허허실실이었다. 겉으로는 무능한 척하면서 사실은 뛰어난 실력을 가질 줄이야. 역시, 상급 닌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까딱하면 게속 속을 뻔했다. 이것이 이 선생의 진면목이라니, 나는 아직 멀었다. 앞으로도 조심할 것을 다짐하며 사스케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할 마음은 생긴 것 같군. 이제야 난 인정해주는 구나.”
매번 그렇듯이, 한 번이라도 진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테스트를 할 수가 없었다. 가능한 친근한 분위기로 있고 싶지만, 마음가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선 정확한 시험을 치를 수가 없다. 결국 내키지 않지만, 나루토에게 힘을 쓰고 말았다. 그래도 갑작스러운 나루토의 공격에 약간 당황스러웠다. 처음부터 기를 쓰고 달려든 녀석은 이 녀석이 처음이다. 왠지, 이번에 모인 애들은 마음이 들 것만 같다.
“…그럼 진짜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준비….”
아이들이 움직일 준비를 한다. 좋아, 이제 간다.
“스타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진다. 모두들 잘 숨었다. 아카데미에 가르친 말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닌자의 기본 중 하나는 기척을 없애고 숨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무리없이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 라고 생각하던 찰나,
“자! 당당히 승부하자니깐요!”
나루토 녀석이다. 이루카 선생에게 수업 시간에 잠만 잤다는 소리를 익히 들어 왔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본마저 잊어먹을 줄이야. 앞날이 점점 답답해져 온다.
“뭐하고 있어요? 승부라니까요, 승부!”
“너 임마… 바보냐.”
“과연- 그럴까요!”
나루토가 냅다 나에게 달려든다.
“저 돌대가리 녀석….”
닌자의 기본은 은폐라고 선생님이 누누이 말한 것을, 아주 쉽게 까먹고 있다. 아무리 빨리 테스트에 통과하고 싶다 해도 그렇지, 이렇게 단순할 줄이야. 아니, 그냥 원래 달려드는 것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카카시 선생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일순간 나루토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뻔하다.
카카시 선생은 가만히 서있다. 좋아, 이대로 계속 있는다면 내가 먼저 시험에 통과하는 거다. 하지만 카카시 선생은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빠르게 움직였는데, 들켜 버렀다. 역시, 방심해선 안 될 사람이다. 허리에 찬 백을 부시럭 거리면서 말을 한다.
“…일단, 체술을 가르쳐주도록 하지.”
난데없이 체술이라니, 체술이라면 무술을 뜻하는 말이다. 자꾸만 백을 부시럭거리는 게 너무나도 신경 쓰인다. 무기를 사용할 셈인가?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카카시 선생이 백에서 꺼낸 것은 소설책이다. 「러브러브 파라다이스」중권. 표지나 제목으로 보자하니 싸구려 연애 소설이다. 갑자기, 전투 도중에 왜 책을 꺼내는 거냐고.
“왜 그러지? 어서, 덤벼봐.”
“하지만… 시험 중에 책을?”
“이 다음 부분이 어떻게 되는 지 궁금해서 말이야. 신경쓸 것 없어. 너희들 정돈 책을 읽으면서도 거뜬하니까.”
…결국 무시하는 말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그렇지, 다른 데에 눈을 팔고 전투에 임하는 것은 자살 행위다. 그런데도 우리를 이길 수 있다니, 말도 안 돼는 소리이다. 흠씬, 두들기고 말테다. 팔을 걷어붙이고서 카카시 선생에게 달려든다. 팔을 휘두른다. 가볍게 손바닥으로 막는다. 이번엔 다리다. 다리로 얼굴을 겨냥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카카시 선생을 앉아서 공격을 피할 뿐, 다리는 허공만 가른다. 재빠르게 뒤를 돌아서 주먹을 지른다. 하지만 앞에는 아무도 없다.
“어라?”
“바보 녀석, 닌자가 몇 번이고 등 뒤를 빼앗기다니.”
분명 아까 이 곳에 앉아있었는데. 어느 틈에 카카시 선생은 내 뒤에 있었다.
카카시 선생은 손바닥을 맞대고 약지와 새끼 손가락만 깍지를 낀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분명 이 자세는 화염의 인술을 시전하기 위한 자세, 공격을 피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시작 전에 나루토의 공격을 가볍게 제압하던 것에서 알아챘어야 했지만, 카카시 선생은 실력이 대단한 상급 닌자이다. 멀리서 사쿠라가 외친다.
“나루토-! 어서 도망쳐! 잘못하면 죽게 된다고!”
“늦었어.”
나루토가 뒤를 돌아보자 마자, 카카시 선생은 득달같이 달려든다. 인술을 시전했다 … 인줄 알았는데, 단순히 찌를 뿐이다. 뭐야, 이건 그냥 단순한,
“나뭇잎 마을 비기! 분노의 똥침이다!”
대단한 기술을 보여줄 줄 알았건만, 유치한 장난일 뿐이다. 힘 하나는 강력하지만. 그저 똥침을 날렸을 뿐인데, 나루토는 저 멀리 강에 날아간다. 그 실력으로 인술을 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지. 바보가 두명이다.
풍덩 소리와 함께, 강으로 풍덩 빠진다. 젠장! 이런 공격에 당할 줄이야. 이게 무슨 상급 닌자야. 하지만 너무나도 속도가 빠르다. 웬만한 공격은 가볍게 막고 피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리검을 빼내 밖으로 던진다. 물 속이라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충 가늠을 잡을 수는 있다. 하지만 카카시 선생은 손을 가볍게 휘둘러 공격을 막는다. 수리검은 손가락에 끼어져 빙글빙글 돌아갈 뿐이다.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나루토의 공격은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내가 보기에는 나루토의 공격이 전부 먹힐 수 있어 보이는데, 카카시 선생은 너무나 가볍게 피한다. 만약에 내가 카카시 선생이었다면, 꼼짝없이 공격을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카카시 선생은 절대 실력없는 닌자가 아니었다. 단지 겉모습으로 진짜 실력을 숨기고 있었을 뿐. 소설을 보면서 웃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책을 읽으면서 공격을 방어하다니. 너무도 대단하고, 무서울 따름이었다. 과연, 이번 시험을 통과할 수나 있을까. 나루토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쿠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대로, 나는 탈락하는 것일까.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건가. 여기까지 와서? 순간 삼 일 전, 마을 숲에서 벌어진 일이 떠올랐다. 미즈키는 본색을 드러내면서 내 정체를 밝혔다. 내 속에는 구미호가 있다. 그리고 나를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다. 거기까지 였더라면 나는 마을을 벗어나 모두를 궤멸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이루카 선생님은 끝까지 나를 믿어주었다. 학생으로, 구미호가 아닌 우즈마키 나루토로써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감옥에 갖혀 있는 미즈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루카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되돌아 갈 순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의 최고 인술을 시전한다.
나루토가 겨우 강 밖으로 나온다. 콜록대면서 마신 물을 뱉어낸다. 아직 실력이 허접하다. 너무 느리다. 이 정도 실력을 가지고서는 본격적인 임무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텐데. 나루토가 겨우 몸을 추스린 듯 하자, 넌지시 말을 건넸다.
“왜 그러고 있지? 점심 때까지 방울을 뺏지 못하면 굶게 될텐데?”
“그딴 건 알고 있다니깐요!”
“호카게를 뛰어 넘겠다고 하지 않았나?”
“젠장! 배가 고파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니까요! 아깐, 방심한 것 뿐이에요!”
주변에서 꼬르륵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아침을 먹지 오고 오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힘이 안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임무 중에는 밥을 수시로 굶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굶고서 임무를 처리한다. 이런 점들을 계속 깨닫지 못하다간, 이번에도 내가 맡은 녀석들은 전부 탈락이다.
“방심은 금물이야.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건가?”
가만히 앉아있는 나루토에게 계속 도발을 건다.
젠장, 배가 고프다. 몸에 힘이 빠져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시험에 떨어질 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방울을 뺐어야만 한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선생에게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한숨을 내쉬면서 등을 보이고 걷는 카카시 선생의 두 번째 걸음이 땅에 닿는 것과 동시에, 분신들을 호수에서 빼낸다.
“응?”
“헤헤헤! 비장의 다중 환영술! 방심은 금물이라고 하셨죠?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고요!”
갑자기 강에서 나루토들이 튀어 나온다. 하나, 둘, 셋 … 총 여덟 명. 분신술은 나도 자신이 있지만, 이렇게 많이 하는 것은 무리이다. 차크라도 달리고, 그 전에 이 만큼의 분신을 만들어 내는 인술 자체가 상급이라서 아직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상태이다. 그런데 나루토 녀석은 여덟 명, 게다가 분신이 각자 실체를 갖고서 움직인다. 인술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녀석이다. 언제 이런 고급 술법을 배웠던 것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사스케는 뚫어져라 나루토를 쳐다보고 있다.
“분신이 아니라 환영술이라… 잔상이 아닌 실체를 여러 개 만들어 내는 술법이지. 하지만 네 실력을 보아 하니 그 술법의 위력은 길어봤자 1분이 한계야. 아무리 허세를 부려도 보결은 보결. 그 술법은 날 쓰러 뜨리지 못해.”
방금 나루토가 사용한 인술은 분명 상급 닌자가 겨우 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루토의 실력은 무척 낮다. 움직이는 속도도 느리고, 기본기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이루카 선생에게 들은 얘기로는 ‘봉인의 서’에서 우연하게 배운 기술이 바로 지금 쓴 기술이다. 삼 일 전에 배운 인술을 제대로 사용할 턱이 없다. 계속 책을 읽으려던 찰나, 가장 등 뒤에서 누군가 잡아챈다. 누구지? 사스케와 사쿠라인가. 하지만 전혀 아니다. 나루토의 특유의 낄낄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분신들은 내 앞에만 있었다. 언제 뒤로 위치를 옮겼던 것이지.
“헤헤…. 닌자란 건 뒤를 빼앗겨선 안 된다면서요, 카카시 선생님? 한 명은 강을 타고 살짝 올라와서 뒤로 돌아가 있었죠! 아까 똥침의 복수, 한 번 받아 보실까나!”
나루토가 주먹을 휘두르려고 하고 있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나루토가 멋있게 보였다. 이런 작전을 다 생각할 줄이야. 계속 허접하게 보였던 나루토에게 이런 면이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 사쿠라는 다음부터는 진심으로 좀 더 나루토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양동 작전 이로군.”
무작정 달려들던 녀석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작전을 구사한다. 방심한 척하면서 상대가 틈을 보일 때, 그 순간을 노린다. 카카시 선생이 썼던 작전과 유사한 것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카카시 선생은 처음부터 허허실실하게 다가와 작전을 쓴 것이었고, 나루토는 작전의 개념도 모른채 감으로 작전을 만든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신문에서 본 이후로 두 번째로 본 의외의 모습이었다.
휘익, 주먹으로 세차게 내리친다. 시원하게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제대로 일격을 먹였다. 한창 승기에 도취되려는 찰나, 뭔가 이상하다. 카카시 선생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선생님 대신 내 분신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분명, 빠르게 내 모습으로 변신해 모습을 숨긴 것이다. 무작위로 한 분신을 골라 따져 묻는다.
“네가 카카시 선생이지! 변화술로 변신한 거 아냐?”
그러자 다른 분신들도 계속 상대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너야 말로 카카시 선생이 아니야?”
“아냐 너야!”
“난 아니라니깐!”
“너에게선 선생님과 똑같은 아저씨 냄새가 나!”
“무슨 소릴!”
말싸움에 주먹질까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이렇게 하다가는 평생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힘이 풀릴 때쯤 어떤 분신이 말을 한다.
“잠깐만! 이렇게 싸울게 아니라, 빨리 인술이나 풀고 보자. 그럼 누가 카카시 선생인지 알 수 있을 거 아냐.”
“맞아! 좀 더 빨리 말했어야지, 바보!”
“니가 나잖아, 바보는 무슨!”
“하여튼 빨리 풀자고!”
바로 분신술을 해제했다.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뭐야. 전부 내 분신들이었단 말야. 결국 혼자서 싸운 것에 불과했다. 난 정말로 바보다. 허세만 잔뜩 부리고 정작 카카시 선생님에게는 제대로 공격도 해보지 못했다.
카카시 선생님이 사라졌다는 순간을 보고, 그제서야 바뀌치기 기술을 시전한 걸을 깨달았다. 나루토 녀석은 아직도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카카시 선생이 어떤 술법을 썼는지도 모르는 눈치다. 바보 녀석. 아카데미 수업 시간에 도대체 뭘 배운 것이냐.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카카시 선생은 나루토의 분신 하나와 바꿔치기를 하고 어딘가에 숨었을 것이다. 아마도 여기는 숲이니까 근처 나무 위에 숨었겠지. 나루토로 하여금 공격이 성공했다고 착각하게 만들고, 공격 자체를 이용해 스스로 자멸하게 했다. 계속 느끼는 바지만, 절대 방심하면 안 되는 선생이다.
한 순간 자랑스럽게 여겨졌던 이미지는 깨지고 말았다. 확실하게 공격을 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냥 함정에 속은 것 뿐이었다. 그걸로 모자라서 자기네들 끼리 서로 다투는 추한 꼴을 연출한다. 아무리 좋게 봐주고 싶어도 … 꼴불견이라는 생각은 어쩔 수가 없다. 아무튼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난 탈락하고 만다.
허탈해져 그냥 마냥 서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번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모든 힘을 다해서 분신을 만들어 공격했는데도, 결과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터벅터벅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뭔가 반짝이는게 눈에 보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간다. 방울이다! 카키 선생, 멋지게 도망을 친 모양이지만 엄청나게 당황을 한 모양이다. 나무 밑에다가 방울을 떨어뜨리다니. 신나게 방울을 주으려고 허리를 굽힌다. 슈욱- 갑자기 발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무에 매달려 대롱대롱. 또 함정에 걸리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함정을 만든 거야. 카카시 선생이 여유롭게 내 앞으로 다가왔다. 공격을 당한 걱정도 없는 것 처럼 가볍게 내 밑의 구슬을 줍는다.
“술법은 잘 생각하고 써라. 그러니 저 모양이지. 그리고 도대체 어떤 닌자가 대놓고 중요한 물건을 떨어뜨려 놓겠냐? 뻔한 함정에 걸리지마, 바보.”
정말 짜증난다. 도대체 어디까지 괴롭혀야지 속이 풀릴까. 이런 와중에도 카카시 선생을 나에게 웃으면서 말을 한다.
“닌자라면 두 걸음 앞을 내다봐라!”
“그딴 건 이미 다 알고 있다구요!”
“알고 있는 놈이 그 꼴이냐. 정말 너란 놈은….”
그 순간, 저 멀리 나뭇가지 위에서 사스케가 수리검 다발을 던진다. 카카시 선생의 얼굴에 정면으로 수리검이 박힌다. 피가 뿜여져 나오면서 카카시 선생은 쓰러진다. …아무리 짜증이 난다고 쳐도, 이럴 것까지야. 너무 과격한 공격에 놀라고 말았다.
“사, 사스케 녀석! 너무 지나치잖아!”
계속 허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보기에는 대책없이 움직인 것 같아도 도통 빈틈을 보이지 않는 용의주도한 선생이다. 나루토가 또 바보같이 함정에 걸리고, 카카시 선생이 설교를 하기 시작한다. 이 때다. 내가 어제 밥을 먹다 어이없이 나루토의 공격에 당한 것처럼, 사람은 밥을 먹을 때나 말을 할 때 가장 긴장을 푸는 법이다. 타이밍을 맞춰 등 뒤에다가 수리검을 던진다. 단 하나의 실수도 없이 전부 얼굴 주위로 꽃힌다. 좀 심하기는 하지만… 선생의 말대로 가볍게 승부했다가는 절대로 시험에 통과할 수 없다. 카카시 선생이 풀썩 쓰러지려 한다. 아니다. 눈 앞에는 카카시 선생님 대신 통나무만 있을 뿐이다. 또, 당하고 말았다! 어느 틈에 또 바꿔치기를 한 것일까. 큰일이다. 몰래 숨어서 수리검이 날아오는 방향을 전부 파악했음에 틀림없다. 장소를, 들키고 말았다. 재빠르게 몸을 피한다.
계속 몸을 피하다가, 문득 사스케가 걱정되었다. 그러고 보니, 시험을 시작하고 나서 계속 사스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몸을 숨겼겠지? 사스케는 우리 또래 닌자 중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계속 장소를 이동하면서도 불안감은 깨끗하게 가시지 않는다. 움직이던 도중, 나뭇잎 사이로 카카시 선생님의 모습이 보인다. 역시나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 예의주시를 한다.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만 무심하게 울린다.
“사쿠라, 뒤.”
누구지? 최대한 빠르게 몸을 움직였는데. 게다가 이 목소리는, 어제 처음 들었지만 매우 익숙한, 바로 … 카카시 선생님. 어느 틈에 카카시 선생님은 내 등 뒤에 앉아 있었다. 바로 도망가려는 찰나, 회오리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낙엽들이 내 주위를 감싼다. 빙글빙글, 세차게 움직이는 낙엽들에 갇혀 버렸다. 빨리 나가야 하는데,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갑자기 주위가 밝아진다. 선생님, 선생님은?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 또 몸을 숨긴 모양이다. 이런! 짧은 시간이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 하겠다. 등 건너편에서 소리가 작게 들린다.
“사쿠라…. 사쿠라….”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사스케, 제대로 몸을 피해 숨어 있었구나! 기쁜 마음에 한 걸음에 소리가 들리는 장소로 달려 간다. 사스케다. 분명, 사스케인데 주위가 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온 몸에는 각종 암기가 꽃혀 있다. 가쁜 숨으로 신음 소리를 내며 사스케는 나를 부르고 있었다.
“살려…줘. 사…쿠라….”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무리 시험이 엄격해도 그렇지 아까부터, 이건 너무 잔혹해. 아카데미에서 연습할 때에도 이렇게 많은 피는 보지 못했었는데. 온 몸에 힘이 풀린다. 주변이 계속 흐려져온다.
저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려 온다. 이 숲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 그리고 여자 아이 특유의 목소리를 생각해 볼 때, 사쿠라의 목소리일 것이다.
“너무 지나쳤나?”
“환술을 사용했군요. 다른 녀석들이라면, 그대로 기절할 겁니다. 하지만… 전 다른 아이들과 달라요.”
등 뒤로 바람이 분다. 바람 소리 위에, 카카시 선생의 목소리가 입혀져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시험에 통과하고서 말하지, 사스케 군? 마을 제일의 엘리트, 우치하의 일족의 힘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데 말이야.”
등 뒤를 돌아본다. 겉모습은 다를 바가 없다. 반쯤 치겨뜬 눈, 비뚤게 쓴 써클렛, 하지만 분위기는 약간 달라졌다. 정면으로 승부하려는 모양이다. 한 동안 분위기를 살피는데 주력한다. 살며시 손을 허벅지에 찬 단도에 갖다 대고, 세 개를 꺼내서 빠르게 던진다. 역시나, 가볍게 피한다.
“정직하게 공격만 해선 소용없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이죽대기는. 일부러 빗나가게 던진 단도 하나가 밧줄을 끊는다. 미리 장치해 놓은 단도 수십 여발이 카카시 선생에게 날아온다. 이번에도 가볍게 피한다. 단도는 모두 나무에 박히고 만다. 그리고, 피하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노려 등 뒤로 돌아서, 발을 휘두른다.
나루토 녀석이 무작정 공격을 하는 스타일이라면, 사스케 녀석은 세심하게 공격 루트를 짜는 편이다. 빠르게 모든 함정을 피한다. 자, 이제 어떻게 나설 것이지? 갑자기 등 뒤에 발을 날리는 느낌이 든다. 바로 몸을 돌려 손으로 공격을 방어한다. 다시 한 번 사스케는 발차기를 하고, 덥썩, 발목을 잡는다. 평정심을 잃은 것인가. 순간.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려는 것처럼 보이던 사스케는 반동을 이용해 주먹을 내지른다. 막는다. 그러자 사스케는 허리를 뒤로 돌리더니, 다른 쪽 발로 머리를 공격한다. 방어는 하지만, 너무 공격이 잽싼걸. 그와 동시에, 뒤집어진 형세가 된 사스케는 허리춤에 찬 방울에 잽싸게 손을 갖다대려고 한다. 이 녀석, 처음부터 이걸 노린 것이었나! 단순히 쓰러진 틈에 방울을 가지려는 게 아니었다. 공격을 방어하느라 정신 없는 틈을 노려, 손쉽게 방울을 가지려고 한다. 곧바로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간발의 차로 사스케의 손가락이 방울을 스칠 뿐, 그대로 사스케는 땅에 떨어진다. 가까스로 방울을 방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 사스케는 방울을 스치는 수준이다. 가져가는 것은 실패했어도, 지금 이 녀석들 중에선 가장 강력하다. 엄청난 걸. 「러브러브 파라다이스」를 읽으면서 쉬엄쉬엄 상대하고 싶었는데, 오늘은 좀 그른 듯 하다. 역시나, 주목당할 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휴우, 그 두 사람과 다르다는 건 인정하지.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계속 방울을 스치기만 할 뿐, 통과하기는 어려운 걸- 식의 말을 하려다, 사스케 녀석이 뭔가를 중얼거리는 것에 정신이 팔린다. 이 상황에서 어떤 인술을 쓰려는 것일까. 그런데, 이상하다. 지금 이 녀석이 쓰려는 인술은 아직 아카데미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아니, 절대 가르칠 일이 없는 인술이다. 절대 이 녀석 나이대의 수준에선 쓸 수 있는 인술을 사용하려 하고 있었다.
“호화구의 술!”
지금까지 계속 연습해온, 일족의 어른들처럼, 아니 이타치만큼 해오고 싶었던 인술을 사용한다. 연습을 할 때는 집 마당이 좁아서 크기를 어느 정도 조절을 해야 했다. 하지만 여기는 넓다. 아낌없이 최대한 크게 구를 넓힌다. 인술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다. 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아무 것도 없다. 풀이 검게 탄 흔적만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또, 숨은 것인가. 뒤에, 아니면 위에?
“밑이다.”
땅 속에서 갑자기 팔이 솟아 나와 발목을 잡는다. 아차, 이걸 까먹고 있었다니. 처음으로 크게 인술을 쓴다는 생각에 도취되어 방심하고 있었다. 우악스럽게 잡아당기는 힘에 몸이 땅으로 빠진다. 겨우 목만 간신히 밖으로 나와 있다. 카카시 선생이 땅에서 나와 옷에 묻은 흙을 대충 턴다.
“지술, 땅속 보행. 사람이 꼭 뒤나 위에 숨는 건 아니지. …그렇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지만. 하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도 있으니.”
낼 수 있는 힘을 전부 써서 싸웠다. 체술, 은닉, 인술. 하지만 모든 공격은 전부 가볍게 막힌다. 도대체, 이 선생의 실력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바보같아 보였던 상급 닌자가 이정도의 능력을 지녔는데, 이타치는 도대체 어디에 와있는 것일까. 너무도 무기력한 모습에 계속 욕이 나온다.
서걱, 푹, 쉬익, 데롱데롱, 빙글빙글. 밧줄을 자르면 또 함정에 걸리고, 다시 밧줄을 자르면 또 함정에 걸린다. 도대체 여기에 함정을 얼마나 설치해 놓은 거야. 계속 함정에 걸리니 이제는 여기서 벗어나올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릴없이 밧줄에 매달려 주위를 둘러본다. 카카시 선생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묶어놓는다고 위협한 통나무 세 개가 보인다. 그 뒤에, 아까 전엔 보지 못한 주사위 모양의 하얀 돌이 보인다. 언제 저런 곳에 돌이 있었담. 그리고 그 위에는 도시락처럼 생긴… 어, 도시락! 높게 매달려 있으면 이런 장점도 있다니깐. 카카시 선생은 닌자는 두 걸음 앞을 내다봐야 한다는 말을 했다. 나는 높이 매달려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설마 이번에도 함정에 걸리지는 않겠지. 조심스럽게 수리검으로 밧줄을 끊는다. 다행히도 함정 설치는 더 이상 되지 않은 듯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끊고 나올걸! 재빠르게 뛰어가 등을 돌에 기대고 젓가락을 손바닥에 끼운다. 뭐, 방울을 빼앗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배고프니까 먼저 먹는 게 임자아니야? 크게 잘 먹겠습니다- 라고 외치려는 순간, 등 뒤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무시무시한 살기와 함께.
“지금 거기서 뭐를 하고 있는 것이지, 나루토…?”
“…그, 그냥 도시락을 보고 있었던 것 뿐인걸요.”
“늦었어.”
카카시 선생은 말이 끝나는 동시에 내 팔을 등 뒤에 돌려 세게 잡는다.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질질 끌려나가 바로 앞 통나무에 밧줄로 단단하게 묶이고 만다. 젠장, 카카시 선생은 숨는 데는 도사였지. 밧줄을 묶으면서 카카시 선생은 한심한 말투로 나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최소한 변명을 하려면 젓가락은 놓고 말하려무나.”
겨우 정신을 차린다. …어라, 난 왜 여기에 누워있는 거자? 난… 그래, 난 사스케가 온몸에 암기를 맞고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신음 소리를 내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스케에게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을 잃는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주위에는 사스케의 흔적은 커녕, 피 한 점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녀 헤집는다. 그러다가 주변이 새까맣게 타오른 곳을 발견했다. 누군가 불이라도 질렀나. 무언가가 눈에 밟힌다. 사스케다. 목이 잘린 채 놓여져 있다. 악독한 선생, 아무리 시험이라도 그렇지 제자를 칼로 찌르고 목을 베다니. 또 정신이 아득해진다. 몸에 힘이 쭉 빠진다. 눈 앞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계속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이, 그만 자고 일어나.”
순간적으로 눈이 떠진다. 사스케다. 옷에 흙이 묻고 약간 구겨져 있을 뿐, 큰 상처없이 안전한 모습으로 내 눈 앞에 있다. 살아 있었구나! 너무도 기쁜 마음에 사스케에게 달려들고 만다. 사스케는 당황스러운 건지는 몰라도 내가 달려들자 마자 황급히 몸을 뒤로 내뺀다. 겨우 정신을 완전하게 차렸을 쯤, 사스케는 평소처럼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점심 때까지는 시간이 별로 없어. 난 가볼게.”
“아직도 방울을 노릴 생각이야?”
“아까 손에 닿는 것까지는 성공했어. 잘 하면 뺐을 수 있을거야.”
방울에 손을 댔단 말이야? 사스케는 역시 대단하다. 나는 먼 발치에 서서 바라보는 게 전부였는데, 사스케는 선생과 맞붙어 방울에 손을 갖다대었다. 놀라움도 잠시, 내 처지가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졸업은 고사하고, 사스케는 영영 같이 있을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다. 사스케도 다음 기회에 도전한다면, 아카데미에 같이 다닐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횡설수설 말을 꺼낸다.
“…여, 역시 그렇구나. 사스케는 역시 달라. 그… 그런데, 지금 시간도 많지 않은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다음 기회를 노려보는 것은 어때?”
갑자기 사스케가 나를 노려본다. 날카로운 독기에 나는 깜짝 놀라 얼어붙고 만다. 하긴, 나같아도 포기하자고 하면 참 야속할거야. 말을 경솔하게 내뱉고 말았다.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그 남자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뭐…? 카카시 선생님 말야?”
“그 때는… 울고만 있었어.”
“울었다니? 무슨 소리야? …아까 몰래 울기라도 한거야?”
“난 복수의 화신이야. 그 남자보다 더욱 강해져야 해…. 이런 곳에서 계속 앉아있을 순… 없어.”
사스케는 계속 알 수 없는 소리만 중얼거렸다. 그 남자, 울었어, 복수, 강해져야 해. 도대체 어째서, 무엇 때문에? 그 때 사스케가 자기 소개 시간에 말한 말이 약간 이해가 갔다. 일족의 부흥과 어떤 남자를 반드시 처치하는 것. 항상, 거기에만 눈이 가있던 것일까. 항상 사스케는 검은 빛깔의 옷을 입었지만, 그 때 사스케는 유난히 더 어두워 보였다. 찌리링- 카카시 선생님이 맞춰 놓은 알람이 울린다. 시험이 끝났다.
“쳇, 말이 너무 많았어.”
사스케가 빈정거린다. 결국, 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냥 숨어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대로 난 사스케와 헤어지는 것일까. 하지만 이대로 헤어지기에는 순간적으로 보였던 깊은 어둠이 너무나도 신경 쓰인다.
알람이 울리고 나서 10분 정도 지났을까. 배고파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주위에 온톤 울린다. 게다가 난 계속 통나무에 묶여 있으니 더 피곤할 지경이다. 아, 배고파라.
“배 속에서 밥 달라고 난리를 치는 군. …그런데, 너희들이 이번에 하는 모습을 보자하니, 아카데미에 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 구나.”
갑작스러운 소리에 배고픔은 저 멀리로 날아간다. 역시, 내 노력은 헛되지 않았어! 좀 어설프기는 했지만 카카시 선생님이 끝내 나를 인정해준다. 사쿠라는 잠시 멍해져 있다가, 기쁜 마음에 팔짝팔짝 뛴다. 사스케는 또 쿨한 척하면서 빈정거린다.
“그렇담, 우리 모두 다….”
“그래. 세 명 모두, 닌자를 관둬라.”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허탈해진다. 닌자를, 관두라고? 안 돼. 이렇게 허무하게 모든 것을 끝낼 수 없다. 어렵게 이루카 선생님께 인정을 받고 졸업을 했는데, 이런 꼴로 다시 돌아갈 순 없어.
“닌자를 관두라니, 그게 무슨 소리죠!”
“그건 그렇고 내게 점심을 사주다니, 뭐 알고 싶은 거라도 있는겐가.”
호카게님이 국을 넘기고 나서 나에게 넌지시 물어 본다. 항상 정확하시다. 약간 머뭇거리다 사실대로 밝히기로 한다.
“나루토가 속한 제 7반의 상급 닌자… 어떤 선생입니까? 많이 엄한 편인가요?”
“…카카시 말인가. 어지간히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로군.”
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신다. 뒷표지에 회전 수리검 문양이 그려진 책이다.
“지금까지 최종 시험에 합격한 하급 닌자 리스트일세. 한 번 잘 찾아 보게나.”
목차를 펴고 ‘하타케 카카시’라고 써진 페이지수를 보고 종이를 넘긴다. 그리고 그 페이지에는 아무 것도 없다. 하얀 백지만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다.
“…호카게님, 설마 카카시 선생님은 지금까지…?”
나루토가 길길이 날뛰면서 소리를 지른다. 관두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겠지.
“방울을 뺐지 못했으니까 저희가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건 잘 알아요! 하지만, 어째서 관두라는 말까지 들어야 하냐구요!”
“다시 말해서, 너희들 모두 닌자가 될 자격이 없는 애송이란 뜻이다.”
아직도, 자신들의 저지른 실수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가만히 앉아 나를 노려보던 사스케가 달려든다. 가볍게 다리로 머리를 짖밟아 제압한다.
“이러니까 애송이지.”
“선생님,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하여튼 아직 애들이다, 이런 소리에 발끈하다니.
“너희들 닌자를 우습게 보는 거냐? 도대체 뭣 때문에… 반 별로 나눠서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네? 그게 무슨…?”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니, 여기서 답을 발표하도록 하지.”
“…답이라니요?”
“이 시험의 합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그 기준이 뭐냐니깐요!”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할 모양이다. 잠시 숨을 가다듬은 뒤, 몇 마디를 내뱉는다.
“그건 바로, 팀웍이다.”
너무도 짧은 답에 모두가 감을 잡지 못한 듯하다. 계속 부연 설명을 이어야 겠다.
“너네들, 세 명이서 덤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냐?”
“…방울은 두 개 밖에 없는데 무슨 팀웍이에요! 세 명이 같이 방울을 빼앗아도 한 명은 포기해야 하는데, 그게 무슨 팀웍이란 것이죠?”
“그렇게 되는 건 당연하지. …일부러 그런 상황이 나오도록 꾸민 테스트니까.”
“네엣?”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이 녀석들은 결국 왜 이 테스트를 했는지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득과 관계없이 팀웍을 우선시킬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게 내 테스트의 목적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협력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지. 사쿠라… 넌 눈 앞에 나루토가 계속 당하고 있는 와중에도 도와줄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사스케만 쫓느라 바빴지. 나루토 넌 혼자 날뛰었고. 사스케! 넌 두 사람을 전부 무시한채 개인 플레이. 각자가 자기 할 일에만 바빴어.”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이제야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깨달은 것 같군.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간다.
“모든 임무는 항상 팀을 짜서 행동한다. 물론 닌자 각각의 탁월한 개인기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가장 중요한 게 팀웍이야. 팀웍을 어지럽히는 개인 플레이는 동료들을 위기에 빠뜨려… 결국엔 모두를 죽게 만든다.”
내가 저지른, 일이기도 하다. 다시는 아이들에게 이런 참극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고안한 테스트였다. 지금까지 아무도 정확히 이해한 사람은 없었지만. 사스케의 목에 수리검을 갖다대고 사쿠라에게 소리친다.
“사쿠라! 나루토를 죽여라. 그렇지 않으면 사스케가 죽는다.”
갑작스러운 말에 사쿠라가 당황한다. 나루토 역시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런 일이 일어 날수 있단 말이야. 인질로 잡혀 무리한 선택을 강요 받고, 결국에는 적에게 살해당한다. 임무는 모두의 목숨이 걸린 위험한 것 투성이다.”
통나무 앞에 있는 하얀 정방체 돌을 가리킨다.
“이걸 봐라. 이 돌에는 수많은 이름들이 새겨져 있지. 전부 마을에서 영웅이라고 불리우는 닌자들의 이름이다.”
“그거 대단한걸요! 저도 언젠간 그 곳에 이름을 남기고 말거에요! 영웅이 될 거라고요! 개죽음 따위 절대 안 당한다구요!”
“가만히 좀 있어.”
아직 말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나루토는 또 날뛴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스케의 핀잔. 두 명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나루토 녀석이 생각하는 것 만큼 이 돌은 단순한 영웅들의 비석이 아니다.
“영웅은 영웅이지만, 단순한 영웅들이 아냐.”
“헤에- 그럼 어떤 영웅들인데요?”
“…임무 중에 순직한 영웅들이다.”
활짝 웃고 있던 나루토는 곧 얼굴이 굳어진다. 순직이라는 말에 사쿠라의 얼굴에도 활기가 가신다. 사스케는 아까와 다를 바 없이 매서운 눈초리로 날 쳐다보고 있다. 내 눈에 약간 눈물이 흘러나올 뻔 했다. 다시, 말을 이어 나간다.
“이건 위령비야. 이 중에는 내 친구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지….”
생각을 할수록, 그 때의 기억이 나려고 한다. 가까스로 기억의 문을 닫는다. 세 명은 내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가능하면 이걸 꺼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번 녀석들은 뭔가 달라 보였다. 이대로 탈락시키기에는 아까운 아이들이다.
“너희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주마. 단, 낮부터는 더욱 힘든 시험이 될 거다! 도전하고 싶은 녀석만 도시락을 먹어라. 그러나 나루토는 예외다.”
“엥? 왜 저만.”
“룰을 어기고 혼자서 먹으려 했던 벌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먹을 걸 주면 그 순간 전부 실격. 여기선 선생인 내가 법이다. 알겠지.”
이제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지는군. 빠르게 나무 뒤에 숨어 녀석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흥! 난 밥 안 먹어도 참을 수 있다, 뭐….”
허세는 곧 꼬르륵 소리와 함께 묻힌다. 녀석,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프다고 할 것이지. 도전을 포기할 수 없다. 앞에 놓여져 있는 도시락을 집고, 나무 젓가락을 쪼개 먹기 시작한다. 한 삼분지 일쯤 먹었을까. 배고파 축 늘어져 있는 나루토가 계속 신경스인다. 신경을 끄고 계속 먹으려고 하지만, 자꾸만 시선이 간다.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온 일족이 참살되고 몇 주 동안은 혼자서 집안을 지켜야 했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배고픔에 시달렸다. 항상 어머니가 밥을 차리고, 간식을 주는 일상에 익숙했던 나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고독은 너무나도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잠시 딴 생각을 하고 말았다. 모르겠다. 나루토에게 도시락을 건넨다.
“자, 먹어.”
“사, 사스케. 좀 전에 선생님이 주면 우리 모두 실격이라구….”
“괜찮아. 지금 선생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점심 이후엔 세 명이 함께 방울을 빼앗어야 해. 밥을 못 먹어서 걸리적거리면 더 곤란해서 주는 것 뿐이야.”
절대, 불쌍해서, 내 지난 모습이 떠올라서 주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하급 닌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주는 것이었다. 이런 녀석과 같이 있는 건 싫지만, 내 목표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주는 것이다. 사쿠라는 잠시 당황하더니, 도시락을 나루토에게 전한다.
“…주고 싶어서 주는 게 아냐. 나도… 사스케처럼 곤란해서 주는 거라고….”
넌 줄 필요가 없는데. 어쨌든 많이 먹어서야 나쁠 건 없지. 나루토는 손이 묶인 바람에 혼자서 먹을 수 없다. 귀찮지만, 젓가락으로 손수 입에 밥을 넣어준다. 나루토는 나와 사쿠라가 밥을 주는 것이 기쁜 모양이지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그 순간, 세찬 흙먼지와 함께 카카시 선생이 나타난다. 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대로 실격인 것인가. 선생이 잔뜩 화가 난 말투로 고함을 친다.
“네 이노옴들!”
새하얀 백지, 이루카는 아무 것도 없는 합격자 명단을 보고 크게 놀란 모양이다.
“카카시의 테스트는 좀 어려울지도 몰라. 아이들은 솔직하고, 본능에 충실한 법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아무도 통과시키는 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힌트라도 주고서, 테스트를 진행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건 그 녀석이 원하서 한 시험이고, 게다가 아무에게나 카카시에게 맡기지 않지.”
“도대체 그 기준이 무엇입니까?”
“…그건 말하기 좀 곤란하네.”
이루카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나루토가 걱정스러운 것이겠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이루카를 진정시킨다.
“하지만 떨어질 일은 없을 걸세. 특히 이번 조라면 말이지….”
큰 고함 소리에 순식간에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 간다. 다시 아카데미에 돌아갈 수 없는데. 이루카 선생님, 죄송합니다. 미리 앞날을 걱정하고 있을 무렵, 아까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말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축하한다. 합격이야!”
악마같았던 카카시 선생이 눈가에 싱긋 미소를 짓는다. …탈락이 아니고, 합격…?
“합격!? 어째서 우리가 합격이죠?”
사쿠라도 나처럼 당황한 모양이다. 그래, 분명 음식을 주면 실격이라고 자기가 그래놓고선 갑자기 왜 합격이라는 거냐고.
“내 말을 어긴 것은 너희들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내 시험을 본 녀석들은 전부… 순순히 내 말만 따르는 멍청이들이었다. 닌자는 상대의 의표를 찌를 줄 알아야 해. 닌자의 세계에서 룰이나 규칙을 깨뜨리는 자는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동료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녀석은, 그보다 더한 쓰레기이다.”
왠지 모르게, 멋있다는 느낌이 든다. 뭔지는 잘 몰라도, 카카시 선생님의 행동, 말 하나하나에 카리스마가 넘쳐 흐른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걸로 연습은 끝, 전부 합격! 7반은 내일부터 본격적인 임무를 개시한다!”
“해냈다! 닌자, 정식 닌자가 되었다구!”
다행이다. 초라한 꼴로 다시 아카데미에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당당하게 시험을 통과했다구! 너무도 기쁜 나머지 눈물이 흐른다. 당장이라도 이루카 선생님에게 달려가 진짜 닌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다.
“자, 그럼. 나루토는 놔두고 이만 가도록 할까.”
…기쁨도 잠시, 그러면 그렇지. 카카시 선생님과 사쿠라, 사스케는 저멀리 사라져 간다. 치사한 사람들! 분해서 몸을 바동바동 굴리다가 어느 틈에 손이 자유롭게 된 느낌이 든다. 약간 풀린 모양이네? 다리에 찬 수리검으로 겨우 밧줄을 끊는다. 휴우, 다행이다. 카카시 선생님이 날 통나무에 묶을 때 팔 부분은 제대로 손보지 않은 것 같다. 대단해지만, 한심한 구석도 많다니깐. 옷에 묻은 흙을 털고 재빠르게 집으로 달려 간다. 오늘은 좀 위험한 일도 있었고, 기분 나쁜 일도 있었지만 하여튼 시험에 통과했으니까 어떻게든 된 거야. 내일부터 임무 개시. 빨리 밥을 먹고 일찍 일어날 생각에 나루토는 들떠 있었다.
해가 막 넘어간 저녁 무렵, 아직도 호카게님은 집무실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계시다. 차분히 집무실로 걸어 간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뭐, 중간에 이런 저런 일이 있긴 했지만. 전부 합격입니다.”
“그렇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호카게님은 서류 두루마리를 훑어 보고 붓으로 서명을 한다. 한 두어 건 정도 처리하고 나더니, 호카게님은 다시 나에게 말을 거신다.
“어떻던가.”
“예상대로 흥미롭더군요. 계속, 지켜보고 도와줘야 할 아이들입니다. …나루토는 너무 관심을 받지 못한 나머지 상대방이 주목하길 계속 기다리는 느낌이고, 사스케는… 계속 자신만 보고 있죠.”
“이번에도 쉽지는 않았겠군.”
“저로써는… 당연히 맡을 아이들입니다.”
“그럼, 이만 나가보게나.”
문을 열고 집무실 밖으로 나간다. 나루토 녀석, 제대로 줄은 자르고서 나왔을려나. 아주 살짝, 팔을 느슨하게 묶었는데 설마 지금도 거기 있지는 않겠지. 하여튼 재미있는 녀석이다. 기본적인 체술, 인술 모두 부족하지만 잠재된 차크라가 무척 많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항상 활력을 잃지 않는다. 반면 사스케는 모든 실력이 또래보다 뛰어나다. 상급 인술인 호화구의 술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하지만 그 녀석은 자기 안에 매몰되어 있다. 사쿠라는 사스케에만 정신이 팔려있고. 제각각 결점이 있지만, 그 아이들이 한 반에 묶인 이상 책임을 지고서 제대로 가르치는 수밖엔 없다. 그 녀석들이 하나로 뭉치는 순간, 매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내 최초의 제자들이다. 그 녀석들에게 더 이상 실수를 저지르게 하고 싶지 않다. 끔찍한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내일 임무는 간단하게 이걸로 해볼까. 가볍게 기지개를 펴고, 밖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