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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떼고 판단하자 : 고려대 김예슬 씨에 대한 일부 논란에 대해

▶ 상품가치 들통났다, 긴장해라 대학들아 - 오마이뉴스, 윤천영 기자, 2010년 3월 11일

 

대학생이 되면서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게 많아져서 (정경대학 집행부 문화국 일이나, 경희대 교지 「고황」수습 편집부원 일이나, 그린비 쿵푸스 아이돌 - 이건 gPress의 연장선상에 가깝지만;;; 아무튼 - 이나.) 계속 터지는 몇몇 일에 대해서 트위터를 통해 짧게만 남길 뿐, 제대로 된 포스팅을 쓰지 못 했었다. 그런데- 이번 일은 가만히 있기에는 좀 곤란하다, 는 생각이 들어서 학생회실 컴퓨터를 이용해서 또 한 개의 미숙한 포스팅을 남긴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씨가 게시판에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지금의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과 결합한 '자격증 장사 브로커'로 전락해 학생들을 '적자 세대'로 만들고 있으며 나(즉, 이 글을 쓴 김예슬 씨)는 이런 대학을 거부하고 자퇴를 선택한다, 의 내용이다.

 

그런데 고려대학교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와 가입형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 등을 중심으로 김예슬 씨에 대한 의혹을 남겼다. 주축이 되는 의혹은 두 가지. 첫째, 김예슬 씨는 운동권이었고 '자퇴 선언' 역시 운동권으로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행동이다. 둘째, 학생처 담당자에게 '재입학이 가능하냐'고 물었었다. 주로 이 두 가지 의혹을 근거로 김예슬 씨를 맹공하고 있다. 근데 한 가지 좀 물어 보자.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으면서 왜 그걸 근거로 쓰신데요?

 

방금 그 두 가지 의혹 모두 근거는 커녕 정황에 대한 설명조차 부족한, 한 마디로 음모론의 가치 외에는 영양가가 없는 말들이다. 오로지 김예슬 씨가 '운동권'이고 대학교 내에 대자보를 붙였다는 것만 확실할 뿐이다. 김예슬 씨의 행동이 모두가 이해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가 의견이 다르니까. 한 글자의 차이도 없이 전부 의견이 같다면 그것도 문제인 것이고. 하지만- 비판을 하려면 좀 제대로 된 근거를 갖추고 하자. 어찌된게 대부분의 글이 하나 같이 '김예슬은 좌빨친북 운동권 학생이다 → 당연히 (?) 운동권 홍보를 노리고 이번 대자보를 붙였을 것이다 → 재입학 가능하냐고 물어 봤다네? 이거 노린 거 확실하구만!' 의 전개로 진행되는 걸까? 사실 클론 이 두 가지의 상황을 가지고서 제대로 된 비판이 가능한 것일까. 사회 현상 분석을 할 때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음모론과 편견을 기반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음모론과 편견의 렌즈는 모든 사건을 왜곡된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근거를 갖추지 않은 주장일지라도 사실이라고 철썩같이 믿게 되는 것이고, 기기묘묘한 플로우 차트가 판을 친다. 이건 다음 「아고라」 등지에 주로 서식하는 '반2MB' 세력도 마찬가지. 나도 2MB 싫어하고, 별로 하는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큰 실수가 아닌) 단순한 실수나 사소한 우연의 일치를 가지고서 '이건 다 2MB 때문이다!' 라고 하는 것도, 엄청나게 웃긴 짓이다. 나는 '아고라 반2MB' 세력과 김예슬 씨의 행동을 '홍보를 위해서 한 것이다' 라고 보는 세력은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지금 당장 눈 앞을, 모니터 앞을, 장식하고 있는 탁한 렌즈를 벗어 던졌으면 좋겠다. 충분한 토대 위에 세워진 근거와 논리적인 명확함을 갖춘 주장은 어떤 입장이라도 환영받아야 한다. 그것이 찬이든, 반이든. 하지만 근거도 부실하고 편견에 기반을 둔 주장들은 까여야 마땅하다. 깔려면, 제대로 까라.

언어 속의 프레임과 성급한 일반화의 문제

바로 밑 글에 당분간 글을 올리지 못한다는 글을 썼는데, 몇 시간도 안 되어서 깨버리고 말았다. 아, 역시 글쓰기 중독자는 (…). 자기 전에 잠시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본 글인데, 글을 쓰지 않으면 되지 않을 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글을 쓰고 자려고 한다. 일단 먼저

 

▶ 혼인과 결혼이라는 표현의 차이 - 2009년 11월 8일, 서찬휘

 

위의 글을 읽고서

 

▶ 꼴페남 사상이 판치는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어이없는 파시즘적 언어 행태 강요 - 2009년 11월 8일, 단멸교주

 

이 글을 보자.

 

단멸교주 님은 '언어를 어떤 이념, 도덕 등등의 이유로 어거지로 바꾸는 것을 싫어한다' 고 밝혔다. 물론,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이유를 바꾸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직시해야지. 언어를 창안한 사람이 엄청 고심하지 않는 이상 언어에는 만든 사람의 생각(프레임)이 담겨있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정부에서는 작년부터 '저탄소 녹색 성장' 이라는 단어를 즐겨 쓰고 있다. 추진하는 일로 봐서는 전혀 저탄소나 녹색하고는 상관없는 정책이 많지만 정부가 이 단어를 쓰는 이유는 일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라도 자신들의 정책을 저탄소 녹색 성장으로 믿게 하기 위해서이다.

 

왜 역사 포럼이나 공청회에서 단어 관련 논쟁이 일어날까? 단어는 무척 짧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함의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역시 예를 들어보자. 현재 역사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쓰고 있는 '동학농민운동'은 옛날에는 '동학란' 이나 '동학농민반란' 등으로 쓰였다. 왕조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보았을 때는 농민들이 감히 왕권에 저항한 반란 그 이상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다가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용어도 바뀌게 되었다. 많은 단어들이 제안되었다. '갑오농민전쟁' (이 쪽은 북한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이나 '동학농민혁명' 등 무수히 많은 단어들이 나왔다. 하나의 이름에는 그 대상에 대한 생각과 평가가 담겨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어보자. 1961년 5월 16일, 박정희의 주도로 정권을 장악한 사건을 '5.16 군사혁명'으로 부르는 것과 '5.16 군사 쿠데타(정변)'으로 부르는 것은 같은 의미인가? 지칭하는 대상은 같지만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평가는 전혀 달라진다. 단어의 선택은 중요하다.

 

그리고 이 문단을 보자.

예전에 6.25 전쟁을 다른 말로 바꾸자는 얼간이들이 있어서 참 어이가 없어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어떤 좌빨적 이념에 따르려 했기 떄문이다. 그것만 보더라도 좌빨이 파시즘일 수 밖에 없다.

정말 '좌빨'이나 '수꼴'이나 문제이기는 한데(원래 '파시즘적이기는 한데'에서 수정합니다.), '6.25 전쟁'을 다른 말로 바꾸자는 주장 자체를 좌빨적 이념에 의한 행동으로 치부하자면, 국립국어원에서 '외래어 바꿔쓰기 캠페인'을 전담하는 사람은 다 파시즘인가 보다. '6.25 전쟁'이라는 말대신 '한국 전쟁'을 주로 쓰는 연세대학교 박명림 교수는 단멸교주 님 말에 따르면 빨갱이일 확률이 99.9%인 사람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박명림 교수는 좌빨보다는 중도 보수에 가까운 인물이다. 아마도 0.1%에 든 사람이었나 보다. 우리는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을 가지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왜 혼인은 남성 중심적인 사상이 아닌가? 혼인이 여자가 남자집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건 시집살이 한다는 뜻인데 그렇게 보자면 이건 더 심각한 남성중심주의 사회의 폐단을 극명하게 드러낸 단어가 아닌가?

이 문단을 읽고서 단멸교주 님이 비판한 (것으로 보이는) 서찬휘 님의 본래 문단을 보자.

옛부터 화촉을 밝힐 때 낮과 밤이 만나는 시간, 해질무렵(昏)에 남자가 여자(女) 집으로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디 식은 저녁에 올리는 것이었다고 하죠. 그래서 혼(婚)은 남자 입장에서 여자에게 장가간다는 표현입니다. 인(姻)의 경우는 여자 쪽에서 남편을 찾을 때엔 중매 역할을 하는 부인인 매씨를 통했기 때문에 여자(女)인 매씨로 말미암아(因) 남편감을 만난다 해서 인(姻)입니다. 그래서 인(姻)은 여자 입장에서 남자에게 시집간다는 표현이죠. 이렇게 파자를 하지 않아도 옥편에서 찾아 보면 뜻 자체가 남아 있습니다. 아내의 친정집을 뜻하는 것이 혼(婚), 반대로 사위의 집을 뜻하는 것이 인(姻)입니다.

그 다음에 나온 '파시즘의 미화' 부분은 정말 경계해야 할 문제이지만, 문단을 잘못 읽으신 것 같다. 분명 서찬휘 님은 혼에는 장가의 의미, 인에는 시집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즉, 둘 다 다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단멸교주 님은 혼인에는 여자가 남자 집에 들어간다는 의미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마도 너무 흥분을 한 나머지 글을 잘못 읽으신 것이 아닐까? 그런 점들이 아쉬었다.

 

(2009년 11월 9일 오전 3시 33분 일부 추가. 단멸교주 님께서 답글을 남기셨습니다.

 

▶ 혼인이 정말 맞는 표현? - 2009년 11월 9일, 단멸교주

 

먼저, 서찬휘 님의 '남자 입장 ~ 것 이죠.' 부분을 넣지 못한 점에 대해서 독자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혼인'을 남성우월주의적 시각의 단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서찬휘 님이 '결혼'을 남성우월주의적 단어로 본 것은 '장가를 간다'의 뜻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본 것이었죠. 물론 여자는 집에 있기는 하지만, 남자가 주도를 하게 되니까 '끌려간다'는 단어로 설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의 '파시즘' 부분에 대해서. 물론, 아예 법적으로 이런 말을 쓰면 각종 제제를 가한다… 식으로 나아가면 이건 당연히 문제맞습니다. 하지만 파시즘이라는 단어에 담긴 뜻이 '독단적이고, 평등을 부인하고 폭력과 기만에 중점을 두는 (거기에 엘리트주의, 전체주의적인 특성까지 포함해서)' 이념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말에 대한 강요를 파시즘으로 보는 것은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멸교주 님 말대로 단어의 사용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글은 대부분은 - 대부분은 제가 넣은 단어입니다. - '단순히 권고와 제안의 범위' 안에 있는 글이기도 하고요. 그런 것에 상관없이 단어의 어원을 밝혀내고, 어떤 함의가 담겨있는 지를 밝혀내는 것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문제가 된 글 자체가 강요의 수준도 아니었지만요.

 

아, 실수로 단멸교주 님의 '꼴페남…' 글에 또 트랙백을 보내버리고 말았네요. 죄송해요. 삭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할 글

 

▶ 담론 공격을 방어하는 언어 만들기 - 2009년 3월 17일, capcold

 

별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언어' 속에 얼마나 많은 함의가 담겨있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 지를 약간이나마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링크를 건다.

 

박재범 한국 비하는 어떻게 확대 재생산 되었는가 : 키보드 배틀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외전

Curtis - 아리아리랑 님 사이에 벌어진 키보드 배틀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기 직전에,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있는 JYP의 인기 그룹 2PM의 멤버 박재범 씨가 4년 전 지망생 시절 소셜 미디어 사이트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Korea is gay." 등의 한국을 비하한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다루려고 합니다. (즉, 이글루스 논쟁 사안은 아닙니다.) …얼핏 보면 한 가수가 철이 없던 시절에 막 쓴 글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이 사건은 단순한 한 가수의 비하 발언을 넘어서 점차 애국주의적 성향을 지닌 사안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외전'에서는 어떻게 박재범 씨의 비하 발언이 어떻게 확대 되었고, 그 안에 숨은 문제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지난 내용 다시보기
프리퀄 : 논쟁이 지나간 자리
① 잘못 연결된 고리


 

박재범 씨가 올린 글은 명백하게 한국을 비하한 발언이다. gay라는 단어의 해석에 따라서 약간 뉘앙스는 달라지겠지만, 어떻게 해석해도 결국 본질은 '한국은 참 구리고, 힙합을 모르는 나라' 이다. 하지만 거기서 그칠 일이다. 단순히 한 가수가 철없을 시절에 올린 찌질한 글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점점 여러 가지 의미가 붙게 되었고 급기야는 애국에 대한 논의가 되어버렸고, 더 나아가서는 한 가수의 존폐 문제를 다투는 사안이 되고 말았다. 어쩌다가 박재범 씨의 발언은 확대되고 재생산되었던 것일까?

 

좀 길으니 가려둡니다

 

잘못된 고리 끼우기 : 키보드 배틀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①

프리퀄 격으로 작성된 논쟁이 지나간 자리는 잘 보셨는지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글루스의 논쟁을 다루려고 합니다. Curtis 님과 아리아리랑 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키보드 배틀, 전 이 배틀을 보면서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키보드 배틀의 문제점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뜬금없는 비난, 정당한 비판에 대한 재비난, 잘못된 근거로 만들어진 창을 자랑하는 대담함. 어디서 부터 잘못 되었고 이 사건 뒤에는 도대체 어떤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까요. 쉽지는 않겠지만 제 능력이 되는 곳까지 정리를 하려고 합니다.

이번 회 '① 잘못된 고리 끼우기' 에서는 '갑자기 튀어나온 전혀 상관 없는 주제'에 대한 것을 다룹니다.


 

논쟁의 시작은 얼핏보면 단순했다. 영화 잡지 (격주간지였으나 발행사인 아쉐뜨아인스미디어 측에서 최근 잡지를 접고 인터넷으로만 기사를 내놓으려는 시도를 준비 중에 있다.) 「프리미어」의 기자 허지웅 씨의 블로그 'ozzyz review'에 4년 전 음주 운전 후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 발언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입고서 아직도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는 연예인 김상혁 씨의 문제를 다루었다. 「일간스포츠」에 「허지웅의 불량 문화」라는 칼럼을 위해서 쓰여진 이 글은 대중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사건 이후에 다루는 방식을 언급한 글이었다. 이 글을 읽었던 본인도, 이 글을 쓴 허지웅 기자도 이 글이 이번 논쟁의 출발지가 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글이 올라오고 8시간 후에 아리아리랑 님의 블로그 '아리아리랑' 에 허지웅 기자의 글을 비난하는 포스팅 '그 양반 말한번많네' 가 올라왔다. 단순한 주제를 담은 글을 왜 이렇게 길고 어렵게 쓰냐는 내용의 포스팅이었다. 글에 쓸데없는 힘이 너무 많이 들어 있고, 어려운 단어가 많다는 비판 뒤에 이 글이 「일간스포츠」 칼럼용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한 뒤에 마지막으로 이글루스를 언급함으로써 글을 마쳤다. 앞부분만 대충 읽으면 허지웅 기자의 글을 비난하는 글로 읽혀질 수 있지만, 실제 주제는 '이글루스 블로거들은 요건만 쓰지 않고 글을 이리저리 꼬아쓴다' 는 비판이었다.

 

글을 최대한 쉽게 써야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편집 회의시에 숱하게 들은 말이지만 글이 어려워질 수록 이해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리아리랑 님의 글은 다른 블로거들에게 '자신은 간단한 주장을 담은 글을 간단하게 쓰는데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다' 로 비쳐졌다. 그 글에 대한 반박으로 Curtis 님은 아리아리랑 님이 블로그에서 연재하던 슬램덩크 패러디 만화 '본격 이글루스 입진보 vs 수꼴 대전' (이하 대전) 시리즈의 한 편을 링크시키고 아리아리랑 님의 문체를 패러디한 포스팅 '그 양반 말 한번 많네'를 올렸다.

 

Curtis 님이 올린 '그 양반 말 한번 많네'는 아리아리랑 님의 '본격 이글루스 입진보 vs 수꼴 대전'을 언급하면서 '아리아리랑 님도 간단한 주장 - 이글루스 입진보 (말로는 진보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전혀 진보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주로 보수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비어. 주로 진보주의자를 비난할 때 사용된다.) 는 이글루스 수꼴 ('수구꼴통'의 줄임말.) 에게 상대가 안된다.- 라는 주장을 만화로 길게 표현하면서, 다른 사람보고 그러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라는 주장을 담은 패러디 성향이 짙은 글이었다. '대전' 시리즈 자체가 이글루스 키보드 배틀을 패러디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리아리랑 개인의 소망 - 진보는 입진보이며, 수꼴이 그나마 낫다 - 를 넣은 작품이어 비판을 받는 가운데 Curtis 님의 '남이 길게 쓴다고 비판하기 전에 자신도 그러는 것을 생각하라'는 비판은 곧바로 아리아리랑 님의 '그 여자 말 한번 많네' 를 낳게 되었다. Curtis 님이 '자기도 그러면서 왜 비난하냐'는 비판에 '너도 그러잖아' 로 비난한 포스팅은 여러 가지면에서 문제를 낳았다.

 

먼저 첫 번째, Curtis 님이 쓴 글은 '주장을 길게 늘여 쓰는 문제'에 대한 글이었는데 아리아리랑 님의 글은 그 부분을 언급하면서 슬쩍 Curtis님의 토르끼 님이 호남패권주의 (잘 쓰이지는 않는 용어이다.) 를 언급한 댓글을 소개한 포스팅과 댓글을 캡처해 올리면서 '이간질을 시키고 친한 사람들끼리 돌려 보면서 리플 당사자를 비난한다' 라고 비난한 포스팅이었다. 어떻게 하면 '주장을 길게 늘여 쓰는 문제'가 '이간질과 비난의 문제'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두 번째, Curtis 님은 댓글 캡처로 이간질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간질은 '두 사람 사이에서 서로를 멀어지게 하는 짓'을 뜻한다. 댓글 캡처 포스팅은 있었으나 '두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고 한 포스팅은 없었다. 도대체 그 포스팅의 어느 부분이 누구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는 의미가 들어있었을까?

 

마지막 세 번째, '댓글로 친한 사람들끼리 리플 당사자를 깐다'는 비판하기가 어려운 문제이다. 댓글은 블로그에서 친한 사람, 또는 전혀 모르는 사람도 모두 모여서 포스팅에 동조하거나 비판하는 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Curtis 님의 블로그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리아리랑 님의 블로그에서도 발생하고 대부분의 모든 블로그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동조하는 댓글은 전부 여중 양아치로 싸잡아 비난한 것은 사회 현상 자체를 비난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그럼 아리아리랑 님의 말대로라면, 비판할 곳이 없더라도 만들어서 무조건 비판해야 되는 것일까.

 

이런 문제들이 산적한 아리아리랑 님의 재비난 글에 Curtis 님은 그 글을 반박하는 포스팅을 올리게 된다. 앞서 말한 문제 일부에 대한 반박과 함께 '그러면 아리아리랑 님도 이중 잣대로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는가' 라는 주장을 추신으로 남긴 포스팅이었다.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허지웅 기자의 주장을 길게 표현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자기 자신도 예전부터 주장을 길게 표현하는, 모순된 상황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성격이 일부 있는 추신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전혀 상황에 맞지않는 이상한 비난이 이어지게 되었다. 갑자기 Curtis 님을 넷카마 (인터넷에서는 여자인 척 하면서 실제로는 남자인 사람을 일컫는 말. Net + 오카마 - 일본어로 '여장남자'를 일컫는 말 -) 로 몰아서 비난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근거는 없었다. 이후로 계속 논쟁이 더 이어지지만, 그것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여기까지 살펴본 논쟁의 구조를 살펴보자.

 

 

본격적 논쟁의 시작은 아리아리랑 님이 허지웅 기자와 이글루스 블로거들에게 '주장 길게 늘여 쓰지 마라'라는 비판을 Curtis 님이 '자기도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뭐라고 할 자격은 없다' 라고 나온 것이었다. 계속 이 주제로 논쟁이 지속되었으면 좋았겠지만, 갑자기 아리아리랑 님은 'Curtis는 이간질을 하고 끼리끼리 모여서 뒷담화를 깐다'는 말이 나왔다. 이것이 처음으로 잘못 연결된 고리.

 

그 주장에 Curtis 님은 다시 반박을 했고, 원래의 주제였던 '주장의 자기 모순'을 공박하였다. 하지만 아리아리랑은 'Curtis는 넷카마' 라는 근거가 빈약한 주장을 펼쳤다. 이것이 두 번째로 잘못 연결된 고리. 두 고리 모두 논의되고 있는 주제하고는 별 상관없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간질과 넷카마라는 결론이 튀어 나오는 것일까.

 

아리아리랑 님과 친하지 않기에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아리아리랑 님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허지웅 기자를 비난하는 척하면서 이글루스 블로거들을 비난했던 첫번째 글에 Curtis 님이 비판을 가하자 아리아리랑 님은 그 주장을 비난하는 척 하면서 슬쩍 다른 주제로 시점을 환기시켜 비난을 가했다. 그 다음부터는 계속 주제와 비난 대상를 살짝 살짝 옮기는 방식 (주제는 이중잣대 -> 이간질과 뒷담화 -> 성별 문제 -> 패러디 문제 -> 인신 공격 문제 -> 피해자 기믹으로, 비난 대상은 이글루스 블로거 -> Curtis -> 비르투 -> 언럭키즈 -> sprinter, Curtis) 이 반복되고 있다. 애초 제기되었던 문제에서 완전히 엇나간 상황에서 '마침 때리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의 심정인 것인지, 계속 다른 주제로 비난 대상을 바꾸고 깠던 블로거를 다시 까고 있다.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고리에다가 무조건 자신의 고리를 연결하려는 상황. 하루에 비난을 한 개 이상 하지 못하면 생명에 위협이 와서 그런 것일까? 이유가 어찌되었든 간에 이런 식의 논의는 아무런 결과도 낳지 못한다. 반박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그 주제와 관련해서 재반박을 해야지 갑자기 상관없는 주제로 비난을 거는 것은 단순한 열폭에 불과하다.

 

참고 자료

▶ 인신공격의 오류 (Ad hominem) - 네빌군의 잡다창고, 2009년 9월 1일

 

* 9월 1일 오후 4시 48 ~49분, '공감' 님의 지적으로 일부 문장을 수정했습니다.

논쟁이 지나간 자리 : 키보드 배틀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 프리퀄

최근 들어 SK커뮤니케이션의 설치형 블로그 '이글루스' (http://www.egloos.com) 에서 키보드 배틀 - 온라인 상에서 상대방을 직접 보지 않고 벌어지는 논쟁 - 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번 쯤은 생각해야할 논쟁도 존재하지만, 아쉽게도 일부 논쟁들은 블로거들의 편견으로 생겨가니도 합니다. 심지어는 A에서 시작한 논쟁이 B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됩니다. 블로그 이전 초창기에 기획했던 '사회당 오덕위원회 : 이글루스에서 벌어진 논쟁에 대하여' 의 마지막에서 이어지는 이번 포스팅. 인터넷 논쟁의 생성, 전개, 결말, 그 이후의 과정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첫 포스팅을 준비하기 전에 프리퀄로 '논쟁 이후의 상황' 을 다룹니다. 곧이어 첫 번째 포스팅이 이어지니 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넷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블로거 간에 벌어지는 키보드 배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서로가 내뱉는 주장이 워낙 훌륭해서 논쟁 자체가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키보드 배틀의 대부분은 일명 '병맛 배틀' 이다. 논리도 뭐도 없다. 오독을 해도 상관 없다. 그냥 냅다 까고서 이유로는 '그냥 까고 싶으니까'를 대는 것이다. 이런 논쟁에 누리꾼들은 흥미롭게 지켜보고 댓글, 또는 각자의 블로그에 소감이나 분석문을 작성한다.

 

하지만 정말 이런 병맛 배틀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논쟁의 시작? 과정? 우리가 주의깊게 살펴 보아야할 것은 배틀 관계자가 배틀 후의 행동 방식과 배틀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다. 하루에 수도없이 생겨나는 키보드 배틀 속에서 조금만 열기가 식으면 사람들은 관심을 잃는다. 관심을 잃은 현장에는 뼈아픈 자기 반성보다는 자신의 추종자와 지지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종종 목격된다. 그런데 이 승리 선언, 정말로 이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키보드 배틀의 특성 상, 배틀의 승패를 가리기가 참 곤란하다. 누리꾼들의 열기가 식으면, 논쟁 당사자들의 열기도 식는다. 보통 누구누구의 잘못이다로 결정나기 보다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한 마무리로 끝나는 일이 잦다. 이제 상대방도 자기에 관심을 안 기울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하면 되겠네? 이 때를 틈타서 일부 논쟁 당사자는 승리를 선언한다. 상대방의 관심이 없어진 황량한 폐허에서 추종자들끼리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는 모습, 그건 자신들만의 승리이지 다른 사람들이 인정한 승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선언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자신들만의 승리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그 당사자가 다음 논쟁을 시작할 시 써먹을 근거 자료로도 '승리'는 활용된다. 자신은 누구누구하고의 논쟁에서 승리했다. 너따위가 감히 나에게 배틀을 걸 자격 (싸울 자격) 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신들만이 설정한 승리에도 불구하고 그 승리는 자연스럽게 '모두가 인정한 승리'로 포장되어 다른 블로거와의 배틀에 쓰인다.

 

만약에 실수 (다른 사이트에 올린 자폭성 댓글 등 자신을 공격할 만한 수단으로 쓰일 모든 도구가 드러남) 나 신상 공개 폭탄으로 패배했다고 해도 그런 블로거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좀 쉬다가 슬슬 복귀하면 되니까. 물론 도박, 음주 운전 등의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이라고 해도 자숙의 시간을 갖고서 예전보다 더 나은 행동을 보여주면 약간의 비판은 있을지라도 보통은 무난하게 넘어간다. 하지만 그들은 어떠한가? 예전과 같거나 그보다 더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복귀는 많은 지탄을 받는다. 어거지 논리로 공격한 블로거면 더욱더.

 

하지만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비판, 자신이 펼치는 논리의 부적합성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자기를 믿고 따르는 '추종자'가 있으니까. 다른 블로그에도 특정 블로거의 댓글란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냥 친목 관계에서 그치는 반면, 추종자들은 블로거들에 무조건 충성한다. 분명히 어긋난 논리로 공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별로 벗어나지 않은 논리로 비판하는 사람들을 몰아 붙인다. 그리고 다시 잠잠해지면 승리를 선언하고, 상황은 반복된다. 싸우고 자축하고 문제 생기면 좀 쉬다가 다시 복귀해서 다시 싸우는 무한 반복인 것이다.

 

논쟁이 지나간 자리에는 논쟁에 대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하건만, 점점 지나간 자리에는 승패 우열과 자축만 남고 있다. 아예 자랑스럽게 자신이 잘못된 논리를 쓰는 것을 자랑하거나 구시대적 사고 방식을 떳떳히 밝히며 공격한다. 이들에게는 지나간 자리가 폭격을 맞아 풍비박산이 되어도 상관없다. 그저 자신이 이겼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니까. 그렇게 그들은 FPS 게임 승리전적을 자랑하듯 자신의 키보드 배틀 승패 전적을 자랑하고 오늘 밤엔 어떤 놈을 깔까 누구에게 굴욕을 줄까 나쁜 마음 끝이 없는 욕심를 생각하며 컴퓨터를 부팅한다. 그렇게 논쟁이 지나간 자리에는 핏덩어리만 남게 되었다. 핏덩어리는 계속 늘어만 간다.

 

참고자료

▶ 키배에서 끝까지 버텨서 얻어낸 승리란 - capcold님의 블로그님, 2009년 9월 5일

그들의 비난 방식 - 사회당 덕후위원회를 놓고 벌어진 이글루스 논쟁에 대하여 ②

 

건들까 말까 고민했던 사회당 덕후위원회 논쟁, '오타쿠' 계층의 정치 참여에 대한 문제에서 부터 시작해서 이오공감 조작 논란 등 각종 떡밥들이 한데 섞이고 섞여서 한동안 이글루스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주제였습니다. 사실 원래 헬라 님이 썼던 글을 (대충) 보고 이오공감 관련 글을 쓸까도 생각했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쓰지 않고 있었는데, 상황은 다행히도 예상했던 것처럼 전개되는 군요. 서서히 소강 중인 주제, 이제 사건을 지켜본 (또는 방관했다고 해야 할까요.) 블로거의 눈으로 글을 써갑니다. 물론 무겁지는 않고 약간 가볍게.

지난 이야기들
① 떡밥의 전파
프리퀄 ② 뿌린대로 거두리라

 

헬라를 포함해서 몇몇 사람들이 사회당 덕후위원회와 위원장 stcat을 비난한 방식들은 어찌보면 디시인사이드에서 한 사람을 매장시키던 방식을 재현한 것이었다. 물론 말을 한 당사자의 논리적 모순을 논파하거나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한 근거를 찾아낸 것은 디시의 위력이었다. 그러나 이 위력이 사생활 정보를 퍼트리고,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요소로 쓰인 순간 엄청난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다. 그나마 지금까지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은 그 당사자들이 일반인들도 손가락질을 할 만한 일을 저질렀었기 때문이었다.

 

멀리 가볼 필요도 없이, 가장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사건 하나를 살펴보자. 바로 '회손녀 고아라' 사건이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들썩이던 작년 여름, 아쉽게도 유도의 왕기춘 선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하던 '고아라' (연예인과 동명이인이다.)가 왕기춘 선수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은메달을 딴 것을 비하하는 글을 올렸고 디시 유저들이 그 글을 발견하면서 부터가 문제가 되었다. 고아라가 디시인들과 계속 포스팅으로 비난을 벌이면서 점차 '전투'는 난투극의 형식을 보이기 시작했다.

 

디시인들은 특유의 정보력 (?) 으로 고아라가 다니는 대학교 학과, 사는 곳, 남자 친구, 핸드폰 번호 같은 사생활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동사무소에 공익요원을 다니는 어떤 유저가 그녀의 사는 곳을 토대로 주민등록번호를 캐내면서 (!) 문제는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디시 유저 몇 명이 그녀가 사는 아파트로 직접 찾아가는 일까지 일어나고, 그것을 또 '아프리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현재 이 사건은 고아라와 그녀의 친구들이 싸이월드를 탈퇴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분명 고아라의 행동은 메달만으로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아주 저질적인 행동이다. 욕을 먹어도 반박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디시인들이 그녀에게 한 행동은 지적을 넘어선 비난과 사생활 침해였다. 과연 싸이월드 방명록에 올린 개념없는 글을 징벌하기 위해 한 사생활 공개와 개인 정보 공개가 합당한 행동이었을까? 오히려 익명성과 정보력을 이용한 '사이버 폭력' 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번 '이오공감 조작 의혹'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예전의 사건 당사자들이 선악 관계가 명확하고, 다른 이들에게 욕을 먹을 만한 행동을 했었다면 이번의 사건 당사자인 사회당 덕후 위원회와 stcat은 좋다 나쁘다를 구별하기 힘든 존재였다. 쉽게 말해서, 일반인이었다. 이번에 그들을 공격한 이들이 전부 디시인사이드 출신은 아니겠지만, 디시에서 흔히 쓰던 방식으로 그들을 공격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무리수가 있었다.

 

첫 번째, 당위성이 부족했다. '고아라' 같은 이들이 일반인들도 혀를 찬 행동으로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이오공감 조작 의혹 사건'은 단지 의혹이 전부였다. 결과만 있을 뿐, 확실한 근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의혹'을 '사실'로 포장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이들의 비판으로 포장은 무너지고 말았다.

 

두 번째, 그들이 공개한 사생활 정보는 사실 사건과 관계가 별로 없었다. 그들은 사회당 덕후위원회의 창립 관련 인물인 제엠의 본명, 과거의 행적, 요염한 문중과의 관계를 대면서 의혹을 사실로 입증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회에서도 말했듯이 그가 탈학교 청소년에다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요염한 문중 (물론 그의 행적은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과 친하다는 사실이 어째서 조작의 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되는가? 게다가 제엠은 사건 당시에 어느 정도 덕후위원회와 거리를 둔 상태였다. 연관 고리가 없는 두 개의 정보를 무리하게 걸려고 하다가 결국은 뜯어지고 말았다.

 

이글루스 유저들은 처음에 헬라 등의 말을 지지하는 쪽이 많았지만, 이러한 무리수가 속속 드러나면서 급격하게 헬라에 등을 돌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처음에 의혹에 대한 확신을 보였던 헬라가 자신의 과거 행적과 실명, 주소 등이 공개되는 역풍을 맞게 되었다. 사생활 공개로 승기를 잡으려고 했던 그들이 오히려 반대로 그들이 했던 방식으로 몰락을 자초하게 된 꼴이었다. 어찌보면, 자신들이 한 행동에 대한 인과응보였다.

 

 

이번 '이오공감 조작 의혹 사건'과 '의혹 제기자들의 몰락'에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았는가? 의혹을 무리하게 제기한 자들은 조중동의 프레임과 흡사한 행동을 보였다. 지나치게 음모론에 의존한 나머지, 심적 의심과 잡다한 정보를 공개하고서 '자, 이것이 사실이다!' 라고 주장했다. 조중동이 중장년층, 노년층을 타겟으로 노려 각종 문제 제기에도 노련하게 넘어갔지만, 이글루스는 20 - 30대의 청년층이 주 타겟이다. 당연히 그런 구닥다리 프레임에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몰락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자초한 몰락에 앞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그들이 몰락하는 직접적인 단초가 된 진영의 '헬라 사생활 정보 공개'는 과연 옳은 일이었는가? 헬라의 사생활 침해를 강조하며 자신들의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하였지만, 결국 진영의 방식은 헬라 측과 같았다. 사생활과 그들의 치부를 공개함으로써 그들을 몰락시켰다. 비유를 하자면, 조중동이 쓰던 방식으로 조중동을 공격한 것이다. 이런 식의 승리는 단기적으로는 좋아 보일 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여지를 줄 뿐만 아니라 나아진 것이 결과적으로는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그들과는 다른 프레임에서, 다른 방식으로 공격을 해야한다. 만약 이런 식의 승리가 계속 된다면, 승기를 잡은 자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언제 드러날지 전전긍긍하는 '불안 속의 승리'를 즐기게 될 것이다.

 

③에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다루었어야 할 주제, '오타쿠의 정치화' 를 다루겠습니다.

 

1차 수정 : 루베트 님의 지적으로 '결과만 놓고 보자면 정당하다' -> 헬라의 사생활 침해를 강조하며 자신들의 결과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하였지만' 으로 수정합니다. 앞으로도 이상한 부분에 대한 지적 부탁드립니다. (2009년 5월 19일)

뿌린대로 거두리라 - 사회당 덕후위원회 관련 ②를 쓰기에 앞서

 

…최근에 이글루스에서 벌어진 사회당 덕후위원회 '이오공감 조작' 의혹 관련 논쟁, 원래 생각했던대로 그 ②편은 내일 또는 다음 주 월요일에 포스팅할 예정이다. 하지만, 헬라 님이 자신이 썻던 그대로의 방법으로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주 약간 글을 쓰기로 했다. 일명 '프리퀄'. ②를 어떻게 이글루스에서 stcat 을 비난했던 블로거들의 공격 방식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기에 상황에 맞추어서 지금 글을 씁니다. 일종의 보론이라고 해도 무방할거에요.

 

 

#1. 현재 활약하는 대부분의 뉴라이트는 사실 극좌파 출신 (주사파 - 주체사상파 - 사상을 가지신 분이 대다수이기는 하지만) 입니다. 그러니까 옛날에 자신이 그렇게도 미워한 대상의 모습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겁니다. 이들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이렇게 사상을 전환하였다고는 하지만 이 분이 과거에 했던 행동과 지금 했던 행동을 볼 때 차이는 별로 없어 보여요. 지금이나 옛날이나 전부 극단적일 뿐,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노선의 차이라고 할까.

 

#2. 한국 최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한국인 대부분이 이 사이트의 존재를 알고 있고 가장 크고, 가장 영향력이 센 만큼 한국 사회의 부작용도 대부분 껴안고 있습니다. 수시아 님의 찌질열전 시리즈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사이트에서 허세를 부리거나 그 정체가 드러나는 사람, 장난아니게 많습니다. DC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찌질이'들의 흔적을 폭로하거나 댓글을 집중 포화함으로서 결국 상대방을 굴복시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1과 #2가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겉보기에는 다른 사건이지만 실은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유사한 사건이거든요. #1이 떠오른 이유는… 뉴라이트 (구 극좌주사파분) 과 이번에 덕후위원회를 집중 타격한 사람들 모두 극단적이었습니다. 뉴라이트는 각 사상의 양극단에 있으면서 사실을 보지 않으려고 했고, 헬라 님과 같은 분들은 사실 관계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은 극단적으로 사실로 보면서 (심지어는 편견도 섞어가면서) 깍아내리기에 바빴습니다.

 

#2가 떠오른 이유는… 현재 DC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징벌 패턴'이 과연 온당한 행위인가. 실은 지금까지는 이런 '징벌 패턴'의 문제가 많이 오르내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 대상이 정말로 한심한 사람들, 한 번은 비판을 받아야할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개똥녀'도 지하철 예절을 지키지 않았었고, '회손녀' 사건도 단지 '은메달'을 땃다는 이유로 깠으니까요.) 그런데, 이 대상이 선악을 구분하기 모호한, 보통 사람들에게 돌려진다면?

 

이때는 '징벌 패턴'이 사회적 문제로 급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무리하게 위원장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 부도덕적이라는 이유로 '조작'과 연계를 지으는 바람에 초반에는 인기를 끌었다가, 중반 이후로부터는 반대 의견이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종말은, 역풍.

 

결국 #1, #2 둘 다 극단적고 비이성적인 행동의 결과는 조롱과, 역풍일 뿐입니다. 냉철하게 상황을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편견에만 휩싸여 제멋대로 '징벌'과 '처단'을 하려고 했다가 자신도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덧붙여 - 이글루스나 DC를 포함한 모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하고 싶은 말인데, 까는 것은 좋은데 책임은 결국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으라고 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회손녀 사건' 등에서 보였던 (사실 인과는 다 날아간) 무차별적 공격, 인격 침해성 글로 완성되는 '처단'은 커뮤니티 사이트 자체의 질을 떨어트릴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정말 '뿌린대로 거두리라' 입니다. 자신이 사생활로 깐 것을, 자신이 당하는 것. 인과율이란 그래서 무섭다는 걸까요.

떡밥의 전파 - 사회당 덕후위원회을 놓고 벌어진 이글루스 논쟁에 대하여 ①

 

건들까 말까 고민했던 사회당 덕후위원회 논쟁, '오타쿠' 계층의 정치 참여에 대한 문제에서 부터 시작해서 이오공감 조작 논란 등 각종 떡밥들이 한데 섞이고 섞여서 한동안 이글루스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주제였습니다. 사실 원래 헬라 님이 썼던 글을 (대충) 보고 이오공감 관련 글을 쓸까도 생각했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쓰지 않고 있었는데, 상황은 다행히도 예상했던 것처럼 전개되는 군요. 서서히 소강 중인 주제, 이제 사건을 지켜본 (또는 방관했다고 해야 할까요.) 블로거의 눈으로 글을 써갑니다. 물론 무겁지는 않고 약간 가볍게.


 

사회당은 한국의 진보 정당 중의 하나입니다. 다만 진보 정당 3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그리고 사회당) 중에서 인지도나 당원수, 영향력이 가장 부족한 정당이고 전신인 청년진보당이 창당된 이후 아직까지 어떤 선거에서도 당선된 적이 없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다음으로 이름을 많이 변경한 정당이기도 합니다.

 

이글루스에서 사회 관련글에서나 간간히 등장하던 사회당은 사회당 당원 stcat 님이 사회당에 덕후위원회를 창립을 한 이후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클리경향』의 인터넷의 동향을 살펴보는 코너 '언더그라운드 넷'에 창당 관련 기사가 실린 이후 부터) 급속도로 이글루스 블로그의 포스팅에 오르게 됩니다. 이 때 처음 제기되었던 문제는 '덕후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해서 였어요.

 

주로 제기되었던 주장은

 

 1) 일본에서도 '오타쿠'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가 않은데 그에 대한 정의 설정 논의가 더 부족한 한국에서 '오타쿠'를 대상으로 한 정치 집단이 성공할 것인가?

 2) 진보 정당 중 가장 인지도가 부족한 사회당이 인기를 포섭하려고 한 '포퓰리즘'성 집단이 아닌가?

 3) 아니, 그보다 '오타쿠'를 정치에 포섭하는 것이 정당한 건가?

 4) 기타 : stcat의 경력용 위원회이다… 전 그냥 관심없습니다 등등.

 

주장에 대한 stcat의 논박이나 진행되었던 논쟁,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는 ②나 ③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실은, 지금 이 시리즈는 아무런 기획도 없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키보드에 손가는대로 휘리릭-) 어쨌든간, 초반에 제기되었던 문제는 '오타쿠를 대상으로 한 정치 집단'의 효용성이나 필요성에 관해서 전개되었습니다. 어떤 주제나 찬성과 반대 의견이 맞서지만, 제 기억 상으로는 반대 쪽 의견이 더욱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수시아 님의 사회당 덕후위원회 관련 글 (찬성, 반대 모두 포함해서) 에 대한 이오공감 조작 의혹에 대한 글이 올라왔고, 나이스한 타이밍으로 헬라 님의 덕후위원회에 대한 개인적 소감과 관련 인물 Z에 대한 글이 올라오면서 초반에 제기되었던 덕후위원회의 효용성에 대한 문제에서 갑작스럽게 덕후위원회의 위원장 stcat과 사회당 자체에 대한 도덕성 논쟁으로 바뀝니다.

 

수시아 님이 올린 의혹에 대한 글은 단순 의혹에 그쳤으니까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솔직히 헬라 님의 글은 편견에 사로잡혀 공정하다고는 보기 힘든 글이었습니다. Z (제엠) 에 대한 평이 좋지 않다고 치더라도, 지금은 덕후위원회와 별 관련이 없는 인물에 대한 행적을 남겨가면서 덕후위원회에 대한 의도적 (혹은 아니었다고는 치더라도) 으로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할까요.

 

하여튼 이 두 개의 글이 싱크로 효과를 거치면서 (…) 짧기는 하지만 한동안 이글루스의 분위기는 '이오공감을 조작한 - 엄밀히 말하자면 의혹만 제기되었지 확실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 사회당과 stcat'에 대한 성토장과 같은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몇몇 침착하고 차분하게 분위기를 살피거나 아니면은 저처럼 분위기를 관망한 블로거 귀찮았던 거겠지  들을 제외하고는 성토 떡밥을 물게 됩니다.

 

어쩌다 많은 이글루스 블로거들이 확인되지도 않은 떡밥을 물게 되었을까요. 먼저, 원래부터 덕후위원회 (또는 사회당 자체에 대해) 에 안 좋은 인상을 가지던 사람들이 은근히 이 떡밥을 많이 건드렸습니다. 평소에 안 좋게 보고 있었는데 마침 도덕성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오네, 이게 웬 떡이냐! 사실 별로 의혹의 사실성에는 상관없고, 단지 까는 것에 쾌감을 느낀 케이스라고 봅니다.

 

두 번째, 제엠 + 요염한 문중에 대해서 안 좋은 인상을 가지던 사람들도 이 떡밥을 건드렸습니다. 요염한 문중은 네이버 블로거로써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거의 확실 수준으로 가고 있지만 명확한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에 일단 의혹으로 표기합니다)' 사건으로 이글루스에서는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 인물이 덕후위원회와는 무슨 상관이 있었느냐? stcat과 같은 당원이고 약간 덕후위원회의 창설에 관여했던 제엠이 요염한 문중과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끝. 그거 말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구도가

 

'요염한 문중은 나쁘다 -> 절친한 친구인 제엠도 나쁘다 -> 그러니까 이오공감 조작은 사실이다 ???'

 

이렇게 요상한 구도로 전개되었습니다. 단지 제엠이 요염한 문중의 절친한 친구이고, 제엠이 덕후위원회에 관여했다는 것 때문에. 사실 제엠도 병크를 저지르기는 했지만 이미 덕후위원회에는 손을 뗀 상태, 하지만 일부 블로거는 '미움'을 바탕으로 덕후위원회 떡밥을 건드렸습니다. (좀 재미있는 것은 제엠이 자발적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학생 인권 운동에 참여한 것도 까더군요. 이 참에 탈학교 청소년도 까지 그러십니까? -> 이거 관련해서는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세 번째, 이 쪽은 약간 온건하게 적의감이 없이 이오공감 조작 사건에 접근한 사람들입니다. 즉, 편견이나 허상이 없이 이오공감 조작에 대한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이곳은 특별한 병크나 이상한 포스팅을 하지 않았기에 많은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결국 이러한 화학적 작용은 한 동안 이글루스를 뜨겁게 달구었고, 결국 제엠의 해명성 글헬라의 사과성(으로 보이는) 글로 일단 마무리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사건에 접근한 사람들의 행보는요? 대부분 댓글의 집중 포화를 받고 사과를 짓거나, 계속 버티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거나 등등 입니다.

 

결론은 하나에요. 세상에는 떡밥이 무수히 많습니다. 어떤 떡밥은 매우 화려하고 맛있게 생겨서 건드리고 싶은 생각이 있죠. 하지만 떡밥은 건들기 전에 한 번 좀 생각을 해봅시다. 내가 과연 이 떡밥에 대해서 어떠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 실은, 떡밥의 대부분은 편견에 기초해서 일어납니다. - 그리고, 이 떡밥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는 있는가? 이 정도만 확인하고 건드릴 여부를 판단해도 이런 집단 난투극은 일어나지 않겠죠. 명심하세요. 떡밥은 화려하나, 건드린 다음의 책임은 전부 자신에게 돌아갑니다.

 

②에서는 사회당 덕후위원회가 공격을 받은 과정에 대해서 서술할 예정입니다.

 

더 읽어보면 좋은 글

언제나 우리에게 모에화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Curtis님의 글 삼종 세트. 시작은 이것, 중박은 이것 (사실 이건 ②에 전개될 내용하고 관계가 있으나…), 모든 상황을 한 큐에 정리한 대박은 이것.

leopord님의 음모론적 사고에 대한 경계에 대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