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대법원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지난 서울고등법원에서 원심의 일부를 인정한 판단을 내린 만큼, 그 판결은 지난 지방법원 판결과 고등법원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판결이다. 한동안 인터넷에서 판결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무척이나 들끓었다. 그리고 재보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판결의 충격파는 아직도 계속 전달되고 있다.
사실 솔직한 심정을 밝히자면 원래 이런 주제의 글을 쓸 의향이 없었다. 애초에 난 음모론을 믿는 사람도 아니다. 법원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경로로 뉴스나 정보를 찾으면서 이광재 전 도지사가 무죄인데 (정부의 음모 등으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글을 쓰게 된 것은, 매우 우연한 일이었다. 몇 주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친자 확인 소송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가장 필수적인 검사인 DNA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성실하게 임했고, 결국 '다른 증거를 통해 심증이 굳어졌다'고 판단해 패소 판결이 나왔다. 중요한 DNA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친자 확인 소송에 대한 결과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는 분 몇몇을 비롯해 어떤 사람들은 판결 결과를 매우 확신하는 입장이었다. 그게 불편했다. 그래서 트위터에 관련된 트윗을 올렸다. 문제는 그 트윗에 '이광재 비리 의혹은 1, 2, 3심에서 계속 유죄 판결이 났는데 왜 무죄라고 생각하고, 김영삼 친자 확인 소송은 1심 밖에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쉽게 그 판결 결과를 단정짓는가' 식의 뉘앙스로 글을 올린 것이었다. 며칠 후 전 『아이큐점프』 편집장인 김충영 씨가 그 트윗에 대한 멘션을 보냈다.
유죄가 어떤 유죄냐도 중요하겠지요. "이광재 당선자가 돈을 받고 일을 부정하게 한 사실은 없지만, 당시 권한이 많은 상황에서 조심했어야 했고, 따라서 비난 가능성도 높으므로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어떻게 유죄라고 봐야 할지요…?
- 2011년 2월 27일 새벽 3시 1분, 김충영 (굵게 처리한 것은 필자가 임의로 처리한 것입니다.)
아차, 그때서야 그 문장이 생각났다. 한동안 트위터와 각종 게시판을 휩쓸었던 문장을 김충영 씨가 보낸 멘션을 보고서야 다시 기억을 하게 되었다. 그 때는 그냥 지나쳤던 문장인데 이렇게 다시 다가오니 정말 궁금했다. 왜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어째서 이런 이유로 이광재 전 도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는가. 정말 그런 이유에서인가. 아니면 잘못 전달된 것인가. 정말 위에 발췌한 내용의 이유대로 유죄를 선고했다면 서울고등법원은 책임을 면치 못 할 것이고, 아니라면 실제로는 어떤 이유에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당시 판결문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웬걸. 인터넷에는 방금 김충영 씨가 언급한 부분만 계속 나오거나, 기사의 간단한 요약 밖에는 판결문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대법원이나 서울고등법원 누리집에 가서 주요 판결란을 뒤져봐도 나오지 않고. 정말 짜증나서 때려치려는 판에 문득 내가 찾지않은 곳이 떠올랐다. 대학교 학술DB에는 설마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전에 자료 조사차 논문을 찾으면서 학술DB 목록에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있었던 기억이 났다. 당장 찾았다. 그리고 판례 검색을 시도했다. 대법원 판결문은 나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2010년 6월 11일에 선고가 내려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문 전문을 찾을 수 있었다.
밑에 있는 PDF 파일이 그 판결문을 내가 직접 읽기 좋게 편집한 것이다. 일부 익명 처리 부분을 수정하고 알기 쉽게 주를 단 것 외에는, 내용 자체에 손을 댄 부분은 없다.
판결문이 워낙 길지만, 유심하게 읽어야 할 부분은 판단과 결론 부분이다.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 (이광재, 그리고 이광재 전 도지사의 전 보좌관 원 모씨) 과 검사의 항소이유가 적혀있는 부분으로, 법원에 '이런 이유에서 사건을 봐달라고' 요청하는 부분이다. 판단 파트에서 그동안 이루어진 조사와 원심, 그리고 항소이유를 보고 판단을 하고, 결론에서 양형과 어떤 식으로 법령이 적용되는 지를 알린다. 워낙 긴 관계로 읽기 힘들고, 나도 읽기 힘들지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농협중앙회 전 회장 정대근으로부터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한 혐의 (이광재 주장을 중심으로)
ⓑ 2006년 4월 17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롯데호텔에서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한 혐의 (이광재 주장을 중심으로)
ⓒ 2006년 8월 9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베트남에서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한 혐의 (피고인 주장을 중심으로)
ⓓ 2008년 3월 27일 정승영 전 휴켐스 대표로부터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한 혐의 (원 모씨, 검사 주장을 중심으로)
ⓔ 2004년 3, 4월경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부터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한 혐의 (검사 주장을 중심으로)
ⓕ 2004년 5월경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뉴욕시 강서회관에서 정치자금 부정수수를 한 혐의 (검사 주장을 중심으로)
여기에 대해서 서울고등법원은 어떤 식으로 판단을 내렸는지 간단하게 요약해보자.
ⓐ -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중앙회 회장 사무실과 어떤 식당 부근에 세워둔 이광재의 승용차 안에서 2회에 걸쳐 각각 미화 1만 달러를 건넸다고 검찰과 원심에서 증언했다. 또한 정대근의 수행비서, 운전기사, 비서실 의전팀장의 증언도 정대근의 증언과 일치했다. 단, 식당 부근에서 정치자금을 건네준 부분의 경우 정확하게 날짜 기억을 못했지만 정대근은 증언에서 강원 농협 조합장과 식사를 하던 날에 전달했다고 증언했고, 정대근과 이광재가
2006년 8 ~ 9월 당시 강원도에서 식사를 같이 한 날은 그 때가 유일했다. 이런 증거를 토대로 법원은 정대근이 이광재에게 정치자금을 주었다고 판단하고, 이광재의 항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 - 박연차는 롯데호텔의 예약제 VIP 양식당 '메트로폴리탄 클럽'에서 식사를 마친 뒤 미화 5만 달러를 건네려고 했으나, 이광재가 이를 거절하자 이광재의 옷이 걸려있는 옷장 안의 위에다가 돈 봉투를 놓고 먼저 나왔다고 증언했다. 이광재는 주문한 식사의 양과 종업원이 내가 봉투를 가지고 나온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인물과 동석할 가능성 및 박연차의 증언이 틀렸다고 주장하나, 당시 주문한 식사 내역인 '한우안심스테이크 두 접시, 전복스테이크 한 접시, 양갈비구이 한 접시, 프렌치모듬치즈 두 접시, 양송이스프, 유기농샐러드, 전통시저샐러드, 과일 각 한 접시, 생수 네 병'
쓰니까 먹고 싶다 이 양이 많긴 하나.
주 식사가 한우안심스테이크라는 사실을 들며 다른 인물이 들어갔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보고 있으며, 종업원이 이광재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이광재가 식사한 클럽이 예약제 식당인데,
딱히 이광재가 중요회원은 아닌 관계로 기억을 못 하는 것으로 판단해 이광재의 항소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또한 굳이 돈 봉투를 옷장에 둔 이유는, 어차피 옷을 벗고 나갈 때 확인을 하니까 그렇게 한 것으로 판단.
ⓒ - 당시 베트남 태광비나 공장 (태광실업의 베트남 현지 자회사이다. - 필자 주) 에 있던 사람은 이광재와 박연차를 포함해 당시 태광비나 이사 이 모씨, 이광재의 현지에 거주하는 지인 최 모씨, 그리고 같이 따라갔던 한병도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있었다. 이광재 전 보조관 원 모씨는 박연차가 이광재가 아니라 자기한테 돈을 줬다고 증언했고, 받은 5만 달러 중 3만 달러는 다시 돌려줬다고 항소했다. 하지만 원 모씨는 박연차와 그리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고, 단순히 이광재의 보좌관으로만 아는 상태였다. 심지어 박연차는 조사를 받을 때서야 원 모씨가 보좌관을 그만두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원 모씨가 거액의 미화를 받은 것은
출국 중에 베트남 공항에서 걸린 것 덕분에 (…)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로 드러난 상황. 게다가 증언을 종합해 볼 때, 원 모씨의 말이 맞다면 돈을
이광재와 한병도가 같이 있을 때 보좌관에게 줬다는 소리가 되는데 (…) 사회 통념 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3만 달러를 돌려줬다는 증언도 불확실함. 원 모 씨가 박연차 회장의 관사로 돌아가 3만 달러를 돌려줬다고 증언한 시간은
다른 일행들과 함께 시내 여행을 하던 시간대였다. 시간을 달리는 보좌관 여기서 법원은 원심과 다른 판단을 내리는데, 두 국회의원 (이광재, 한병도) 모두 박연차와 친분이 있던 상황에서 (이광재는 말할 것도 없고, 한병도 역시 이광재의 소개로 몇 번 박연차 회장을 본 적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앞에 있는 상황에서 5만 달러를 이광재에게만 주었을리 없다고 보고, 자세한 분배 상황을 알 수 없어
둘이 반으로 나눠가졌다고 판단했다. 덕분에
이광재의 수수 추정 액수는 5만 달러에서 2만 5천달러로 줄었지만, 대신 한병도 전 의원의 2만 5천달러 정치자금 수수혐의가 추가되었다. (…)
ⓓ - 일단 법원은 원 모씨가 '정승영이 이광재가 아니라 나한테 개인적으로 위로금조로 2천만원을 전달했다'고 항소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원 모씨가 돈을 받은 시기가 18대 국회의원 선거 10일 전인데다가, 정승영의 진술이 계속 일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승영이 원 모씨에게 위로금을 줄 이유도 없었고. (…) 그러나 이 혐의는 원심에서도 그렇고, 항소심에서도 이광재에 한해선 무죄 판정이 났는데, 이광재가 '정승영이 전화로 돈을 건네겠다고 말했지만, 보좌관 전 모씨를 통해 정승영에게 거절 의사를 보내도록 지시했다.' 는 주장이
통화 내역 조사 결과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광재가 정승영의 돈을 거절한 이유를
'상대당(한나라당 - 주) 후보가 금품살포 혐의로 적발되는 사건이 일어나' (…) 거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 - 원심에 이어 유죄 추정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속 무죄 판정.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사돈 이인영은 권 모씨와 함께 당시 영월에 있던 이광재 선거사무소로 찾아가 이광재의 부인 이정숙에게 1천만원을 건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인영, 이인영의 아들, 권 모씨의 증언이 이인영의 며느리이자 이인영의 아들의 남편인 정혜진 씨가 작성한 일기장의 내역과 다른 것이 큰 문제였다. 게다가 이인영의 증언 중에서는
선거 운동 기간 중에 후보자 아내가 선거사무소 앞에서 난생 처음 보는 남자한테 대놓고 돈봉투를 받았다 (…) 는 뭔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증언이 있어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법원은 이인영 일가가
정상문에게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가 물 먹은 것에 앙심을 품고 (…) 그런 증언을 했다고 판단. 참고로 정상문의 세무조사 무마 의혹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난지 오래.
ⓕ - 미국 뉴욕의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한식당 강서회관의 사장 곽현규는 박연차의 부탁을 받고 미화 2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건 역시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 안됨. 당시 이광재는 워싱턴DC에 출장 중이었다. 출장 기간은 약 5일 간. 5일 간동안 미국 백악관 / 국무부 / 국방부 / 국회 방문 일정이 계속 잡혀있었다. 그런데, 워싱턴DC에서 뉴욕까지 가려면 비행기로 약 3 ~ 4시간, 승용차로 가면 그 이상으로 걸린다.
일정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서 뉴욕에 잠깐 들려 돈 받고 다시 워싱턴DC에 간다!? 그럼 최소 왕복 6 ~ 8시간인데. (…) 이광재의 통역을 맡은 두 명도 이광재가 뉴욕에 간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법원은 평소 박연차가 곽현규를 통해 박연차의 지인에게 여행경비를 자주 지원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곽현규가
다른 사람을 이광재로 착각해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전에 돈을 받자마자 봉투에서 빼 양쪽 상의 주머니에 넣는 것 자체가 이상하잖아 OTL
결과적으로 6개의 혐의 중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것 세 개는 그대로 무죄로, 유죄로 판단한 것 두 개는 그대로 유죄로, 그리고 유죄로 판정을 내렸던 나머지 한 개의 혐의는 수수액이 반으로 낮춰지는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이를 통해 이광재는
미화 9만 5천여달러 수수가 (정대근 2만 달러 + 박연차 롯데호텔 5만 달러 + 박연차 베트남 2만 5천 달러), 전 보좌관 원 모씨는 정승영에게 받은 2천만원 수수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판단되어 유죄를 선고받았던 것이다. 판결문 말미에 양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이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3천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부정하게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다만, 정치자금에 대가성의 흔적이 보이지 않은 것, 그리고 먼저 돈을 요구하지 않은 것, 마지막으로 공직 활동을 애쓴 것 (…) 을 토대로
사정을 참작해 1억 1,417만 1,000원 추징 (미화기 때문에 판결 선고일인 2010년 6월 4일 환율로 1달러당 1,201.80원을 토대로 9만 5천 달러를 계산했다.) + 집행유예 (징역형)를 선고했다. 보좌관 원 모씨에게는 2천만원 추징 + 노역장 유치형을 선고했다.
종합하자면, 계속 인터넷 상에 나돌고 있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이광재 당선자가 돈을 받고 일을 부정하게 한 사실은 없지만, 당시 권한이 많은 상황에서 조심했어야 했고, 따라서 비난 가능성도 높으므로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내린 판결은
판결문과 별 상관이 없는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물론 앞 부분의 '돈을 받고 일을 부정하게 한 사실은 없지만'을 고등법원에서 대가성의 흔적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견줄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법원은 이광재 전 도지사가 돈을 받은 것은 일부 (위의 혐의 ⓐ, ⓑ, ⓒ)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조심'이라던지 '비난 가능성'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이광재 당선자가 돈을 받고 일을 부정하게 한 사실은 없지만, 당시 권한이 많은 상황에서 조심했어야 했고, 따라서 비난 가능성도 높으므로 징역형을 선고한다."는 전혀 근거 없는 판결 요약이 나오게 된 것인가? 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 이광재 당선자 징역형… 도지사 직무정지 불가피 - 2010년 6월 11일, YTN, 신호
문제의 문장이 처음 언급된 것은 바로 항소심 선고가 있던 6월 11일 당일에 보도된 YTN의 뉴스였다. 신 기자가 처음으로 법원의 판결을 전하며 "이광재 당선자가 돈을 받고 일을 부정하게 한 사실은 없지만, 당시 권한이 많은 상황에서 조심했어야 했고, 따라서 비난 가능성도 높으므로"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보도한 것이다! 그 표현은 그 날 YTN에서 오후 3시까지 계속 쓰였다! 다행히 그 다음 날 부터 YTN은 그런 뉘앙스로 판결을 보도하지 않았지만 이미 YTN의 뉴스 대본을 담은 기사는 널리 퍼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결국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판결은 내린 것인지 모른채, 그냥 유력 언론 중 하나인 YTN이 하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누리꾼들이 그런 이유에서 이런 판결이 나왔다고 하니까 그것이 사실로 여겨진 것이다. 더욱 슬픈 것은 이 문장을 높게 내세우던 사람 중에서는 조중동 같은 성향의 매체가 '독자를 호도한다면서' 싫어하는 분이 많았던 것이고. 노파심에 붙이는 말이지만, 나도 조중동은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이 글은
대체 어떤 이유에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그리고 그의 전 보좌관 원 모씨가) 최종적으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지 (대법원의 상고 기각 판결은 이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하는 판결이니,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토대로 살펴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알아보는 글이기 때문에 이광재가 정말 유죄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음해를 받고 무죄인데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 살펴보지는 않는다. 솔직히 내가 당사자가 아닌데 어떻게 알겠어. 다만 이광재가 정말 무죄라는 사실이 밝혀지려면
1) ⓐ에서 정대근, 그리고 수행비서, 운전기사, 의전팀장이
한통속으로 위증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2) ⓑ에서 박연차의 증언이 거짓임을 밝혀내거나, 혹은
옷장 속에 놔둔 돈이 어디로 갔는지를 밝혀내고
3) ⓒ 역시 박연차의 증언과 함께 다른 인물 (한병도 의원, 태광비나 이 모 이사) 가 위증임을 증명하고, 동시에
어떻게 국회의원 두 명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잘 모르는 보좌관에게 5만 달러를 대놓고 건네줄 수 있는 지 증명하고, 마지막으로 돈을 돌려줬다는 원 모 보좌관은
왜 한 시간에 두 곳에 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다.
사실 헤리미온느의 시간 모래시계가 있어서
아무튼, 어떤 글을 보고 믿을 때에는 항상 출처의 신빙성을 생각하는
백투더소스 정신으로 보길 간곡히 비는 바이다. 함부로 믿을 바에는, 그냥 아무 것도 믿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니까.
추신.
이 글에서는 전반적으로 처음
오보를 터트린 YTN과 그것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냥 믿어제낀 인민들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지만, 추신을 통해서
법원의 문제를 지적하려 한다.
왜 법원은 사건 판결문 전문을 쉽게 공개하지 않는 것인가? 물론 각 법원 별로 주요 판결의 전문을 공개하는 서비스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수는 무척 제한적이다. 이번에 이광재 사건을 학술 DB의 도움없이 찾으려 했으면 아마 못 찾고 그냥 글을 접었어야 했을 것이다. 내가 본 학술 DB는 일반 사용자가 보려면 만만치 않은 액수의 월정액을 내고 봐야 한다. 계속 법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법과 큰 관계가 없는 사람이 판례를 찾으려고 월정액제에 가입한다?
그게 될리가 있나. 아니면 최신 판례집을 이잡듯이 검색해서 겨우 찾거나, 서점에서 사거나, 정 안되면 법조계 관계자에게 찾아가 판례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방법도 있겠지. 하지만 가장 쉬운 것은,
그냥 공유하는 것이다. 정보는 제한되면 제한되어 있을 수록 이번 글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유언비어만 생산하는 법이다. 제발, 법과 관계없는 많은 사람들도 판결문 전문을 보고 싶으면 쉽게 볼 수 있게 좀 만들었으면 한다. 만날 인민들이 법원을 오해한다고 불평하기 전에,
왜 유언비어가 퍼지는 지에서도 생각을 해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