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 삼성을 생각한다 - 리뷰, 그리고 자발적인 굴종에 대해
토요일 서평 기사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였음을 알립니다. ⓒ 조하늘 / 사회평론
일단, 먼저 책에 대한 리뷰를 먼저 보는 것이 순서인듯 싶다. 리뷰글은 2010년 2월 6일 게재된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의 신간 소개 코너 「a week book's diary」의 글을 일부 문법 오류를 수정한 것이다.
한국인에게 있어 삼성은 이중적인 존재다. 전자 제품과 반도체 수출로 외화 벌이와 국위 선양에 기여하는 세계 1등 기업, 또는 각종 탈세와 비리로 얼룩진 한국 재벌의 부끄러운 초상. 확실한 것 하나는 삼성은 어마어마한 (특히 한국에서) 크기를 지닌 거대 기업이고, 그 점은 개인의 삼성에 대한 호불호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에 대한 불매 운동을 하고 싶어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 이미 삼성은 거대한 뿌리를 박았고, 지금도 계속 뿌리를 깊숙히 내리는 중이다.
2007년에 대한민국을 한바탕 뒤흔들어 놓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폭로 사건으로 벌어진 논란은 한국에서 삼성이 가지는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어떻게 수출 잘 하고 돈 잘 벌어오는 선진 기업의 작은 흠결을 크게 키울 수 있느냐라는 시선과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 안된다는 시선이 크게 맞붙었다. (얄궂게도 이러한 시선의 충돌은 대기업의 비리 사건 때마다 연례 행사처럼 벌어졌다. 단지 이름만 달랐을 뿐.) 결국 특별 검사제가 국회를 통과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게 흐지부지된 채로 사건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묻혀졌다.
사건이 점점 풍화되면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에 대해서 어떤 만감이 교차했을까. 검사일을 그만두고 나와 40대에 들어간 번듯한 직장, 회장이 회사 권력의 최정점에 서있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온갖 괴이한 일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정면으로 맞서게 되는 얄궂은 운명. 그가 회사를 나와서 원했던 정의는 결국 실천되지 못 했고 아직도 삼성의 절대 권력은 거대하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가 펴낸 「삼성을 생각한다」는 뒤틀려진 한국 사회에서 공고한 힘을 행사하는 삼성을 다루는 경제, 사회 과학 서적인 동시에 삼성과 관련된 개인적인 만감을 정리하는 자서전의 역할을 수행하는 책이다. 지은이가 지은이인 만큼 삼성 내부에서 겪었던 각종 불합리한 일들과 비리를 폭로한 이후 검찰 소환과 법원 판결을 거치면서 겪었던 사건들을 위주로 삼성을 바라본다.
일부는 그의 행적을 지켜 보고 '삼성에게서 단물을 쪽쪽 빨아먹고 이제와서 뺨을 친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아마 그렇게 그를 보는 이들은 이 책을 못마땅히 여길 것이다. 물론 그가 삼성에 있던 시절에 비리를 도와준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절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정한 평가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부 고발자로서 조직의 비리를 폭로한 점에 대해서는 온갖 위험을 감수하고 진실을 알린 것에 더 큰 주안점을 두고서 이 책을 감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글들을 보도록 하자.
▶ 많이들 생각해주시되 감정적 반응으로 그치지는 마시기를 - Periskop, 2010년 2월 7일
▶ [책광고 릴레이] 삼성을 생각한다 - capcold, 2010년 2월 3일
▶ [책광고 릴레이] 삼성을 생각한다 - leopord, 2010년 2월 3일
▶ 삼성을 생각한다 - leopord, 2010년 2월 7일
▶ 김용철 신간 <삼성을 생각한다> 일간지 광고 '원천 봉쇄' - 프레시안, 채은하 기자, 2010년 2월 3일
다음 글들을 차례로 읽었으면 다들 아셨겠지만,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에서 일을 하면서, 그리고 삼성의 비리를 폭로하고 나서의 얘기를 다룬 책 「삼성을 생각한다」가 사회평론에서 출간되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이유로 주요 일간지 광고가 모두 취소되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같이 삼성과 연관이 깊은 대형 신문사 뿐만 아니라 메트로 같은 무가지 같은 곳에서도 모두 광고 게재를 거부하였다. 세부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만약 한 곳에서만 그랬다면 단순한 해프닝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광고 게재 신청을 한 전 신문사가 모두 거부했다. 자연스러운 상황은 절대 아니다.
왜 신문사들은 신문 광고 게재를 거부했을까. 삼성에서 압박을 걸었다거나 등의 음모론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합당한 이유는 '광고가 끊어질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신문사의 수입 구조는 구독 / 구입으로 인한 판매 수익과 광고 수익이 5 : 5를 이루거나 판매 수익이 광고 수익보다 많은 것이지만, 이건 정말 이상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광고 수익이 전체 신문사 수익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이 일상이다. 그리고 그 광고비를 신문사에 지출하는 회사의 대부분은 삼성, LG, SK 같은 대기업들이다.
그러다보니 광고부는 자연스레 취재부에 무언, 또는 유언의 압박을 가한다. 웬만하면 그 쪽 까는 기사는 좀 줄이지 그래? 처음에는 기자들이 압박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취재를 한다. 무사히 편집회의를 거쳐 통과되어 가판이 나오면 이때부터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디어 포커스」나 「VJ특공대」에 몇 번 소개되었지만, 기업들은 새벽에 나온 가판들을 전부 회수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가 있는지를 체크한다. 그리고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나 칼럼을 발견했다- 그러면 바로 신문사에 전화를 건다. 저기, XX의 아무개인데 이 기사 좀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자칫 잘못하면 다치는 수가 있어요. (물론, 이렇게 까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겠지.) 광고의 대부분의 수익을 의존하는 신문사의 입장으로서는 광고주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맞출 수 밖에 없게된다. 결국, 기사는 없어지고 만다.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다 보면 기자들 사이에서 광고주를 까는 글보다 광고주를 '핥아주는' 기사를 쓰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체화된다. 비판적인 논조는 권력이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에게만 유효하다.
이번 광고 게재 거부 사건도 앞서 말했던 일의 연장선상이다. 광고주가 불편하게 생각하기 전에 미리 허리를 굽혀 굴종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자세. 신문사와 대기업 광고주는 일 대 일 (1:1) 관계에 있지 않다. 황금색 옥좌에 기업들이 앉아 있고 밑에 신문사 사주들과 광고부장이 무릎을 꿇고 조아린다. 애썼구나. 옛다. 광고비. 기업은 광고를 하는 동시에 신문사를 길들일 수 있어서 좋고, 단지 신문사는 돈을 번다는 사실에 기뻐할 뿐이다. 20세기부터 이어져온 신 주종 관계이다.
헌데 이들이 간과한게 한 가지 있었네. 더 이상 광고의 루트가 신문 / 방송 / 옥외광고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 인터넷이 새롭게 생겼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대기업 광고주의 입김은 인터넷에도 미치기 마련이다. 특히 포털에 지나치게 종속된 한국의 인터넷 환경상 포털을 잘만 길들이면 대부분의 누리꾼들을 자동적으로 길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오프라인에 비하면 비교적 자유롭다. 그 소리는 통제와 압력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는 소리도 된다. 트위터는 해외 서버를 이용한다. 방통위에서 유해 사이트로 지정하지 않는 이상, 마음대로 차단할 수 없는 사이트이다. 힘겹게 내놓은 책의 광고가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에 분노한 사회평론 편집부는 트위터(@ebricks)를 개설해 상황을 호소했고, 빠른 속도로 소식이 퍼지면서 「삼성을 생각한다」는 출시 7일 만에 5쇄 5만부를 발매하게 되었다. 보통 사회 평론 책이 1000부도 팔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갖은 광고 압력에도 불구하고 책은 활기를 얻어 결국 생명을 되찾게 되었다. 인터넷에 대한 활용과 삼성에 대한 사회적인 불만이 낳은 값진 성과이다.
사회평론이 주요 일간지에 실으려고 했던 광고의 모습. 아직까지, 우리는 이 광고를 일간지에서 보지 못하고 있다.
|
'문화를 보다 > 책을 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릴레이 : 삼성을 생각한다 - 리뷰, 그리고 자발적인 굴종에 대해 (6) | 2010/02/08 |
|---|---|
| 「아시아의 오늘을 걷다」 : 과객에겐 항상 나침반이 있어야 한다 (0) | 2010/01/14 |
| 우리 주위의 권력을 항상 주시하라 - 「권력이란 무엇인가」 (0) | 2009/12/01 |
| 독서 이력 : 어떻게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을 읽었는가 (2) | 2009/11/25 |
| review 「신문물검역소」 - 신문물과 서스펜스의 불안한 조화 (0) | 2009/11/06 |
| review 「러브크래프트 전집」 - 공포의 근원 (4) | 2009/10/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