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이슈 앤 베스트 : 음악 편 - 공고! 모색! 저항!
* Issue
이 부분은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좀 무책임한 말이지만, 올해의 음악계 이슈를 잘 느끼고 싶은 사람은 가슴네트워크의 박준흠이 중심이 되어 만든 한국 유일의 (!) 대중음악 잡지 (이자 무크지) 『대중음악 SOUND』 Vol. 1 (창간호)를 보길 추천. 다만 여기에서는 『대중음악 SOUND』에서는 언급이 되어 있지 않은 '자립음악생산가모임'을 약간 집중적으로 다룬다.
- 아이돌이 확실하게 TV 음악판을 공고하게 점유함. 음악의 다양성을 취지로 내걸었던 SBS의 <김정은의 초콜릿>은 이미 본래의 취지를 잃었다. <김윤아의 뮤직웨이브>, <이적의 음악공간> 때의 매력은 다 어디로 사라졌지? MBC의 <음악여행 라라라>는 기존 음악 세력과의 조화를 꾀하는 등의 변칙적 노력을 했으나 결국 개편 때 <김혜수의 W>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케이블을 통해 <수요음악무대>를 부활시켰다고 나름대로 변명은 한다.) 그리고 KBS2의 <음악창고>도 이번 주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공연 스페셜을 끝으로 디 엔드. 물론 KBS2 <생방송 뮤직뱅크 K-Chart>가 '밴드 특집' 등 여러 가지 특집을 꾀했으나 한시적인 특집이 과연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는 미지수.
- 이 와중에 올해 초에 데뷔한 씨엔블루가 '인디'라는 말을 사용해 잠시 문제가 되었다. (물론 그 이후에 데뷔 EP 메인 타이틀인 <외톨이야>와 Ynot?의 <파랑새>와의 표절 문제가 더 크게 불거졌지만.) 그들이 라이브 공연을 한 노력은 인정해야 겠지만- 문제는 대형 자본의 푸시를 기본적으로 받고 여기에 방송사 출연을 통한 이점까지 고려했을 때 인디라는 말을 붙이는 게 좋을까? 이솔넷의 누군가 말처럼, 인디는 점점 소비 트렌드라는 요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기분이 계속 든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죽었을 때, 이런 마음은 더욱 증폭되었다.
- 그래서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올해 6월 즈음에 결성된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이다. 아마도 전에 아마츄어증폭기에서 활동했던 한받 씨나, 회기동 단편선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을 듯 한데. 아무튼 기존의 인디라는 개념, 그리고 자본으로부 자립을 추구하는 일련의 뮤지션들이 만든 모임이다. 세부적인 이야기는 http://www.eesoul.net/xe/?_filter=search&mid=genesis&search_keyword=%EC%9E%90%EB%A6%BD&search_target=title_content&page=1&division=-20141&document_srl=19287 을 참조. 과연 음악은 정치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고, 뮤지션들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난 거기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 Best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여기도 Best는 가수의 이름을 기준으로 한 가나다순이다. 매우 주관적이며, 따로 순위 분류는 하지 않았다. 참고로 향뮤직에서만 파는 음반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반 링크에는 알라딘 TTB 링크가 걸려 있다.
- 갤럭시 익스프레스 2집 「Wild Days」 (LOVE ROCK COMPANY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무려 한 달만에, 그것도 MP3 레코더로 녹음된 정규 음반. 누군가는 여기에 정규 음반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아깝다는 험담을 하기도 했지만, 2집에서 들은 날것의 사운드는 오히려 더 정겹고 즐거웠다. 홈레코딩이낭 음반 발매에 있어 귀감이 될 만 하다.
- 밤섬해적단 1집 「서울불바다」 (인혁당 제작, 자체배급) : 이 밴드를 처음 듣는 사람이 당연히 많을 것이다. 유통하는 곳이 매우 한정되어있고, '자립음악생산자모임'에 함께하는 밴드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는 사람만 아는 자칭 '그라인드 코어' 밴드이다. 장르의 특성상 대부분의 노래 가사는 잘 들리지 않고, 여기에 불안정한 녹음 상태가 함께 하면서 가사집을 봐야지 겨우 가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최악의 상태여 놓여 있다. 게다가 1집 제목은 '서울불바다', 자체 레이블 이름은 '인혁당'인데 어떤 가사에서는 공산당을 무찔르자, 어떤 가사에서는 김정일 만세! 라고 외친다. 거친 사운드와 직설과 역설이 이리저리 섞여 있는 가사를 통해 밤섬해적단은 저항을 촉구한다. 올해의 단연 Best!
-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졸업」 (스튜디오 브로콜리 제작, 붕붕퍼시픽 · 미러볼뮤직 공동 배급) : 특유의 사운드는 여전하고, 의미 심장한 가사는 더욱더 발전했다. KBS가 쌍팔년도식 마인드로 타이틀 <졸업>을 자체 심의에서 통과시키지 않은 것은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음악의 날카로운 부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드러내었다.
- 아침 1집 「Hunch」 (붕가붕가레코드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꾸물꾸물한 느낌'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컬 권선욱 특유의 음색과 아침의 피곤하면서도 느릿느릿하게, 그러나 때로는 급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 2010년 붕가붕가레코드가 낸 음반 중에서 좋은 음반 하나를 뽑으라면, 단연 아침 1집이다.
- 옥상달빛 EP 「옥탑라됴」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2인조 여성으로 구성된 포크의 사운드는 때로는 포근하고 때로는 현실을 쿡쿡 건드린다.
- 윈디시티 EP 「Bibim : Windy City meets Srirajah Rockers」 (윈드밀미디어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윈디시티의 김반장이 태국의 락커들, 그리고 전부터 추진하던 비빔풍악단이라는 프로젝트 그룹과 함께 질펀한 레게 사운드를 뽑아내었다. 한국적 냄새가 풍기는 사운드와 '스리랑카 락커'들의 조화는 정말 끈적하고 농밀하다.
- 웨이크업 EP 「Ska Revolution」 (자체제작 · 배급) : 앞서 언급한 밤섬해적단 1집이나 바로 뒤에 언급할 자립음악생산자모임 컴필레이션 Vol. 1보다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딱히 상시적으로 파는 곳도 없다. 나는 웨이크업을 작년에 클럽 타에서 열렸던 공연에서 듣고 난 후, 일 년 후 홍대 KT&G 상상마당 레이블마켓에서 겨우 구할 수 있었다. 구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만큼 웨이크업의 레게는 강렬하고 사회적이다. 이토록 저항적인 가사는, 충격적이면서도 내 귀에 딱 맞는다.
- 자립음악생산자모임 컴필레이션 Vol. 1 (자체제작 · 배급) : 두리반 사태를 계기로 자본주의 하의 음악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 지를 뮤지션들은 똑똑히 알았다고 생각한다. 몇 달 전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죽고 나서 인터넷 상에서는 배를 곯는 인디 뮤지션을 돕자는 주장이 잠시 불꽃처럼 솟아 오르다가 불꽃처럼 쉬이 꺼졌다. 불같은 저항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저항하냐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은 음악의 자립에 대해서 진정으로 고민하는 뮤지션들이 모여서 탄생했다. 두리반에서만 판매하는 (가끔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이나 소속된 뮤지션들이 공연하면 현장에서 파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 컴필레이션 음반은 화질은 비록 좋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노래들은 때론 친숙하고, 때론 어리둥절하고, 때론 깊은 생각 속에 잠기게 만든다. 올해의 단연 Best, 그 두 번째.
'문화를 보다 > 음악을 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10 이슈 앤 베스트 : 음악 편 - 공고! 모색! 저항! (0) | 2010/12/31 |
|---|---|
| 이번에도 나왔다. Clazzquai Project 「Mucho Beat」 (0) | 2009/12/03 |
| review 「거짓말꽃」 - '마약'같은 시리어스 사운드 (6) | 2009/10/08 |
| review 「불편한 파티」- 크라잉넛, 가사는 독해지고 리듬은 성숙해지다 (4) | 2009/09/18 |
| review 「imperfect i'mperfect」 - 이윤정과 이현준이 만나면 일렉트로니카가 나온다 (0) | 2009/09/06 |
| review 「RENAISSANCE」 - 선글라스에서 김마스타로 (0) | 2009/08/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