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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이슈 앤 베스트 : 음악 편 - 공고! 모색! 저항!


* Issue

이 부분은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좀 무책임한 말이지만, 올해의 음악계 이슈를 잘 느끼고 싶은 사람은 가슴네트워크의 박준흠이 중심이 되어 만든 한국 유일의 (!) 대중음악 잡지 (이자 무크지) 『대중음악 SOUND』 Vol. 1 (창간호)를 보길 추천. 다만 여기에서는 『대중음악 SOUND』에서는 언급이 되어 있지 않은 '자립음악생산가모임'을 약간 집중적으로 다룬다.

- 아이돌이 확실하게 TV 음악판을 공고하게 점유함. 음악의 다양성을 취지로 내걸었던 SBS의 <김정은의 초콜릿>은 이미 본래의 취지를 잃었다. <김윤아의 뮤직웨이브>, <이적의 음악공간> 때의 매력은 다 어디로 사라졌지? MBC의 <음악여행 라라라>는 기존 음악 세력과의 조화를 꾀하는 등의 변칙적 노력을 했으나 결국 개편 때 <김혜수의 W>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케이블을 통해 <수요음악무대>를 부활시켰다고 나름대로 변명은 한다.) 그리고 KBS2의 <음악창고>도 이번 주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공연 스페셜을 끝으로 디 엔드. 물론 KBS2 <생방송 뮤직뱅크 K-Chart>가 '밴드 특집' 등 여러 가지 특집을 꾀했으나 한시적인 특집이 과연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는 미지수.

- 이 와중에 올해 초에 데뷔한 씨엔블루가 '인디'라는 말을 사용해 잠시 문제가 되었다. (물론 그 이후에 데뷔 EP 메인 타이틀인 <외톨이야>와 Ynot?의 <파랑새>와의 표절 문제가 더 크게 불거졌지만.) 그들이 라이브 공연을 한 노력은 인정해야 겠지만- 문제는 대형 자본의 푸시를 기본적으로 받고 여기에 방송사 출연을 통한 이점까지 고려했을 때 인디라는 말을 붙이는 게 좋을까? 이솔넷의 누군가 말처럼, 인디는 점점 소비 트렌드라는 요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기분이 계속 든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죽었을 때, 이런 마음은 더욱 증폭되었다.

- 그래서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올해 6월 즈음에 결성된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이다. 아마도 전에 아마츄어증폭기에서 활동했던 한받 씨나, 회기동 단편선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을 듯 한데. 아무튼 기존의 인디라는 개념, 그리고 자본으로부 자립을 추구하는 일련의 뮤지션들이 만든 모임이다. 세부적인 이야기는 http://www.eesoul.net/xe/?_filter=search&mid=genesis&search_keyword=%EC%9E%90%EB%A6%BD&search_target=title_content&page=1&division=-20141&document_srl=19287 을 참조. 과연 음악은 정치적으로 어떤 작용을 하고, 뮤지션들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난 거기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 Best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여기도 Best는 가수의 이름을 기준으로 한 가나다순이다. 매우 주관적이며, 따로 순위 분류는 하지 않았다. 참고로 향뮤직에서만 파는 음반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반 링크에는 알라딘 TTB 링크가 걸려 있다.

- 갤럭시 익스프레스 2집 「Wild Days」 (LOVE ROCK COMPANY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무려 한 달만에, 그것도 MP3 레코더로 녹음된 정규 음반. 누군가는 여기에 정규 음반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아깝다는 험담을 하기도 했지만, 2집에서 들은 날것의 사운드는 오히려 더 정겹고 즐거웠다. 홈레코딩이낭 음반 발매에 있어 귀감이 될 만 하다.

- 밤섬해적단 1집 「서울불바다」 (인혁당 제작, 자체배급) : 이 밴드를 처음 듣는 사람이 당연히 많을 것이다. 유통하는 곳이 매우 한정되어있고, '자립음악생산자모임'에 함께하는 밴드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는 사람만 아는 자칭 '그라인드 코어' 밴드이다. 장르의 특성상 대부분의 노래 가사는 잘 들리지 않고, 여기에 불안정한 녹음 상태가 함께 하면서 가사집을 봐야지 겨우 가사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최악의 상태여 놓여 있다. 게다가 1집 제목은 '서울불바다', 자체 레이블 이름은 '인혁당'인데 어떤 가사에서는 공산당을 무찔르자, 어떤 가사에서는 김정일 만세! 라고 외친다. 거친 사운드와 직설과 역설이 이리저리 섞여 있는 가사를 통해 밤섬해적단은 저항을 촉구한다. 올해의 단연 Best!

- 브로콜리 너마저 2집 「졸업」 (스튜디오 브로콜리 제작, 붕붕퍼시픽 · 미러볼뮤직 공동 배급) : 특유의 사운드는 여전하고, 의미 심장한 가사는 더욱더 발전했다. KBS가 쌍팔년도식 마인드로 타이틀 <졸업>을 자체 심의에서 통과시키지 않은 것은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음악의 날카로운 부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드러내었다.

- 아침 1집 「Hunch」 (붕가붕가레코드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꾸물꾸물한 느낌'이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컬 권선욱 특유의 음색과 아침의 피곤하면서도 느릿느릿하게, 그러나 때로는 급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 2010년 붕가붕가레코드가 낸 음반 중에서 좋은 음반 하나를 뽑으라면, 단연 아침 1집이다.

- 옥상달빛 EP 「옥탑라됴」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2인조 여성으로 구성된 포크의 사운드는 때로는 포근하고 때로는 현실을 쿡쿡 건드린다.

- 윈디시티 EP 「Bibim : Windy City meets Srirajah Rockers」 (윈드밀미디어 제작, 미러볼뮤직 배급) : 윈디시티의 김반장이 태국의 락커들, 그리고 전부터 추진하던 비빔풍악단이라는 프로젝트 그룹과 함께 질펀한 레게 사운드를 뽑아내었다. 한국적 냄새가 풍기는 사운드와 '스리랑카 락커'들의 조화는 정말 끈적하고 농밀하다.

웨이크업 EP 「Ska Revolution」 (자체제작 · 배급) : 앞서 언급한 밤섬해적단 1집이나 바로 뒤에 언급할 자립음악생산자모임 컴필레이션 Vol. 1보다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딱히 상시적으로 파는 곳도 없다. 나는 웨이크업을 작년에 클럽 타에서 열렸던 공연에서 듣고 난 후, 일 년 후 홍대 KT&G 상상마당 레이블마켓에서 겨우 구할 수 있었다. 구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만큼 웨이크업의 레게는 강렬하고 사회적이다. 이토록 저항적인 가사는, 충격적이면서도 내 귀에 딱 맞는다.

- 자립음악생산자모임 컴필레이션 Vol. 1 (자체제작 · 배급) : 두리반 사태를 계기로 자본주의 하의 음악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 지를 뮤지션들은 똑똑히 알았다고 생각한다. 몇 달 전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죽고 나서 인터넷 상에서는 배를 곯는 인디 뮤지션을 돕자는 주장이 잠시 불꽃처럼 솟아 오르다가 불꽃처럼 쉬이 꺼졌다. 불같은 저항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저항하냐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은 음악의 자립에 대해서 진정으로 고민하는 뮤지션들이 모여서 탄생했다. 두리반에서만 판매하는 (가끔 자립음악생산자모임이나 소속된 뮤지션들이 공연하면 현장에서 파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 컴필레이션 음반은 화질은 비록 좋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노래들은 때론 친숙하고, 때론 어리둥절하고, 때론 깊은 생각 속에 잠기게 만든다. 올해의 단연 Best, 그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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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나왔다. Clazzquai Project 「Mucho Beat」

신청기간 : 2009.11.30 ~ 12.14
신청수량 : 15개





클래지콰이를 포함한 플럭서스 뮤직 아티스트의 매력은, 정규 앨범이 나오면 몇 달 뒤에 리믹스 앨범이 나온다는 점이다. 저번 정규 4집 「Mucho Punk」는 지금까지 나온 정규 앨범과 비교하면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다. 3집의 아쉬움을 3.5집이 채운 것처럼, 이... ...

 

음반을 본격적으로 사기 시작한 것이 2007년부터 였다. Clazzquai Project (이하 클래지콰이) 의 음악을 네이버 음악 같은 음원 제공 사이트에서 월 정액 결제를 해서 듣다가 클래지콰이의 음반을 처음으로 산 것이 3집 리믹스 (3.5집) 「Robotica」였다. 3집의 아쉬었던 부분을 신곡과 리믹스로 채워넣은 만족스러운 앨범이었다. CD를 고정하는 부분이 깨져 있었다는 음반 외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참 좋은 음반이었다.

 

작년에 나온 DJMAX Clazzquai Edition 및 Metro Project의 O.S.T 격 음반 「Electronics」 이후로 2년 만에 정규 4집 「Mucho Punk」가 나왔다. 일렉트로니카 시장이 척박한 한국에서 클래지콰이가 대중 음악에 미치는 영향은 크고, 이번 앨범 역시 좋았지만 1 ~ 3집에 비하면 약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솔직히 말해서 전에 리뷰했었던 EE의 「Imperfect, I'mperfect」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플럭서스 뮤직 멤버답게 리믹스 앨범이 나오게 되었다.

 

3집의 아쉬운 부분은 3.5집이 채웠던 것처럼, 4집의 아쉬운 부분을 4.5집이 채우기를 빈다. 어찌보면 아쉬운 부분을 추가 음반으로 때우려는 상술일지도 모른다. 서태지 정규 8집이 나왔을 때에도 다르지만 비슷한 논란이 있었고, 덩달아 내 자신의 기분도 별로 좋진 않았다. 하지만 팬이라서 그런 것일까. 콜렉터라서 그런 것일까. 지금 내 방에는 싱글 1, 싱글 2, 정규 8집이 전부 꽃혀 있다. 이번 클래지콰이 앨범 역시 그럴 것이다. 3.5집에 참여했던 다아시 댄스, 나카타 야스타카(capsule)이 이번 리믹스에도 참여하고 이번에는 램 라이더와 스기우럼이 처음으로 참여한다. 돈을 또 들여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그룹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지도 모른다.

review 「거짓말꽃」 - '마약'같은 시리어스 사운드

ⓒ 아침 / 붕가붕가레코드

 

※ 리뷰 중간에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두 번째 극장판 「Air/진심을 그대에게」의 미리니름(스포일러)이 일부 들어갔습니다. 그 점을 유의해주시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작년 인디 씬의 걸출한 '오래된' 신인 장기하와 얼굴들이 대박 행진을 날린 뒤로, 붕가붕가레코드의 행보가 점점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솔이'로 잘 알려진 이자람이 결성한 포크 락 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 한국식 '야매 라틴'을 선보인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그리고 그 뒤에 선보인 밴드가 '아침'이다. 아침은 올해 헬로 루키에 응모했지만 아깝게 떨어졌다고 하는 것 외에는, 솔직히 별다른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기괴한 표지 또한 7월에 나온 싱글을 10월에 사게 만들게 했다. 새로운 것에 빠져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은 들어맞았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수공업소형음반 시리즈는 싼 가격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수록된 싱글 4곡을 들으면서 붕가붕가레코드에는 마이더스의 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총 16분 동안 듣자마자 그들의 정규 음반이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수공업소형음반은 싼 가격에 세 네곡 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듣는 순간 계속 반복해서 듣게 되는 마약같은 존재이다. 아침의 첫 싱글 「거짓말꽃」은 그런 점에서 '신종 마약' 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다.

 

다른 멤버들의 연주 실력도 훌륭하지만, 아침에 특이한 색깔을 부여하는 것은 보컬 권선욱의 목소리와 그가 직접 작사한 노랫말이다. 어떤 사람은 권선욱의 목소리가 흡사 '남자 양희은이 포크대신 록을 부르는 것' 같다고 평했는데, 옳은 평가라고 생각한다. 콧소리가 섞이면서 터져 나오는 권선욱의 목소리는 노래에 호소감과 중독성을 선사한다. 약간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지만, 아침의 일등 공신은 단연 권선욱 만이 가지고 있는 목소리이다.

 

권선욱은 아침에 목소리만 선물을 주지 않았다. 그가 직접 쓴 가사는 가뜩이나 우울하고 시리어스한 사운드를 더욱 침체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밝은 노래에는 희망을 부여한다.) 첫 곡으로 실린 「불신자들」에서 2분 동안의 긴 전주가 흐르고 흘러나오는 가사는 딱 두 문장만 반복된다. '믿음이 타고 있다. 그곳에 고기를 구어 먹자.' 믿음이 타고 있다는 가사만 해도 늙으신 분이 들으면 싫어할만한 내용인데 거기에 한 술 더떠 믿음이 타오르는 자리에 고기를 구어 먹자고 하고 있다! 인트로 가사부터 범상치가 않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연타석으로 터져 나오는 앨범의 타이틀인 「거짓말꽃」은 '아! 하! 하! 하!' 의 반복, 그리고 '씨가 떨어져'서 생긴 '한 알의 거짓말'에서 꽃이 자라난다고 일갈한다.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해 무지막지하게 자라난 거짓말을 비유한 것일까. 충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갑자기 중간에 베이스를 맡고 있는 박선영의 목소리로 락은 한 순간 보사노바로 변화한다. 침체된 사운드 사이에 툭 튀어나온 약간은 안정된 분위기의 라틴 음악.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은 신기하게도 아귀가 맞게 딱 떨어진다.

 

…헌데 이것도 끝이 아니다. 그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불꽃놀이」는 앞의 두 노래보다 더 암울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버려질 것을 모르고 '밤새 떠드는 여자 아이들'과 '어떻게든 아침이 오는 걸 막으려는 남자애들'의 눈 앞에 세상은 불에 타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불타오는 세상을 어떻게 할 줄 모른다. 단지 '구신들은 저 멀리서 웃고' 있고 '달님은 모든 걸 알면서도 무심한 척' 하며 손톱을 손질한다. 파멸된 세상, 반동을 시도하려는 자와 전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 이 둘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불꽃놀이」는 아무런 희망도 제시하지 않고 암울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를 맺는다. 시리어스한 사운드, 침체되고 허무적인 가사, 그리고 권선욱의 보컬이 결합하면서 암울함은 밑도 끝도 없이 치솟는다. 전에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말했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두 번째 극장판 「Air/진심을 그대에게」가 계속 떠올랐다. 자신(이카리 신지)와 여자 한 명(소류 아스카 랑그레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녹아 흐물흐물해졌고 세상은 온통 빨갛게 되어버렸다. 이제, 어떻게 하지? 라는 여지를 주지 않은채 안도 히데아키는 파멸된 세상을 계속 보여준다. 이 노래를 그 극장판의 엔딩에 덮어 씌워도 썩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딱 중간」이 이런 암울한 분위기를 해소하면서 싱글을 끝내지만, 삼연타로 이어진 침체된 사운드는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음악 웹진 <보다>에서 단편선이 지적한 것 처럼 (클릭) 기타 리프가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중독성이 강력' 하다. 「불신자들」의 '빠빠야 빠빠야 빠바', 「거짓말꽃」의 '아! 하! 하! 하!', 「불꽃놀이」의 '무심한 척 손톱 손질 중'은 자칫하면 평범해질 수 있는 노래에 중독성을 부여했다. 대체 어떻게 붕가붕가는 이런 밴드를 발굴했는지, 전부터 느꼈지만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더 대단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마약같은 가사, 마약같은 권선욱의 보컬을 계속 듣기 위해서라도 정규 1집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밴드이다. 그런 의미에서 붕가붕가레코드의 곰사장님 만세이.

 

(※ 2009년 10월 8일 8시 5분 1차 수정)

(※ 2009년 10월 8일 8시 44분 2차 수정)

 

아침 - 거짓말꽃
아침
붕가붕가레코드 '수공업소형음반' 시리즈 No.12

review 「불편한 파티」- 크라잉넛, 가사는 독해지고 리듬은 성숙해지다

 

크라잉 넛은 한국 인디씬의 원로이다. 벌써?, 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한국 인디씬이 90년대 중후반 부터 싹이 키워왔고, 정식 앨범이 97 ~8 년 즈음에 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군 입대로 인한 중간 휴식기를 제외하더라도 10년 이상 꾸준히 활동한 한국의 대표적인 록 밴드이다. 10년 동안 얼마나 무수한 발자취를 남겨왔던가. 장기하와 얼굴들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어모았던 '말 달리자', 몽환적인 분위기의 펑크 록 '써커스 매직 유랑단', 걸죽한 욕과 블랙 코미디가 한바가지로 터져나왔던 '지독한 노래', 몇 안되는 착 가라앉은 느낌의 노래 '명동콜링' 등등 걸출한 명곡을 내놓았었다.

 

'명동콜링', '룩셈부르크'가 수록되었던 5집 「OK 목장의 젖소」가 나오고 3년을 기다린 끝에 6집 「불편한 파티」가 나왔다. 인디씬 초기에 대단한 록 밴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던 드럭레코드도 이제는 크라잉넛 정도 밖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지만, 아직도 크라잉 넛의 폭발적인 사운드는 여전하다. 아니, 데뷔했을 당시에는 약간은 미숙해 보이지만 아마추어 특유의 참신함이 돋보인 사운드를 보여주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의 곡의 완성도가 뒷받침된 10년의 경력이 사운드 곳곳에 묻어난다.

 

그들의 풋풋하고 거친 매력에 빠졌던 사람은 '사운드가 원숙해졌다'는 말에 실망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운드가 성숙해지는 동시에 그들의 가사는 한 층 더 독해졌다. '착한 아이'에서는 한국의 엘리트 교육에 대한 거친 반항이, '불편한 파티'에는 불편한 세상에 대한 절망과 빠져나가고 싶은 소망이 간접적인 화법을 가장한 직설적인 화법의 가사로 표현한다. '귀신은 뭐하나'에서는 아예 더 직접적으로 '귀신은 뭐하나, 이런 (나쁜) 놈들 안 잡아가고' 란 가사를 씀으로써 저항을 드러냈다. 그들이 데뷔하고 나서 정권이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아직도 반복되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나름대로의 투쟁인 것일까. 시원시원하게 뱉어내는 가사가 좋기는 하지만, 데뷔 시절의 깜찍하고 비유가 섞여있던 가사가 그리워지고도 한다.

 

그래도「불편한 파티」에 저항이 강하게 드러나는 곡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크라잉 넛의 화려한 복귀를 알린 경쾌한 인트로 'Crying Nut Song' 은 폴카 리듬을 접목해 록에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외국 민요의 친숙한 느낌을 부여한다. '루나', '빈자리' 등의 노래에서는 '명동콜링' 등에서 진작에 선보였던 크라잉 넛 특유의 사랑 노래를 보여준다. 그리고 말미의 '생일축하'는 생일 축하 록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를 보여주는 센스까지.

 

약간의 아쉬운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신보(라고 하기에는 여러 사정으로 리뷰가 늦어졌지만…) 「불편한 파티」는 한국 록의 명작 내지는 범작이다. 그들이 내뱉는 가사는 직설적으로, 더 독한 말로 변했지만 사운드의 성숙함, 그려먼서도 여러 가지 사운드를 결합하는 등의 멈추지 않는 시도들은 분명 우리의 귀와 몸을 위한 멋진 선물이다. 거기다가, 앨범에 뮤직비디오 4개 (!) 를 서비스로 넣어주는 인심도 전해주니 이렇게 좋은 선물이 어디 있으랴. 그저 고마운 일이다.

 

(※ 1차 수정 : 2009년 10월 13일 오후 4시 3분)

 

크라잉 넛 (Crying Nut) 6집 - 불편한 파티 - 8점
크라잉넛 (Crying Nut) 노래/로엔

review 「imperfect i'mperfect」 - 이윤정과 이현준이 만나면 일렉트로니카가 나온다

표지가 참 개성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저만 그런 것일까요.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모던 락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밴드가 있다. 정체를 도통 알 수 없는 - 사실 정체는 사회 비판이지만 - 가사에 매회 출연할 때마다 패션쇼를 방불케 할 정도의 센스 감각을 지닌 시대를 초월한 밴드, 예전에 인기를 끈 해외 청소년 드라마 주인공의 이름을 딴 그 밴드의 이름은 '삐삐밴드' 이다. 삐삐밴드가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이유는 특이한 가사와 충격적인 리듬 덕분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보컬 이윤정의 괴상한 매력 때문이었다. 멋있긴 멋있는데 약간 똘끼가 있는 것 같은 양아치적 매력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얼마 안가 보컬이 교체되고 이름이 '삐삐롱스타킹'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말이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 만난 이 밴드의 홍일점 이윤정은 계속 뇌리에 잊혀지지 않았고 한 동안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없다. (사실, 몰라서 못 들었다는 말이 적절할 것이다. 앨범 2장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추억 속에만 자리잡고 있던 이윤정은 M.net의 트렌드 패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마침내 작년, 원더걸스의 「Tell Me」를 기점으로 불고 있던 복고 열풍의 한 자리를 장식 (?) 하는 뮤직비디오 「CURIOSITY KILLS」를 선보이게 되었다. 아티스트 이현준과 함께 EE라는 일렉트로니카 퍼포먼스 팀을 결성한채로.

 

 「CURIOSITY KILLS」는 참 독한 뮤직비디오였다. 흡사 80년대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튼 느낌이라고 할까.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흡사 '롤라장'에서 흘러나오는 디스코풍의 리듬과 비트, 거기에 구린 화질의 뮤직비디오라니. 이거야 말로 진정한 복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게만드는 참 독한 뮤직비디오였다. 노래의 수준도 나쁘지 않았고 슬슬 일렉트로니카에 관심을 가지려던 차여서 디지털 싱글이 참 반가웠고, 정규 1집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약간의 기다림 끝에 정규 1집 「imperfect i'mperfect」가 발매되었다. 완벽하지 않은 것과 '자기는 완벽하다'는 상반되는 두 문장의 기묘한 만남을 표현한 앨범 제목답게 노래도 참 기묘했다. 맨 처음에 흘러나오는 인트로 성격의 노래「EEntro」는 앨범 전 곡을 요약한 느낌이 든다. 앨범에 수록된 곡의 비트의 대부분을 짧은 시간안에 담아내면서 혼란스러운 기분을 들게 했다.

 

앨범에 수록된 노래 대부분이 비트를 자유자재로 활용한 수작들이지만 그 중 좋아하는 것을 뽑아보자면 「눈코입귀」와 「기억속의 하이칼라」, 그리고 싱글에서 복고 폭격을 선사했던 「CURIOSITY KILLS」를 들 수 있겠다. 반복되는 비트음 가운데에서 의미는 알 수 없지만  - 이 앨범에서 난해함으로 최고를 치자면 단연「xasquach」이다. 가사를 봐도 알아들을 수 없는 가사, 가면 갈수록 망가지는 비트의 연속이다. - 를뭔가 계속 반복하고 싶은 노래, 사람의 뇌리를 사로잡는 비트가 참 마음에 들었다. 과연 이들의 전직이 모던 락 밴드 보컬, 아티스트인지 궁금한 수준이다. 프로듀싱은 다른 DJ가 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이야. 단순한 호기심과 추억에서 듣기 시작한 그룹이었는데 지금까지 그들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들의 노래는 '퍼포먼스'가 있어야 제대로 된 한 편의 음악이 완성된다는 것. 원래 컨셉 자체가 '일렉트로니카 퍼포먼스' 였으니 그들이 직접 나와서 난장을 질러야지 100% EE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는 소리이다. 하지만 어떡해요. 전 클럽이나 공연장을 가기에는 집도 멀고 돈도 없는데. 그래서 한 주에 한 번 이상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그들의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소년의 EE 감상기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E 1집 - Imperfect, I'mperfect - 8점
이이 (EE) 노래/로엔

review 「RENAISSANCE」 - 선글라스에서 김마스타로

ⓒ MASTERCLASS RECORDS, SONY MUSIC

 

김마스타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지금은 폐지된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이었다. 수요일인가, 목요일의 '나름 좀 놀아본 오빠의 미심쩍은 상담소' 외 에는 별다른 코너가 없이 운영되던 프로그램에 어느 날부터 고정 게스트가 출현하는 코너가 생겼는데, 그 이름이 다름아닌 '두부세모' 였다. 그리고, '두부세모'의 일원 중의 하나가 바로 김마스타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별로 김마스타 (를 포함한 두부세모) 의 토크에만 관심이 있었지 노래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의 이름으로 나왔던 음반도 찾을 수가 없었고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자세하게 찾지 않은 내 탓이 더 컸다.) 그래서 나는 그냥, '아, 인디 뮤지션 중에서 말 잘하는 사람인가보다.' 라고 대충 넘겨짚었다. 코너 중간에 흐르는 노래에도 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고.

 

그러다가 정권의 외압으로 (당시에는, N.EX.T의 신집 준비를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이 폐지되었고 한 동안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다. 최근에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두부세모와 공동으로 게스트 출현하고 있고, S 방송사의 S 프로그램의 표절 사건에서 두부세모의 '박포' 라는 가수가 연루 (되었다고 보기에는 제작진의 강요가 더 컷겠지만) 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작 나는 그의 노래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실 이번에 김마스타의 신보 「RENAISSANCE」를 얻게 된 것은, 우연의 힘이 더 컸다. 잘 당첨이 되지도 않는 블로거 리뷰 사이트에 갑자기 전에 즐겨 듣던 프로그램의 게스트의 이름이 나왔고, '옛다 모르겠다'의 심정으로 한 번 신청한 것이, 덜컥. 당첨된 것이다. 그 사이트 덕에, 정작 그 당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그의 음악을 들을 수가 있었다.

 

 

김마스타의 음악은 '포크 블루스' 이다. 다만, '선글라스' 라는 포크 듀오 (그리고 한 동안은 김마스타의 솔로 프로젝트) 로 활동할 시절에는 음악성에 초점을 기울였다면, 프로젝트를 해체하고 '두부세모'와 공동으로 활동하면서 부터는 (즉, 이번 4집부터) 대중성이 짙어진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내놓는 첫 번째 음반이어서 그런 것일까. 난 처음 듣는 것이어서 부담없이 그의 포크가 다가왔지만 그의 오랜 팬들은 '포크의 배신' 이라고 부를 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음악이 강해졌다. '선글라스' 시절에는 「천명」, 「엉클톰즈하우스」 등으로 대곡을 시도했다면, 이번 4집에서는 편하게 라디오에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의 곡들이 많아졌다.

 

'선글라스' 시절을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것인지, 작은 케이스 안에 CD가 2개나 들어있었다. 첫 번째 CD는 그의 완연한 신곡이고, 두 번째 CD는 그가 '선글라스' 시절에 작업한 곡 중 8개를 엄선한 'BEST SONGS' 콜렉션이다. 처음 CD를 받았을 때는 CD가 두 개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부클릿이 들어있을 공간에 갑자기 CD가 나와서 좀 당황했었다. CD 한 개를 살 돈으로 두 개를 주는 배려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정성에는 감사하지만, 부클릿이 전혀 없다는 점이 (부클릿도 CD를 구성하는 디자인의 일부이므로. 단, CD 프린팅에서 그의 사진이 박혀있기는 하다) 아쉽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포크 계열의 장르인만큼 전문적인 리뷰는 하지 못하겠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그의 노래는 CD2에 실린 구곡에 비해 장중한 느낌이 많이 준 반면에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곡들이 많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선글라스' 시절의 느낌의 연주곡들이 몇 개 실려있다.) 평소에 '두부세모'를 통해 김마스타를 접해 왔다면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포크 음반이다. '선글라스' 라는 프로젝트에서 개인인 김마스타로 돌아온 이번 4집, 편안하게 들었으면 한다.

 

추신.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노래는 CD1에서 「록커의 순정」, CD2에서 「천명」 이다. 특히, 「천명」은 스튜디오 녹음이 아닌 현장 녹음의 낌새가 느껴져서. 단, 짧은 곡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다.

 

 


김마스타 4집 - Renaissance [2CD] - 6점
김마스타 노래/소니뮤직(SonyMusic)

review 「고질적 신파」 -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선사하는 한국적 라틴 음악

 

일단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은 (이하 불나방) 공식적으로는 라틴 음악을 하는 밴드이다. 활동한지는 꽤 되었으나 홍대 근처에서의 명성에 비하여 정작 이렇다 할 음반이 나오지 않던 차였다. 내가 불나방의 노래를 처음 듣게 된 것은 M.net에서 (지금은 시즌 2가 진행 중인)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진행하던 「마담 B의 살롱」이었다. 사실, 그냥 할 짓없이 케이블을 돌려보다가 발견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우연하게 보게된 불나방의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그들의 노래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앞에 불나방이 라틴 음악을 하는 밴드라고 굳이 소개를 해야 했을까? 그도 그럴 것이 라틴 음악은 라틴 음악이지만 정통 라틴 음악과는 거리가 약간 먼, 다양한 장르가 배합된 라틴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네들도 '야매 라틴'이라고 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나방의 노래 대부분에서 풍기는 톡톡 튕기는 사운드와 섞이는 라틴 음악의 향취, 그리고 가장 일품이라고 칭할 수 있는 가사는 매니아층을 양산하고 있다.

 

원래 5월달에 나온다고 공언했다가 기나긴 기다림 끝에 6월 말에 자태를 드러낸 정규 1집 「고질적 신파」는 전에 나왔던 싱글 「악어떼」에 수록된 3곡 (악어떼, 미소녀대리운전,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을 포함하여 총 13곡의 노래가 수록된 앨범이다. 특이하게도, 앨범을 발매한 붕가붕가레코드 산하에 조까를로스 (본명 조문기, 미술작가) 가 '어리굴써라운드'라는 자체 레이블을 세우고서 반독자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앨범에서 주의 깊게 들어야 할 것은 가히 일품이라고 칭할수 있는 가사이다. (앨범을 사고 난 뒤 가사 부클릿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어느 한 곡하나 가사가 알차게 채워져 있다.) 내가 가장 추천하는 곡은 이 앨범의 타이틀 격인 노래 「석봉아」와 싱글에 수록되었던 「미소녀 대리운전」이다.

 

「석봉아」은 한석봉의 이야기, 그리고 각종 동화들을 짬뽕시켜 불나방 식으로 풀어낸 노래이다. 노래 가사를 듣다보면 뭔가 교훈적이면서 (?) 기묘한 느낌이 든다. 엄마가 참 잔인한 것 같다. (…) 「미소녀 대리운전」은 술에 취한 직장인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미소녀 대리운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에 가면 애들은 방에 처박혀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아내는 잔소리만 퍼부을 것을 예상하는 가운데, 그는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 미소녀 대리운전을 부른다. 하지만 조심하시라, 기분은 편안해질지 몰라도 그녀는 초보운전이라서 백미러도 펼 줄 모른다.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소리가 나온다.)

 

이 밖에, 여러 가지 노래들이 저마다 색다른 가사와 튀는 사운드로 우리들의 귀를 반긴다. 정통 라틴하고는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공감과 위트가 넘치는 노랫말과 자주 들어왔던 비트 (일명 '뽕짝 비트' 라고 하죠.) 는 어렵게만 보이는 라틴 음악의 한국적 변용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야매 라틴'이라고 하지만 어찌보면 한국 사람들이, 익숙하게 할 수 있는 '한국적 라틴'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뭐, 정통 라틴 음악 연구가가 보면 혀를 찰지도 모르지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 고질적신파 - 8점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노래/붕가붕가레코드

review 「2008 Concert, Monologue」 - 김동률, 90년대의 부활

케이스의 앞면.

케이스의 뒷면. 오른쪽에 있는 것으로 케이스를 연다. 그런데 잘 안 빠질 때가 약간 있어서 (…)

문을 열면 짜자잔, 프리뷰 성격의 공연이었던 prologue (CD1) 와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화려한 사운드를 선보인 본 공연 monolgoue (CD2, CD3) 가 들어있는 케이스와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룬 부클릿이 들어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 김동률은 그냥 옛날 가수였다. 옛날에 이적이나 김진표같은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 적도 있고 비누인형 (이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 이것도 이젠 옛날 이야기, 7차 수정 교육과정에서는 더이상 국정 교과서가 안 쓰인다 - 가사를 바탕으로 창작된 소설이 실려서 찾아보았었다.), 거위의 꿈을 불렀던 가수였을 뿐이었다. 이랬던 생각이 바뀐 것은 작년 1월, 그의 4 ~ 5년 만의 신보 「Monologue」가 나왔을 때였다.

 

처음에는 인기있었던 가수가 긴 휴식을 끝내고 컴백하는 앨범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누나가 강력하게 추천을 했다. 이 앨범을 꼭 사야한다고. 비누인형이나 거위의 꿈 같은 노래가 듣기 좋은 노래이기는 하지만 굳이 살 필요는 느끼지 못했었다. 결국 속는 셈 치고서 「Monologue」를 구입했다. CD플레이어에 넣고 러닝타임 동안 다 듣고서 느낀 감정은, 내가 경솔했다는 것이었다. 김동률은 누나가 말한대로 '전설의 가수'였다. 휴식을 오래한다고 해서 퇴물 가수는 아니었다. (실은 그 때부터 음반을 모으는 데 취미가 생기게 되었다. CD로 듣는 것은 MP3로 듣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김동률은 성량이 큰 가수이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입 안에서 만들어낸다고 할까. 그만큼 사운드가 풍부하고 사람의 감정을 잘 흔들어 놓는다. 나는 김동률의 전 앨범을 듣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의 오래된 팬들은 「Monologue」가 이전 앨범에 비해서 대중성이 더 커졌다고 한다. 이런 점이 싫은 팬들도 있겠지만, 나는 김동률의 이런 변화가 좋았다. 「출발」이나 「다시 시작해보자」, 「Melody」 같은 곡들은 김동률에 처음 접하는 소년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만약, 이 노래들이 전과 같은 형식으로 다가왔다면 약간은 꺼려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대중성이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된 음반 시장 침체 속에서 (옛날이면 썩 좋지 않은 판매량이지만) 무려 10만장 이상을 판매했다. 앨범이 나오고 몇 달이 지나서 열린 Prologue (이건 두 번에 걸쳐서 열렸다.) 공연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Monologue 콘서트도 전석이 매진되는 흥행을 보였다. 김동률의 소속사인 뮤직팜에서 이런 수치에 큰 만족을 보였던 것인지 결국 이 두 개 (정확히는 세 개이지만) 의 공연과 리메이크한 두 개의 곡을 세 개의 디스크에 수록한 「2008 Concert, Monologue」 (이하 라이브 앨범으로 지칭) 이 5월달에 나왔다.

 

사정상 6월 말이 다 되어서 구입을 했지만 스튜디오에서 정갈히 녹음된 노래와 현장에서 직접 녹음된 노래를 비교하면서 듣는 느낌은 흥미롭다. 라이브 공연이 녹음된 그의 목소리는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목소리와 차이가 없지만, 간간히 흘러나오는 관객들의 환호성과 떼창, 이소은, 마이앤트메리의 정순용,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뭉친 이적과의 협연은 새롭게 합류한 나같은 팬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이번 앨범의 큰 성과라면 1집에서 단순한 발라드로 녹음되었던 「고독한 항해」가 발라드지만, 더 강력한 사운드로 돌아왔다는 사실과 한 때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로 만났었던 이적과의 협연 - 10여년 만에 다시 만나는 「거위의 꿈」은 이 노래를 유명하게 만든 인순이 씨가 부르는 느낌하고는 또 다른 분위기를 준다 - , 그리고 (당연히도) 「Monologue」에 수록된 노래를 라이브로 팬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신보가 잘 팔렸듯이, 라이브 앨범도 다른 인기 가수들의 라이브 앨범 못지 않은 판매량을 보였다. 비슷한 노래가 넘쳐나는 획일화된 대중 음악 시장에서 90년대, 대중 음악의 황금기에서 활약했던 김동률 같은 가수들의 귀환은 2008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와 같이 전국가적 인기를 보이고 있는 아이돌을 제외하더라도 김동률을 비롯해 서태지, 언니네이발관과 같은 가수들에 대한 인기는 대중들이 더 다양한 음악을 원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굳이 후크송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원더걸스의 「Tell Me」로 시작된 후크송의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락이나 디스코가 인기를 끌었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해외에서는 어떤 한 장르가 득세한다고 해도 타 장르가 완전히 숨이 끊기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현재 방송 3사의 오후 가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댄스 (또는 댄스적 감성을 가미한 힙합이나 R&B), 발라드, 힙합 정도가 전부이다. 간간히 타 장르에서 활약하는 가수가 나오지만 주 시간대는 아니다. 10대를 노리고 편성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10대들은 주로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한다.

 

오히려 심야에 하는 프로그램들 - KBS2 : 유희열의 스케치북, MBC : 음악여행 라라라, EBS : 스페이스 공감, 초콜릿은 제외하도록 하자. - 이 늦은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좋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은 다양한 음악을 원하는 사람들의 영향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동률의 복귀에 그다지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엠넷미디어는 예상을 깨고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이번 라이브 앨범 발매를 결정하게 되었다. 90년대 가수들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뜻은, 곧 이제 공중파도 슬슬 다양한 사운드를 선보여야 한다는 소리없는 대중들의 목소리가 아닐까.

 

김동률 - 2008 CONCERT, Monologue - 10점
김동률 노래/Mnet Media

 

(7월 4일 수정)

여의도 '힘내라! 민주주의' 콘서트 - 그저, 장기하 교주님이 짱.

여의도 '힘내라! 민주주의' 콘서트에 취재를 갔다 왔습니다. 너무 늦게와서 자세한 포스팅은 못하고, 간단하게 정리를 하자면…

 

장기하 님은 진정한 장교주시다!

 

 

손에서 불을 내뿜는 장교주님의 공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