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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영화제는 청계광장에서 열리고 싶다.

인권영화제가 또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김영삼 정권 시절 영화제 상영작 중 하나인 제주도 4.3 사건을 다룬 영화 '레드 헌트'의 감독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영화제도 공안 경찰들의 탄압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말은 오래된 이야기인줄로만 알았었다.

 

첫 시련은 개봉 장소를 잡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스스럼없이 인권영화제를 위해 장소를 대관해주던 극장들이 난색을 표한 것이다.

 

사실 인권영화제의 모든 영화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은 영화를 개봉(또는 발매) 하기에 앞서 영등위의 심의를 받아야만 한다. 예전에는 이 심의가 불편한 부분을 자르기 위한 용도로 쓰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문화 예술의 발전으로 심의는 본연의 목표인 '등급 배분'에만 충실했었다. 영화를 하기 더 없이 좋아진 환경이었지만 인권영화제는 영화 심의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서 지금껏 쭉 영등위의 심의를 받지 않고 영화를 상영하였다.

 

하지만 올해는 인권영화제에 장소를 빌려주던 극장들도 결국 난색을 보이고 말았다. 할 수없이 인권영화제는 극장 내 상영을 포기하고(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6월 11일부터는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앙코르 상영회가 열린다. 만약, 본 상영회가 열리지 못 한다면 아쉬운대로 성미산에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계광장에서 주말 동안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입장료를 받지않는 인권영화제로써는 무척이나 고심한 결정이었다. 원래 일주일 정도 열리던 영화제가 장소 대여 문제로 인해(청계광장은 서울시의 방침 상 3일 이상 대여가 불가능하다.) 역대 영화제보다 적은 수의 작품을 상영하게 되었다. 게다가 청계광장이 원래 영화를 보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다 보니 고품질의 영사기를 들여놓기 위해서 돈이 많이 들게 되었다. 그래도 어제 아침까지는 희망을 갖고서 계속 개막식을 준비해왔다.

 

그러다가 날벼락이 터지고 말았다. 4일 아침, 서울시 측에서 난데없이 인권영화제 측에 청계광장 사용 허가 취소 공문을 보낸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최근 시국 관련 시민단체의 집회, 시위로 이용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서울시는 무엇이 두려웠던 것일까. 개막식을 보러온 관객들이 촛불을 들고서 정권 타도를 외치는 시위를 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하여튼 갑자기 날라온 공문에 인권영화제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많은 생각 속에 내놓은 결론은 '그래도' 예정대로 개막식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말이 되지 않는 사건이었다. 단지 '불법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 때문에 개막식 하루 전날 영화제를 시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5일인 오늘, 청계광장에 일어날 '사태'를 우려했다. 다행히도, 서울시 측에서 다시 인권영화제 측에 청계광장 사용 허가를 다시 내렸지만 아직도 청계광장 주변에는 전경들의 차벽이 늘어서있다.

 

인권영화제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김영삼 정권 시절, '레드 헌트' 사건 때에도 인권영화제는 정부에 맞서 행사를 진행했다. 언제 인권영화제가 정부의 눈치를 보는 영화제였던가. 이제 다시 그 싸움이 도래한 것 뿐이다. 이런 뒤숭숭한 시대 속에서도 인권영화제는 열린다.

 

* 2009년 6월 5일,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메인 기사로 올라온 글. 이걸 쓴 것이 6월 4일, 허가 취소가 났던 날 밤에 쓴 것인데. 하룻밤이 지나니 변덕스럽게도 (민심을 무시 못했던 탓인지) 그 다음 날 재허가를 하는 바람에 기사를 약간 손을 봐야 했다. '차벽'도 인권영화제 측의 항의로 철수했다고 한다. 무사히 마쳤다고 하나, 아직도 정부의 짓거리는 여전하다. 사정 상, 본 영화제는 가지 못했지만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열리는 앙코르 영화제에 취재 겸으로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