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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아프리카 - 여행, 예술 그리고 성장.

 

1년 전, 씨네21의 성인을 위한 만화 잡지 『팝툰』은 대대적인 개편을 하게 되었다. 인기가 없던 만화들을 갈아치우고 여러 작품들을 새로 들여왔는데, 특이하게도 신작 중의 하나는 소설, 「카오스모폴리탄」이었다. 만화 잡지에 만화가가 소설을 연재한 적은 있어도 (천계영 - 「The 클럽」, 지금은 사라진 시공사의 만화 잡지 『비쥬』에서 연재) 전업 소설가가 소설은 연재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게다가, 실시간 여행 소설이라니. 너무 특이한 소재잖아.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컷던 탓이었을까. 권리가 풀어내는 각 국의 사람들과 예술에 대한 시선은 눈 앞에서 그 나라의 그림이 그려지게 하였으나, 그것 뿐이었다. 언제부턴가 실시간 여행소설은 난데없이 추리 소설이 되었다가 성장 소설이 되었다. 스토리는 산으로 가고 있었다. 여행지의 풍광을 그려내는 것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도대체 방향을 알기가 힘든 소설이 되어 버렸다. 결국 황급하게 결말이 나고 말았고, 기약없는 단행본 발매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이 작품은 어떻게 다시 태어날 것인가.

 

연재를 마치고 약 1년 간의 수정을 거쳐 나온 물건은 『팝툰』 연재 시절에 비교해서 환골탈태한 수작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름부터 변했다. 「카오스모폴리탄」이라는 제목은 주인공과 주인공의 아버지와 관련된 '그림' (사실, 초반부의 그것은 그림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민망하다.) 「눈 오는 아프리카」로 바뀌었다.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던 주인공 유석의 심리 묘사나, 일본인 파트너 스기야마 쇼타의 일도 그럭저럭 이해가 갈 수 있게 바꾸었다.

 

「카오스모폴리탄」이 실시간 여행소설로 출발해 작가의 무모한 도전 탓인지, 난데없는 바람이 들었던 것인지 추리와 예술과 성장이 종잡을수 없을 정도로 섞여버렸다면 「눈 오는 아프리카」는 곧 20대가 될 '아이'의 성장 과정을 예술과 여행, 그리고 약간의 추리로 그려내고 있다. 연재 당시에 마구 섞였던 요소들은 단행본에서는 적절한 안배로 균형을 맞추게 되었다.

 

주인공의 여행은 즉흥적이면서도, 결코 즐겁지 않은 이유에서 출발한다. 세밀화의 대가 야마 ('야마돈다'의 야마가 아니고, 夜馬이다.) 고을주 화백의 아들 고유석은 난데없이 아버지가 사망하고 그로 인해 유작의 가격이 상승하자 매우 곤란한 위치에 처한다. 야마 화백의 대표작 「야마 초상화」는 결국 야마의 부인이자 유석의 어머니에 의해 야마의문사위에 팔아 넘긴다. 그러나 참 얄궂기도 하지. 그만 초상화에 대한 위작 논쟁이 터져나오고 급기야 유석의 집안은 돈에 쪼들리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의 애인이었던 최 교수의 집에 얹혀 살기도 하다가, 어느 날 문법이 틀린 불법 다운로드 영상 자막 제작자를 찾다가 엉겁결에 그의 파트너가 된다. 그의 이름은 스기하라 쇼타, 한자 그대로 읽으면 상태. 그는 난데없이 유석에게 자신의 형, 히데오를 찾으러 가자고 하고 마침 그의 집에서 위작 논쟁이 분분하던 초상화를 발견하게 된다. 초상화로 때문에 집안이 흔들린 쓰라린 기억 때문에 그만 스프레이로 떡칠을 하고만 유석, 대충 수습을 하려고 하지만, 이 떄 최 교수는 원작이 헝가리에 있다고 한다.

 

마침 형을 찾기 위해서 떠나자고 했던 쇼타의 말을 듣는 김에, 자신을 이런 꼴로 만든 초상화를 찾으러 유석과 쇼타는 무작정 여행을 떠나게 된다. 목적은 있으나,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는 여행. 감성을 중시하는 성격의 유석과 이성과 분석을 믿는 쇼타, 두 사람의 이런 극과 극의 성격 때문에 싸우기도 하지만 형과 그림을 찾아가려는 여정 속에서 둘은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가장 끌리는 캐릭터는 유석이었다. 대학을 두 번이니 재수하고 세 번째 수능을 보러 가야 했지만 심정의 복잡함으로 인해서 그는 쇼타와 같이 여행을 떠난다. 그의 신체는 어른이지만, 마음은 아직 철이 없는 아이와 같다. 그에게 있어 여행은 단지 쇼타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림을 찾으러 가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여행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지각색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그의 마음은 점차 커간다.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았다가, 점차 하나가 되어 간다.

 

앞서 말했지만, 이 작품은 권리의 여행지 묘사와 함께 점차 변해가는 유석, 쇼타, 그리고 둘의 주변 사람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가 자신이 여행한 곳을 전부 소설에 집어넣고 싶었던 탓인지, 작품의 행방이나 '반전'이 납득이 가지 않는 편이다. 차라리 추리 파트를 약간 제껴두고서 심리 묘사나 풍광 묘사, 그리고 작품 중간에 나오는 예술에 대한 논쟁에 더 눈을 기울이는 것이 이 작품은 더 잘 읽게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팝툰』이 낳은 첫 소설작이자, 여행 겸 성장 겸 예술 소설로써는 수작이다. 이제, 앞으로 나올 강지영 작가의 「심 여사는 킬러」를 기대해본다.

 

눈 오는 아프리카 - 8점
권리 지음/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