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의인화에서 정치의 생활화를 보다

Curtis님의 정당 의인화 캐릭터로 만들어 본 이번 포스트의 대문. …어디에서 많이 본 기분이 든다면 기분 탓이겠죠?
최근 이글루스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Curtis님의 정당 의인화 시리즈가 인터넷 상에서 조금씩 인기를 늘려나가고 있다. 제도권 매체에 소개된 것은 씨네21에서 펴내는 월간 만화지 『팝툰』에 짤막하게 소개된 것이 전부이지만, 이미 세 건의 팬아트가 올라왔을 정도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호평을 얻고 있다. 정당 로고도 모에선에 쬐였다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왜 이런 정당 의인화가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 귀여운 캐릭터의 면모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했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겠지만, 나는 정치를 무겁고 딱딱한 시선이 아니라 가벼우면서도 힘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도의 성공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제도권 매체에서는 정치를 어떻게 바라보았는가. 면밀한 정국 해석도 중요한 매체의 기능이지만 현란한 용어가 난무하고 각종 정치 비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먹고사니즘'은 시민들의 생각을 점령하였다. 정치는 어디에서나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사람들의 사회와 괴리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딴지일보나 서프라이즈에서 연재되었던 '대선자객' 같은 패러디 정치물이 반짝 인기를 뜬 적이 있었으나 금새 사람들의 생각에서 잊혀지게 되었다.
작년 여름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일어난 촛불 집회로 생활 속에서 정치가 자연스럽게 논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다행이었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다음 아고라에서 올라오는 베스트 글을 보다보면 선동적인 논조에만 의지하거나, 수준이 낮은 패러디, 80 ~ 90년대의 민중가요로 도배된 글이 많음을 알 수있다. 글을 올린 사람을 비판하고 싶지 않지만,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이러한 글이 일반 대중들에게 '먹힐'까? (댓글들을 보면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그건 그 커뮤니티 내부의 의견일 뿐이고) 민중가요와 선동글이 80년대 당시에는 호응을 얻었지만, 시대가 지남으로써 현실과 괴리된 '호응 방법'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시대에 맞는 '시민들이 정치에 눈을 돌리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인터넷과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capcold의 정치 플로우 차트 시리즈 '그분들의 문제해결법' 은 한국에서 워드프레스 엔진이 같는 온갖 장애물을 뛰어넘고서 많은 블로거들에게 알려져 몇몇 신문에서는 기사화 된 적도 있었다. (단, 엔지니어로 잘못 직업이 나왔다는 것을 빼면 - 실제 직업은 만화 연구가 겸 미디어 연구가 - ) nooegoch는 자신의 예술 실력을 발휘해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블로그의 미래와 진보적 삶에 대한 작품을 남긴 바가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사례가 존재하겠지만, 차트, 그림 같은 장르로도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즉, 정치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산소처럼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2008년의 촛불 집회는 예전의 집회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주었지만 경찰의 진압 강경화와 같이 결국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집회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에 맞서려면 더 강경하게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경찰의 강경 진압은 두고두고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똑같이 나가면, 우리는 도대체 그들과 다를 것이 뭐가 있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민주노총 주최의 노동절 행사보다는 희망청에서 주최했던 메이데이 행사를 높게 평가한다. 전자의 것이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즉, 비정규직이 소외되버린) 집회였자면 후자의 것은 한국과 일본의 세대 연대와 정치적 발상의 생활화를 모색하는 일종의 '축제'였다.
이미 사람들은 당위성 논리에 지쳤다. 정당 의인화 시리즈는 정치에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면서도, 핵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비록 한 블로거의 그림일뿐이지만 이런 여러가지 시도들의 향방이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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