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보다/만화를 보다
2011/12/31 16:11
2011 이슈 앤 베스트 : 만화, 답보 속에서 시도를 모색하다
- 서울문화사 순정만화지 <윙크>, 2012년부터 격주간에서 월간으로 전환 : 올해에는 다행히 폐간되거나 무기 휴간을 선언한 잡지는 없었다. 전통적인 만화 시장을 형성해온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 모두 잡지 판매고가 계속 떨어지는 와중에서도 그럭저럭 어떤 식으로든 버틸 줄 알았는데, 결국 올해 말이 되어서야 비보가 들려왔다. 편집부 측에서는 '한 달에 더 싼 가격으로 풍부한 페이지로 찾아간다' '디지털 콘텐츠에 더 관심을 기울이겠다' 며 월간화를 애써 포장했지만 (링크) 결국 이 변신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서울문화사 측에서는 더 이상 <윙크>를 격주간 잡지로 운영할 여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흥미로운 사실인데 같은 회사의 소년만화지 <아이큐 점프>가 이렇다할 히트작이 <서울 협객전>, 그리고 일본 연재작 <블리치>, <소년탐정 김전일 SEASON Ⅱ>, <명탐정 코난>, <언제나! 원조괴짜가족> 정도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직) 월간화 선언을 하지 않은 반면 <윙크>는 <궁>, <탐나는도다>, <춘앵전>, <키친>, <마틴 앤 존>, <떳다! 무지개 상가> 등이 연이어 연재가 끝난지 얼마 안 되어 월간화를 선언했다. 현재 <윙크>에서 연재하는 작품들이 앞서 언급한 작품 만큼의 인기를 가지지 못하고 있으나, 나름대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정만화지, 나아가 장르만화지의 판매의 고달픔을 짐작할 수 있다. 2011년에도 잡지-장르만화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SYNC> 창간 1주년 +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 사람 사는 이야기> 창간 : 솔직히 말해서 <SYNC>가 1년이나 갈 줄은 몰랐다. 그런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던 것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매체 창간 지원을 받았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서 지원 이삼년 후에 겨우 잡지를 내었고 잡지 작가진은 나름대로 준수한 작가들로 메웠으나 인지도가 부족한데다가 홍보마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창간호의 편집은 십 여년간 만화 전문 출판을 해왔던 출판사의 잡지라 하기엔 너무도 미흡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SYNC>는 없는 살림을 어떻게든 일구어가며 미흡한 점을 고쳐나갔고, 어찌되었든 간에 <SYNC>는 2011년 동안 약속한 횟수 다섯 번을 모두 채웠다. 중간에 '편집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이유로' 발간시일이 하염없이 미뤄질 때도 있었지만. 그러나 <SYNC>의 갈 길은 아직 멀다. 다른 만화 잡지에 비하면 뭔가 부족한 편집, 방치 수준에 가까운 홍보와 운영. (대원-학산-서울의 만화잡지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트위터/블로그/카페를 통해 '돈이 안 드는' 홍보를 계속 해왔다.) 이 두 가지의 해결이 있지 않고서는 <SYNC>의 길고 오래 가는 생존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만화계에서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정연식의 <달빛구두>, <더 파이브>를 출간해 유명한 휴머니스트 출판그룹이 청강문화산업대학 박인하 교수와 공동으로 기획해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 사람 사는 이야기>로 만화잡지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부제에서 알 수 있지만, 이 만화잡지는 '다큐멘터리 만화', 즉- '르포 만화'를 표방하는 잡지이다. 최규석 · 유승하 · 최호철 · 정구미 등 대안 만화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작가와 웹툰 작가를 우선 배치하였다. (단, 최호철은 일전에 <코믹 무크 01 : 밥>에 실었던 단편을 그대로 게재하였다.) 박인하 교수는 개인적인 목표 판매 부수를 5,000부로 밝혔으며 (링크) 그 바람대로 현재 <사람 사는 이야기>의 판매는 순항을 타고 있다. 단, 창간호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두 잡지 각각의 생존신고와 탄생신고가 의미하는 점은 대체 무엇인가. 두 잡지 모두 장르만화와는 거리가 멀으며, 잡지에 연재하는 만화가들 역시 <사람 사는 이야기>의 정구미, 신명환 등을 제외하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작가라 지칭하긴 어려운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신 두 잡지는 하나는 인문성, 하나는 르포성을 강조하며 인문학과 사회 현안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을 자신들의 판으로 끌어모으려 시도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SYNC>는 일 년을 버티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허점이 많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는 적어도 창간 일 년 여간은 지켜봐야 더 깊은 평가를 낼 수 있을듯 하다. 장르만화 잡지가 답보를 보이는 와중에, 이러한 시도는 과연 어떤 성과를 보일 것인가. 2012년의 귀추가 주목된다.
- 계속되는 단행본 가격 상승 : 예전에 한 번 말을 꺼낸 적이 있었지만 (링크) 결국 예상대로 2011년 만화책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조짐이 여기 저기에서 드러났다.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 곳이 대원씨아이였는데, 인기 만화 시리즈 <원피스>, <NARUTO - 나루토 ->의 신간을 내는 동시에 구간을 재출간하면서 가격을 5,000원으로 인상했다. 당연히 인터넷 여기 저기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으며 누군가는 '이러니 스캔본을 볼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원서를 사서 보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만화책 상승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화 3사 중 가장 먼저 고가 만화 브랜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대원씨아이는 '미우'는 이미 <심야식당> 등의 작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고, 학산문화사의 고가 브랜드 '시리얼'도 비슷한 형국이다. 아예 고가 만화 브랜드 세 개를 만든 (마녀의 책장, J-TOON, ARU) 서울문화사는 말 할 것도 없다. 시공사는 이미 일부 구판 도서를 제외한 나머지 만화책들은 전부 5,000원 이상으로 발간한지 오래다. 이미 박리다매형 시스템은 거의 무너진지 오래고, 그 시스템을 받치던 하나의 축인 대여점 역시 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단행본의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고, 그게 짜증나서 스캔본을 보거나 원서를 사볼수록 아마 가격 인상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두의 자업자득이다.
- <신과 함께 : 저승편> 일본판 저작권 단속 선언, 그리고 파장 : (링크) 달리 할 말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현재 일본 스퀘어에닉스 사의 만화 잡지 <영 간간>에서 편집자로 근무 중인 이현석 씨가 최근 동지에서 연재를 시작한 주호민 원작의 <신과 함께 : 저승편> 리메이크 작이 한국 인터넷 등지에서 스캔, 혹은 스캔본에 식자를 입힌 소위 '대패판'의 유통에 대해서 스퀘어에닉스 차원에서 단속을 하겠다고 밝히자 여기저기에서 암약하고 있던 자들이 발끈, 댓글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와중에 한 출판사 직원이 불법 다운로드 사실을 밝혀 빈축을 샀고, 덕분에 이 사건을 통해서 한국의 콘텐츠 인식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두가 단적으로 알게 되었다. 물론 '스캔본만 없애면 만화 시장이 살아난다' 식으로 가는 것은 무척 곤란하겠지만, 그와 별도로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얻으며 생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밑에서 노동-원고료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언급하겠다.) 최근 게임계에 만연한 '유저 자체 한글화'와 맞물리는,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다.
- 앱스토어를 통한 만화 유통 시도 : 한 때 기대를 한껏 자아냈던 전자책이 기종의 난립과 컨텐츠 확보, 구매 등의 문제로 답보를 보이는 와중에 만화계는 아이폰 · 안드로이드폰 같은 스마트폰의 보급을 이용한 시도를 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MANHWA' 앱을 한국/해외 앱스토어에 출시하는 한편, 윤태호 · 박산하 등의 만화가가 독점적으로 작품을 연재하게 만들었다. 대원씨아이는 <데드맨 원더랜드> 등 자사가 보유한 한국 · 해외 만화를 지속적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출시했으며, 또한 서울문화사 · 학산문화사 역시 올해 말 ~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앱 출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미 한국 내에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된 만큼, 잘만 시도를 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BICOF를 통해 나온 '스마툰', 그리고 삼성전자가 마케팅용으로 기획 · 유포한 것으로 보이는 '탭툰' 류의 수식어는 결국 허울에 그쳤다. 수식어에 집착을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독자에게 잘 다가설 수 있는 앱을 만들어야 할 때. 'MANHWA' 앱을 사용해서 만화를 본 결과, 전체적인 인터페이스나 결제-구매목록 관리-감상 등 전체적인 부분 모두 총체적으로 불편했다. 어떤 단어를 만들기를 고민하기 전에, 이것부터나 제대로.
- 만화진흥법 통과 : 첫 초안이 작가들에게 거부되고, 다시 작가들의 주도로 초안이 만들어지고, 공청회를 거치고 한미FTA 날치기 통과로 인한 국회 파행 사태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만화진흥법이 (정식 이름은 '만화 진흥에 관한 법률') 12월 29일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법안의 골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만화 관련 정책들을 (예산 지원, 저작권 보호, 작가-작품 관련 정책 등) 수립하도록 한 것. 분명 지금까지 만화는 국가적 차원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 분류 중 하나로 지원을 받았으니 큰 변화라 할 수 있겠지만, 칭찬은 여기까지. 문제는 어떻게 이 법이 쓰이냐는 것이다. 2월 국회 공청회에서도 이야기가 나왔고, 국회 내부 심사과정에서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단순히 지원적 측면에서 보자면 중복 지원의 위험성을 가진다. 이미 한국콘텐츠진흥원,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산하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부천시 산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을 통하여 계속 만화 관련 지원은 이루어졌었기 때문. 따라서 만화진흥법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일들을 (심의 문제, 노동권 문제 등) 처리하도록 나가야 한다. 그러나 심의 관련 조항은 작가들 자신이 '어째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심의해야 하냐'는 이유로 사라진지 오래고, 노동권 문제는 별로 이야기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법안 제정에 힘쓴 만화가들은 만화진흥기금 설치와 한국만화자료원 등을 쟁취에 힘을 쓰고 있다. (링크)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하긴 어렵지만, 뭔가 중요한 부분을 보지 못한다는 느낌.
- 만화가 고료 문제, 그리고 건강 : 만화진흥법 추진 관계자들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청회 과정을 거치면서 알음알음 이야기되오던 만화가 고료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 2월 국회 공청회에서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작가 원수연은 출판사의 계약 횡포 등을 지적했으며, 질의 응답 시간에 <야뇌 백동수>의 글 작가 이재헌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금이 어떤 식으로 작가에게 쥐꼬리만하게, 그것도 매우 늦게 들어오는지와 드라마화 계약 과정에서 출판사의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음을 지적했다. 공청회에 배포된 자료집과 발제에서는 네이버 / 다음 / 야후의 평균 원고료를 게재해, 웹툰 작가들의 생계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작 제정 작업에 참여한 만화가나 만화진흥법 통과를 환영하는 작가, 평론가, 칼럼니스트 사이에서 정작 이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하기사 그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도 않았었지만.) 만화연구가 김낙호 선생 정도만 지속적으로 만화가 길드 등으로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 만화가들의 문제 인식과 결속, 행동이 필요하다.
또한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틴 스피릿>을 학산문화사 <파티>에 연재하던 김지은 작가의 사망, <셜록>을 동잡지에 연재하던 권교정 작가의 암투병 등등 만화가들의 건강과 관련된 안 좋은 소식이 2011년 한 해를 감쌌다. 암이 꼭 생활고 때문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연이어서 만화가들이 각종 질병에 걸리는 것에 열악하고 고된 작업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 일본에 진출한 만화가, 그리고 책임 갈등 : 몇 년전부터 윤인완 · 양경일, 박무직, 임달영, 박성우등의 해외 연재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한국 장르만화의 침체, 답보가 이어지면서 어느덧 만화가 지망생들 사이에 일본 데뷔는 자연스럽게 데뷔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 때마침 윤인완 작가의 스튜디오 YLAB, 대유스토리박스 등이 트위터를 만들어 (덧붙여 예전부터 블로그, 지면 등을 통해 일본 진출에 대해 이야기해왔던 스퀘어에닉스 <영 간간> 이현석 기자까지) 지망생들과 만화계 관계자, 독자들에게 일본 진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데뷔할 지면이 계속 줄어드는 입장에서 이러한 선택은 자연스러운 귀결이겠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입장들을 통해서 예전부터 있었던 '한국 만화계의 현 상황에 대한 책임 갈등'이 심화되고 말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야후>, <이끼>의 윤태호 작가와 서울문화사 <윙크>의 오경은 편집장 간의 지상 갈등이다. 윤태호 작가는 <씨네21 만화특별판 : 가을호>에 수록된 봉준호 감독, 강풀 작가와의 대담에서 '일본에서는 만화 작가들에게 헬기까지 지원해준다.'는 등 간접적으로 한국 만화 출판사에 대한 비판을 했으며 (링크) 이에 대해 오경은 편집장은 <윙크> 12월 1일호 후기 지면을 통해 '적자를 보는 와중에서 연재 지면을 마련해주고 단행본까지 내주었다. 이건 지원이 아닌가.'며 강하게 불편함을 드러내었다. 대유스토리박스 공식 트위터는 계속 '만화의 정의'를 운운하며 컬러 만화는 별 의미가 없으며, 한국 만화의 문제는 편집자에게 있다고 단정을 내리고 있다. 박무직 작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신과 함께 : 저승편> 일본판 스캔본 문제를 말하며 잠시 언급했지만 결국 이런 식의 책임 전가는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 일본에 진출한 작가/에이전시가 출판사에 책임을 지우자, 출판사는 간접적으로 작가와 독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독자는 다시 출판사와 작가, 그리고 스캔본과 대여점에 책임을 전가한다. 이미 여러 차례 분석으로 한국 만화의 현 상황이 한 측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상황이 드러난 만큼, 이런 식의 푸념은 결국 제 살 깍아 먹기에 불과하다. 카툰부머 정도를 빼면 만화 관련 단체도 친목단체로 전락한 지금, 다시 한 번 모여서 고민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BEST
가나다순으로 정렬했다.
- 게릴라들 : 총을 든 사제 (르파주, 이성엽 옮김, 씨네21북스, 단권) : 라틴아메리카를 휩쓴 혁명의 물결과 그에 참여한 개인을 통해 시대적 상황을 그려내고, 혁명 속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개인의 모습을 통해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혁명과 동성애, 종교를 한데 엮는 작가의 솜씨는 무척이나 재치있는 한편 독자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긴다.
- 국립경제자유고등학교 세실고 (양혜석 글 · 타파리 그림, 대원씨아이, <코믹챔프> 연재, 현 2권) : 웹툰에서 곧장 잡지로 들어온 수작. '경제자유'라는 이름을 외치는 고등학교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축소판. 온갖 음모가 판을 치며 권모술수에 능한자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에서, 주인공과 주변 인물 간에 벌어지는 생존 투쟁은 독자의 가슴을 씁쓸하게 하면서도 통쾌함을 불러 넣는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경제 배틀은 작품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한다. 사회-경제,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를 적절하게 조화시킨 작품.
-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 비아북, 프레시안 · 알라딘 연재, 현 3권) : 김태권 특유의 시의적인 농담, 그리고 십자군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해석이 3권 발매와 함께 현 시점에 맞추어 새롭게 일신되어 나왔다. 거칠었던 부분이 좀 더 다듬어지고, 작가의 실력은 한층 더 상승하였다. 현재 4권 분량의 내용이 알라딘에서 연재 중. 작가가 벌려놓은 작업이 많아 불안하지만,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가득해 오랜 세월 기다릴 가치는 충분하다.
- 다이어터 (캐러멜 글 · 네온비 그림, 중앙북스, 다음 만화속세상 연재, 현 2권) : <미스 문방구 매니저> <셔틀맨> 등을 통해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재미있으면서도 이야기의 핵심을 놓지 않던 작품을 선사하던 콤비, 다이어트라는 소재를 통해 웃음과 정보를 주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로맨틱 코미디적 측면에서도, 정보적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없어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바로 돋보이는구나.
- 데빌맨 (나가이 고, 오주원 옮김, AK커뮤니케이션, 전 4권) : 나가이 고의 작품 세계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작품이 오랜 세월이 지난 끝에 드디어 한국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단연 BEST감. 단 한 컷의 삭제, 화이트컷이 없는 작품이라는 사실에 아직도 기뻐해야하는 것이 슬프긴 하지만. <게게게의 기타로> 등 일본 고전 만화 작품 발간을 계속 하는 AK커뮤니케이션에 감사의 박수를.
- 도사랜드 (이원식 글 · 두엽 그림, 발해, 다음 만화속세상 연재, 현 1권) : ExCF에서 '광합성군'이라는 닉네임으로 스토리텔링에 두각을 보이던 스토리 작가, 개성있는 스타일을 지닌 그림 작가, 여기에 <머털도사>, <옛날 옛적에> 등을 통해 익숙한 전통적인 소재 '도사'가 힘을 합친 독자에게 왕도적 재미를 선사하는 만화. 매화마다 독자의 눈과 마음을 쫑끗하게 만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림체에 비해 의외로 강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휴머니스트, 현 18권) : 2003년부터 시작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이 어느덧 단 두 개의 권만 남겨두고 있다. 팔 년여동안 뚝심있게, 그리고 진득하게 조선왕조실록을 분석해 만화를 그린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는 한편, 최근 발간된 18권을 통해 드러난 작가의 조선왕조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은 필견. 작가가 왜 오랜 세월동안 실록을 만화로 그려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 살인ㅇ장난감 (꼬마비.노마비, 애니북스, 네이버 만화 연재, 전 3권) : 꼭 하드보일드한 그림체로만 하드보일드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뜻 보기엔 작고 귀여운 그림체, 그리고 가끔씩 튀어나오는 실사적 그림체를 통해 우연하게 악인을 죽이는 다크 히어로가 된 남자와 그를 잡으려는 남자 사이에 이야기를 강렬하게 풀어 헤친다.
- 셜록 (권교정, 학산문화사, <파티> 연재, 현 2권) : 권교정 작가의 오랜만에 잡지에 연재를 시작한 장편. 작가의 셜록 홈즈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는 한편, 유행어를 사용하는 등 19세기의 작품을 현대의 분위기에 맞춰 재해석한다. 여기에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등으로 드러난 작가 특유의 센스까지 겹치니 금상첨화. 작가가 최근 대장암 치료를 받느라 연재를 중단한게 아쉬울 따름이다. 꼭 완치해 완결까지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 신과 함께 : 이승편 (주호민, 애니북스, 네이버 만화 연재, 전 3권) : 우리가 살고 있는 이승을 다룬 만큼 '저승편'보다 한층 더 강하게 우리의 주변과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연결짓는다. 특히 (작가가 이를 염두에 두고 소재를 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두리반, 명동 철거민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던 시기에 맞물리면서 작품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와중에 몇몇 이들은 작품에 대해서 '편향적'이라는 말을 꺼내긴 했지만, 딱히 상대할 가치는 없는 반응이다. 곧 있으면 연재될 '신화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
- 실종일기 (아즈마 히데오,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단권) : 단순히 한 만화가의 방황과 기행을 다룬 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 (아, 물론 그렇게 이해하고 봐도 재미있지만.) 작가가 당시 자신의 심리와 더불어 사적인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코믹한 터치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이 블랙 코미디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한편 주변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 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사계절, <고래가 그랬어> 연재, 단권) : <고래가 그랬어>에서는 <최규석의 우화>로 연재된 최규석의 기존 우화를 다시 한 번 자신만의 색채로 재구성한 우화. 동시에 작년에 발간된 동 작가의 작품 <울기엔 좀 애매한>에 이어 사계절이 '1318 만화가 열전'으로 만화를 내는 두 번째 작품. 최규석의 우화는 때로는 시니컬하면서도, 때로는 날선 태도로 현실을 우화에 빗대어 냉철하게 바라본다. "이 작품이 먼 훗날 누가 만들었는지는 잊혀지더라도 우화가 되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이 우화는 계속 알음알음 계속 이어져올 것같다.
- 촤르륵 클로즈업 (김문식, 서울문화사, <아이큐 점프> 연재, 현 2권) : 오랜만에 한국 장르만화 잡지에 나온 청춘 드라마. 성실한 성격을 갖춘 남자를 우연하게 만나게 된 여자가 계속 만나게 되면서 인연을 가지게 된다는 내용은 흔하지만, 현재 한국의 현실과 조합하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작품성에 비해 많이 묻히는 것이 아쉬운 작품.
- 피터 히스토리아 (교육공동체 나다 글 · 송동근 그림, 북인더갭, <고래가 그랬어> 연재, 전 2권) : <고래가 그랬어>에서 연재가 끝나고 이삼 년여의 세월이 흘러서야 겨우 단행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역사를 다룬 만화책이 영웅과 굵직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피터 히스토리아>는 '히스토리아'라는 이름처럼 역사 속을 계속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소년, 그리고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시선으로 역사를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만든다.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된 작품답게, 어린이용으로 기획된 작품이지만 내용은 결코 어린이에 한정되어있지 않다. 일부 고증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민중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역사가 무엇인지를 일깨우고 싶다면 꼭 보기를.
- 할시온 런치 (시무라 히로아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현 2권) : <무한의 주인>으로 인해 하드보일드 이미지로 유명한 작가는 <이사>, <시스터 제네레이터> 등을 통해 이미 자신의 개그 센스를 드러내었고 결국 이 작품을 통해 센스가 대폭발하고 만다. 각종 SF적 상상력, 종잡을 수 없는 전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뭔가 하나같이 맛이 가있는 등장인물은 작품을 폭발적으로 (그리고 '병맛'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전개로) 이끌어 나간다.
- 휴대퐁 조이 (박대근, 대원씨아이, <코믹챔프> 연재, 현 2권) : 학산문화사 <부킹>에서 메카닉물 <유제트>를 연재했던 작가의 코믹물. 인간형 휴대폰 '휴대퐁' 시리즈들과 주인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이 독자를 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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