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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질이 좋으면 뭐하나, 불법 다운로드하면 끝인데 [한국 만화 100년 특집 ②]

오는 6월 2일은, 1909년 한국 만화 최초의 작품인 이도영 화백의 대한민보 만평이 탄생한지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즉, 한국 만화의 역사가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마땅히 축하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만화계 여기 저기에서 어렵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에 매주 1회 한국 만화 100년을 맞이해 한국 만화의 현 상황을 돌아보고, 만화가들의 노력을 살펴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오늘부터 SICAF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09가 열리는 7월 22일까지 만화 칼럼 성찬을 드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 : 한국만화 100주년 위원회 사무국 http://cartoon100.net/

 

지난 글 다시 보기

① 만화가들, 각개격파를 시도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 한국 사회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초고속 인터넷이 각 집마다 서서히 갖춰지면서 한국 사회와 문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한 변동을 겪게 되었다. 이러한 변동으로 다른 나라보다 많은 이점을 얻었으나 한편으로는 인터넷에 대한 문화가 정립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초고속 인터넷 전파는 각종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불법 다운로드' 문제이다.

 

사실, 이 문제는 만화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 없이 생겨난 누리꾼들의 '공유 문화'는 음악, 영화, 문학, 게임, 컴퓨터 프로그램, 공연, TV 등 문화계 전반에 깊은 골을 내고 말았다. 전 분야에서 타격이 심했지만 가장 타격이 심한 분야는 만화였다. 대본소 체제가 어느정도 무너지고 사서 보는 문화가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었지만, IMF 당시 정부의 무분별한 대여점 추천은 제2의 대본소 문화를 낳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인터넷은 만화를 값싸게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활용하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인터넷 포탈 초창기에 전개된 무료 만화 서비스 경쟁이 '불법 다운로드' 시장을 더욱 더 커지게 만들었다. 지금 본사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한국 지사는 진작에 SK커뮤니케이션에 흡수·합병된 인터넷 포털 라이코스의 만화 서비스로 시작된 이 경쟁은 아무런 저작권 침해 방지 대책도 없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인터넷의 각종 와레즈 사이트에는 포털 만화 서비스에서 쉽게 퍼온 만화로 넘쳐났다. 학산문화사는 D3C라는 만화 전문 사이트로 포털들의 무분별한 경쟁이 난립한 인터넷 만화 시장에 나섰으나 일부 만화가 유료 과금제였고, 상대적으로 홍보가 적어 인지도가 적은 바람에 결국 직접 운영에서 콘텐츠 제공으로 방향을 돌린다.

 

90년대 말부터 이어져온 출판계 전반의 불황에 불법 다운로드 문제가 겹치자 만화계는 패닉에 빠지고 만다. 대여점은 고정적인 판매 수익으로 어느정도 출판사와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는 하나, 불법 다운로드는 출판사나 작가에게 아무런 수익도 가져다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잡지와 단행본 수익 하락의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직능단체의 늦은 대처도 만화계의 패닉에 일조하였다. 음악 분야나 게임, 소프트웨어 분야의 각종 단체들은 2001년부터 저작권 위반 행위에 적극 대처 하였으나 이런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그에 비해 (사)한국만화가협회만화저작권보호협회를 설치한 것은 2003년 말 ~ 2004년 초의 일이었다. 피해 상황이 더 클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만화저작권보호협회(이하 만저협)와 만화 출판사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으나, 아직도 포털 사이트에서는 불법으로 스캔받은 만화를 쉽게 찾을 수가 있다. 오히려 웹하드와 P2P 업체가 어부지리로 이익을 보고 있다. 만화책을 사는 것에는 돈을 쓰지 않으면서 오히려 각종 공유 사이트 / 프로그램에는 돈을 쓰는 상황이 생기고 말았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웹하드 업체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서 '합법적인 다운로드'에 대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만화계는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사람(또는, 걸린 사람)이 하는 말 중 하나는 '한국 만화가 재미가 없기 때문에 사서 보지 않는다' 였다는 것이다. 분명 대본소와 만화방의 난립으로 수준 이하의 작품이 범람했으나, 이 말은 사실에 어긋난다. 표지 그림에 나온 세 개의 만화는 불법 다운로드 문제로 인해 피해를 본 작품들이다.

 

신영우의 「키드갱」은 한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오랫동안 인기를 끈 장수 작품이다. 하지만 처음에 연재했던 만화 잡지인 시공사의 『쎈』이 폐간된 이후로,  출판사 두 곳을 전전하는 시련을 겪게 된다. 『쎈』은 불법 다운로드가 한참 기세를 떨치던 2000년에 폐간되었다. 인기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다른 만화보다 약간 더 나은 수준이다.

 

김수용의 「힙합」은 작가가 인터넷에서 자신이 작품이 불법으로 떠도는 것에 충격을 받고 수 개월간 연재를 중단한 케이스이다.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힙합'을 소재로 다룬 작품에 영화화 판권이 계약되고, 후속작이 세 개나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이나 그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지금도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이익선의 「밀가루 커넥션」은 작가가 스스로 대여점과 불법 다운로드에 문제를 제기하고 지금까지 연재를 그만 둔 경우이다. 이런 사례들로 보았을 때, 작품의 질은 불법 다운로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인기가 많을 수록 피해가 심하고, 마이너 작품은 초판 부수도 못 팔만큼의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

 

 전회에서본 기자는 작가와 출판사의 인식 변화를 들었다. 분명 콘텐츠 창작자의 인식 전환은 만화계의 향방을 결정한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독자의 관심과 의식 역시 만화계의 향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축에 속한다. 왜 애니북스 등의 출판사에서 나온 높은 가격의 만화책 시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는가? 작품의 주 소비층이 비교적 만화에 대한 개념이 충만한 20 - 30대 층이었고, 비싼 가격으로 인해 대여점에 들어오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불법 스캔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품을 사서 본 독자층이 많았기에 비싼 가격에도 시장이 무너지지 않은 것이다.

 

이제 독자의 인식은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여점에서 빌려보거나 불법 다운로드로 만화를 보았던 사람들은 돈을 조금씩 모아서라도 작품을 사는 습관을 기르자. 어떤 작품인지를 몰라서 사보기가 힘들다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미리보기 서비스나 다른 독자들의 리뷰가 있지 않은가. 계속 사보고 있던 독자들은 앞서 말했던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감상을 쓰거나, 적극적으로 출판사나 작가에게 의견을 개진하는 등의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잘 새겨두자. 만화는 출판사와 작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을 사보는 독자의 행동 또한 중요한 것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 2009년 5월 25일 올라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