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팬픽을 보고 싶다
※ 여기서 말하는 팬픽은 연예인, 또는 실제 인물을 대상으로 한 팬픽이 아닙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소설 류의 서브 컬쳐를 좋아하다 보니 이를 바탕으로 쓰여진 2차 창작물, 속히 '팬픽' (Fan Fiction의 줄임말) 에 대한 관심이 큰 편이다. 팬아트에 관심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워낙 활자 중독인지라 그림보다는 글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한국의 T+S Search나 조아라, 일본의 Arcadia (알카디아, 또는 아르카디아) 를 주로 활용해서 찾는다.
인기 팬픽의 대다수는 타 작품의 설정이나 캐릭터를 섞는 크로스오버나 로맨스물, 아니면 역행물 (이건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기동전함 나데시코」같은 비극적 전개의 작품에 주로 쓰인다.) 이나 환생물 (캐릭터가 중도 사망 / 또는 원인을 모르는 이유로 인해 다른 캐릭터로 혼이 들어가거나, 아니면 화자 자신의 성향이 반영된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이다. 일부 설정이 작위적이고 논리가 파탄이라는 비판을 듣는 작품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좋은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나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크로스오버 / 로맨스 / 역행 / 환생 등의 설정을 활용한 팬픽에 거리감이 든다. (BL물은 원래 내 취향이 아니었으니 말 할 것도 없다.) 다른 사람들은 보기 좋다고 하는데, 어째 나는 이런 류의 작품을 한 쪽을 겨우 겨우 넘겨서 보는 편이다. 딱히 괜찮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대중적인 인기는 많을지 몰라도 썩 불편한 인상이 들었다. 아무래도 설정을 개연성없이 바꾸고 뒤집거나, 무리하게 필자의 생각대로 전개를 하다보니 원작의 여러 가지 설정이 (캐릭터 심리나 배경 상황 등) 무시되는 경향이 들어가는 것을 싫어해서 그럴 것이다.
일반 소설처럼 건조하지만, 현실적인 분위기의 소설을 보고 싶다. 판타지나 SF 중에서 현실적인 시선으로 다룬 작품을 좋아하는 것처럼, 팬픽에서도 그런 류의 작품을 만나고 싶다. 하지만 다크-사이드 계열은 제외하고. 심각하고 어두운 느낌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무리하게 원작의 설정을 바꿔가면서 안 좋은 방향으로 밀어넣는 스타일은 꺼림직했다. 굳이 팬픽 / 동인계에서 쓰는 표현으로 나타내자면 '시리어스물'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더 세부적으로 표현하자면 '건조한 분위기의 진지하고 현실적인 설정 변화, 또는 설정을 준수하는 비로맨스 계열의 작품'이 보고 싶은 거겠지.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의 팬픽이 주류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독자의 작품에 대한 생각이 주축이 되어 성장한 장르인 만큼 현실적인 소재보다는 비현실적인지라도 (또는 작위적일지라도) 자신에게 흡족한 - 즉, 모든 상황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 전개의 작품이 주로 창작되고, 인기를 얻는다. '현실적이고 진지한 팬픽'은 계속 비주류에 머무를 것이다. 아쉽지만, 그래도 아예 낙담할 수 만은 없다. 아직 미숙한 수준이지만, 조금씩 내가 원하는 방향의 소품을 쓰는 식으로 보고 싶은 욕구를 해결하고 있다. '원하는 방향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자체가 팬픽이 태어난 이유였으니, 어찌보면 제 1단계를 다시 걷는 것이다. 계속 노력하다 보면, 나와 같은 취향의 다른 사람들이 봐도 좋아할 만한 작품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렵더라도 … 계속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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