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잡지의 앞날은 어디인가
전체 만화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 만화잡지의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문화사의 월간 저연령층 대상 순정 만화잡지 『밍크』, 씨네21의 월간 성인 만화잡지 『팝툰』이 각각 2월호에서 무기한 휴간을 선언했다.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만화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판매량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만화잡지의 특성상 잡지가 많이 팔리지 않으면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단행본으로 적자를 메꾸려고 해도 단행본 판매도 시원치 않아 결국 잡지 판매를 중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팝툰』의 경우에는 5,900원이라는 고가의 가격으로 판매해왔으나 결국 창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쓸쓸히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절대교감의 성인 순정 만화잡지 『그루』는 더 직설적으로 폐간의 이유를 밝혔다. 1월 1일에 발행한 『그루』 5호에서 발간사의 사장 김부용과 책임편집자 유민형은 잡지 앞머리에 게재된 폐간사에서 '4호까지의 판매 성적을 보아 더 (잡지 발간을)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면서 직설적으로 판매량이 처참했음을 드러냈다. 또한 '대출까지 받아서 잡지를 냈다. (중략) 결국 만화 잡지를 사는 독자가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라면서 잡지를 구매하지 않는 독자에 대한 서운한 심정을 표출했다.
각각 지향하는 연령층과 성향이 다른 잡지가 폐간했지만, 얄궂게도 전체 만화잡지 수에는 큰 변동이 없다. 이미 작년에 만화잡지 두 개가 창간되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자회사 동아사이언스는 격주간 만화잡지 『어린이 과학동아』의 자매지 월간 『수학동아 X』를 새롭게 펴냈다. 『어린이 과학동아』의 판매 수익이 높았던 만큼 동아사이언스로서는 자매지를 창간하는 것에 대해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교과서 · 학습지 전문 출판사인 지학사도 『독서평설』의 자매지 『만화로 보는 독서평설』을 격주간으로 창간했다. 현재 어린이 만화잡지가 전체 만화잡지 종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 (『개똥이네 놀이터』, 『고래가 그랬어』도 포함한 수치). 소년/청년 만화잡지가 28%, 순정 만화잡지가 21%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어린이 만화잡지는 전체 만화잡지 시장의 대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엇이 어린이 성향 이외의 만화잡지를 계속 연이어서 온라인 전환 / 간기 변경 / 휴 · 폐간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루』의 폐간사에서도 밝혔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판매량 부진이다. 비교적 짧은 발행 주기 내에서 많은 양의 책을 연이어서 발간하는 것은 무척 부담이 되는 일이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 만화잡지 발행사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주간 『소년 점프』로 대표되는 일본식 시스템이다. 저급의 종이로 잡지를 발행해 최대한 제작비를 줄이고, 가격을 싸게 발매해 독자들이 부담없이 사서 볼 수 있게 만든다. 적어도 90년대 중후반까지는 이런 방식이 먹혀 들어가 시장이 끊임없이 순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상황이 변했다. 출판 시장은 계속 불황에 빠지고, 만화 잡지를 구매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 갔다. 그나마 초반에는 단행본 판매로 그럭저럭 적자를 메꿨지만, P2P / 와레즈 등을 통한 불법 다운로드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단행본 판매 수익도 점차 하락세를 맞이 했다. 여기에 전 정권(김영삼 정권)이 일으킨 '청소년 보호법 사태'로 그나마 시장이 유지되었던 기존 성인 / 청년 / 소년 만화가 급속도로 몰락하게 되었다. 학습 만화(어린이 대상 컬러 와이드판형 만화)와 웹툰(온라인 · 디지털 만화)의 성공으로 전체 만화 시장의 크기는 계속 커져 갔지만 정작 현 만화 시장의 근간인 출판 만화 시장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홍보 부재 (『팝툰』, 모회사의 발간 잡지 『씨네21』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홍보 루트가 없었다.) 와 판매 ·유통망 부재 (『그루』, 유통망이 부족해 몇몇 서점에서만 판매되었다.)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새롭게 만화잡지 시장에 도전한 회사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오직 어린이 성향의 만화잡지만 학부모들의 꾸준한 구매로 불황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
앞으로의 오프라인 만화잡지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잡지 판매가 내림세를 타고 있고 서서히 온라인 · 디지털 잡지, 또는 애플 아이폰 등의 스마트폰 앱스토어 잡지 등이 시도 중에 있다. 아마도 미래의 만화잡지는 책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통해서 보게 될 일이 많아질 것이다. 다만, 한국은 과도기가 없이 너무 급속도로 시장이 변하고 있는 점이 문제이다. 기존 출판 만화 시장의 기반이 갑작스레 붕괴 중에 있고, 지금 존재하는 학습만화 · 웹툰 시장도 유통의 다양성이 없는 불안한 환경에 놓여 있다. 철저히 판매 대상을 공략하고, 마케팅과 독자 소통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한국 만화잡지 시장의 붕괴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독자들의 꾸준한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속도가 더욱 더 빨라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10년 2월 8일 게재 기사. 작년 한 해에만 하나의 잡지가 온라인으로 옮겨가 버리고 (즉, 오프라인 잡지는 폐간) 세 개의 잡지가 격주간지에서 월간지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올해 세 개의 잡지가 휴 · 폐간되었다. 얄궃게도 작년에 세 개의 잡지가 창간하는 바람에 (하나는 성인 만화 잡지 - 『카툰마니아』, 학산문화사 - , 나머지 두 개는 글에서도 언급한 어린이 만화 잡지이다.) 전체 잡지수에는 큰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잡지 시장의 불황은 그칠 줄을 모른다고 생각되는데, 과연 어떻게 버텨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시장을 넓혀야 할까. …확실한 것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 저예산 잡지는 버티기 힘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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