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찮은 이유라도 전쟁의 이유가 될 수 있다 : 「나루토」
"전쟁의 이유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아. 종교, 사상, 자원, 토지, 원한, 변덕…. 어떤 하찮은 이유라도 전쟁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전쟁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이유는 나중에 붙이면 되지…. 본능이 싸움을 원하는 거야."
- 「NARUTO - 나루토 -」 36권 p. 178, 키시모토 마사시, 서범주 번역, 대원씨아이 발행
모임에서 뵌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만화를 참 좋아합니다. 글쓰기의 길에 빠져든 것도 만화 덕분이었고요. 제가 워낙 오지랖이 넓고 호기심이 많다 보니 지금은 전방위에 관심이 많은 오지라퍼가 되었지만, 아직도 만화에 대한 애착은 상당하답니다. 그래서 씨앗 문장을 두 개씩 올리려고 합니다. 하나는 만화, 하나는 최근에 읽고 있는 인문사회과학 책이에요. 일단 만화 분야에서 고른 책은 「NARUTO - 나루토 -」 (이하 「나루토」) . 어? 그거 애들 보는 만화아니야?, 라고 하실 분이 저 멀리 평택에서 보이는 군요 :) 물론 「나루토」는 일본 슈에이샤(集英社)의 초 ~ 중학생을 타겟으로 하는 만화 잡지 주간『소년 점프』에 연재 중인 만화입니다. 잡지 자체가 초 ~ 중학생을 상대로 하는 만큼 「나루토」 역시 주 대상층은 10대에요. 하지만, 많고 많은 소년 만화 중에서 이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소년 만화이면서도 가장 소년 만화 답지 않거든요.
현재 47권까지 발매되고, 10년간 연재 중인 대하 서사 (…) 만화인 만큼 초 / 중 / 후반별 주제가 조금씩 달라져갑니다. 지금 제가 다루는 36권은 후반부에 위치해 있는데, 후반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전쟁의 문제' 입니다. 보통 소년 만화, 특히 장르가 액션인 만화는 싸움(전쟁)이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 소재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싸움을 소재로 하면서도 싸움 자체에 대한 문제는 그냥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 그런데 이 만화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잠시 이 말이 나온 배경을 짚고 가볼까요? 지금 이 발언을 한 사람은 닌자 용병 조직 '아카츠키'의 리더 페인입니다. 그런데 페인은 원래 소국 출신으로, 어렸을 때 나라가 강대국들의 싸움에 휘말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살된 끔찍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어찌 어찌 살아남아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 조직을 결성하게 되죠. 그리고 강대국들에 대한 복수를 결의하면서 내뱉은 대사가 바로 이번 씨앗 문장입니다.
사실 전쟁의 이유는 전부다 그럴싸 합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이라크 전쟁만 하더라도 '대량 살상무기를 제조하는 악의 축을 섬멸하기 위해서' 미국이 전쟁을 일으켰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9.11 테러를 저지른 대량 살상범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겼다는 이유'로 전쟁이 일어났죠. 하지만 정작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전쟁의 화려한 간판 뒤에 구린내가 진동하는 오물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작 이라크에는 대량 살상무기가 없었고, 오히려 두 전쟁 모두 중동 지역에 미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창한 이유를 가진 전쟁도 이모양인데, 과연 다른 전쟁들은 얼마나 어이가 없을까요? 심지어는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사이에 월드컵 축구 경기를 가지고서 벌어진 '축구 전쟁'도 있으니까요. (물론 이 전쟁의 뒷편에는 해묵은 증오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모든 전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또는 '영향력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삼국지나 옛날 고대사에서 배우는 전쟁도 이유는 참 정의롭게 보이지만 (권선징악 등등등;;;) 사실 깊게 파고들면 정의보다는 자기네들 나라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 페인이 말한 "본능이 싸움을 원한다"는 말은 이걸 가르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문제로 시끌거리고 있네요. 승전을 선언한지도 언 칠 여년이나 지났는데 시작부터 괴상한 싸움은 결국 많은 사람들의 희생만 내고 말았습니다. 어떤 이유라도 전쟁의 이유로 포장되는 이상, 진정한 평화는 없다고 봅니다. 휘황찬란한 포장을 벗어 던지고 본연의 모습을 봐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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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비 출판사의 gPress 1기 미션 씨앗 문장 찾기의 일환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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